아이티랩 - KT는 왜 AI 자격시험을 만들었나

[지디넷코리아]

파이썬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인공지능(AI)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수 있다. 최근 화두가 됐던 노코드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에서 실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점검하기 위해 KT가 고안한 AI 자격인증 AIFB(AI Fundamentals for Business) 이야기다.

코딩 입문자 수준에서도 그래픽 인터페이스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과 모델링을 할 수 있으면 AI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않고 얻을 수 있는 AI 자격증은 아니다.

일부 회사나 단체에서만 도입해 진행된 이 자격시험은 지난 9일 치러진 데 이어, 3월부터는 토익이나 한국사능력시험과 같이 개인이 응시할 수 있다. 다음주 시험 접수에 이어 3월26일 첫 개방 형태로 정기시험이 예정됐다.

첫 정기시험은 코딩을 포함한 중급자 등급으로 시작되지만, AI 원리만 묻는 초급 자격도 마련돼 있다. AI를 업무에 활용할 때 필수적인 프로세스인 데이터 모델링 능력을 갖췄는지 보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더라도 실제 시험에 불합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 민간 자격증으로

AIFB 시험을 고안하고 발전시켜온 이종형 KT 오픈AI교육플랫폼p-tf장은 “이 시험은 처음부터 실무에 목적을 두고 시작했기 때문에 업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지향점이었다”며 “컴퓨팅 지식을 묻거나 외산 솔루션 벤더와 같이 자사 플랫폼을 잘 다룰 수 있는지 묻는 시험은 아니다”고 밝혔다.

AIFB는 애초 자격증 시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구현모 사장이 취임한 뒤, 디지털 플랫폼 컴퍼니를 강조하면서 사내 직원들의 AI 역량을 키우기 위해 시작됐다.

이종형 KT 오픈AI교육플랫폼p-tf장

2020년 초 KT 내부에서 미래인재육성프로젝트가 가동됐고 그해 사내 자격증으로 개발됐고, 지난해 AI원팀에 참여한 기업과 대학의 전문가들이 문항을 검수해 민간자격 시험으로 등록하게 됐다.

이종형 상무는 “CEO가 AI 역량을 강조하면서 외부에서 전문가를 모셔오는 과정도 필요했지만 외부인재 유치에 의존하기보다 통신사라는 우리의 업을 이해하고 도메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들을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모든 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 누구나 AI 활용해야 하는 시대

KT 내부에서는 이 시험에 합격한 AI 자격 인증자가 1천700 여명이다. 몸값 비싸기로 잘 알려진 AI 개발자를 그만큼 있다는 뜻은 아니다. 비전공자도 현직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지 시험을 거쳐 합격한 이들의 수다. AI 프로세스를 활용해야 하는 직책자, 그리고 비전공자도 시험에 도전할 수 있다.

시험은 코딩 언어를 몰라도 AI를 활용하는 방식만 묻는 베이직 등급과 전공자나 전문가를 위한 어소시에이트, 프로페셔널의 등급이 구분돼 있다. 베이직 단계도 막막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KT가 개발한 AI 실습플랫폼 AIDU를 통해 기본적인 AI 활용방법을 배운 뒤 시험에 치를 수 있다.

이 상무는 “직무 역할에 맞게 시험 등급을 구분해 놓았고, 문항은 철저하게 기업에서 실제로 AI를 활용한 사례를 기반으로 개발됐다”며 “직원교육용으로 역량 향상을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객관식 형태로 이론이나 용어를 묻는 테스트 형식을 배제하고 100% 실습형으로 만들어진 것이 다른 인증시험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출발점이기 때문에 개발자가 아니어도 AI 원리와 업무 활용을 이해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역량부터 갖춰 실무에 강한 인재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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