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메타버스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2)

메타버스는 우리 삶에 전반적 변화를 가져다 줄 인류 문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소하다. 메타버스와 함께 가상세계 진입을 목도하는 2021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래로 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 우리에게 필요한 안전장치를 점검해 보자.

Intro. C세대의 등장,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Z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C세대가 등장했다고 한다. ‘코로나 세대(Corona generation)’라고 불리는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 태어났거나 앞으로 태어날 예정이다. 아직 C세대를 이해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이해하는 에너지로 삼아보면 어떨까. 두 번째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열릴 가상세계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자.

2016년,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었던 ‘포켓몬 고’가 문득 떠올랐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화면을 응시하며 걸어가는 모습을 본 적 있을까? 당시 필자도 포켓몬을 잡기 위해 점심시간 회사 팀원들과 강남역을 좀비처럼 누비던 기억이 있다. 포켓몬 고에 열중한 나머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하수구에 빠졌다는 얘기는 경험상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으론, 전혀 연고가 없던 사람들이 포켓몬 출현 지점에서 만나 친구가 되거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했다.

마치 신인류를 보는 것 같던 포켓몬 고 열풍, 코로나 이후 펼쳐질 가상 세계를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은 이미 예견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 어색하고 우스꽝스럽던 모습은 곧 우리의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경복궁 근처에서 포켓몬을 잡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포켓몬이 많이 출몰해 ‘포세권’이라고 불렸다.

1. 현실 세계에서 건강한 자아, 정체성이 우선이다.

영화 ‘인셉션’에서는 꿈에서 3단계의 의식세계를 설계하고 생각을 주입해, 현실 세계의 결정을 바꾸려는 주인공의 다이내믹한 모험이 펼쳐진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상상력이 탁월한 영화지만, 가상세계를 살아갈 우리에게 다시금 시청이 필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수면 속 가상세계에서 깨어난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현실을 잊지 않기 위해 작은 팽이를 돌린다. 팽이가 멈추지 않도록 중심축이 중요한 역할을 하듯,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 역시 중심축이다. 삶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 필자는 이를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틀로 정의하고자 한다.

다양한 가상세계에 열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모든 차원의 중심을 잡아줄 현실 세계가 아닐지!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 삶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을 때 인간의 모습은 어떨까? 인셉션 주인공 아내인 ‘맬(Mal)’을 들여다보자. 현실에 있음에도 불구,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가족을 버린 채 가상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가길 원한다.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한 그녀의 선택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어떤 차원의 세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과 운명이 결정된다.

어떤 가상 세계가 내 앞에 열린다 할지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결국 인간을 지탱하는 것은 두 다리로 땅을 단단히 밟고 서있는 현실의 ‘나’, 그리고 나의 ‘삶’이다. 주인공 코브가 삶의 목적을 되새기며 아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현실에 집중하는 모습은 어쩌면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의 자세를 대변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현실과는 달리,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는 자유롭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됐던 작년, 닌텐도 스위치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에디션이 큰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라는 답답한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무인도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지만 현실의 상황이나 삶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가상세계는 그 현실을 부정하고 도피하는 수단이 돼버린다.

10대에게 인기 높은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자신의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 아바타의 모습은 현실의 ‘나’와는 다르다. 생김새와 목소리, 옷차림과 말투까지 모두 다르게 세팅 가능하기 때문에 ‘또 다른 인격, 또 다른 자아’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인격이 온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 또 다른 인격을 만든다는 것에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온전히 형성해야 하는 것은 다양한 소셜 속 자아가 아닌, 현실의 ‘나’임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IT기업 출신 부모들은 아이들이 가상보다 현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사립학교 펜실베니아 발도르프 학교는 학생들이 13살이 되기 전까지는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2011년 인터뷰에서 자신과 아내 로렌 파월은 집에서 아이들의 IT 제품 사용 시간을 제한한다고 고백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빌 게이츠 역시 ‘스크린 타임’으로 아이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다. 현실에서 자신을 온전히 형성하고 계발한 후에야 전자기기 사용을 스스로 통제하고 제어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메타버스 시대를 맞는 우리는 자아와 인격형성, 절제와 인내 등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에 집중해야 한다.

2. 21세기는 세계관 전쟁 중!

현실 세계에서 개인의 인격과 정체성이 온전하다면, 다음 단계로 다양한 가상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가상세계는 ‘플랫폼’ 단위로 열리게 되는데, 각 플랫폼은 현실과 다른 저마다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21세기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세계관을 꼽는다면 단연코 마블(Marvel)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는 마블에 판권이 있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와 드라마가 공유하는 세계관을 일컫는 용어다. 마블 시리즈의 모태가 된 마블 코믹스와 뿌리를 함께 하지만, 현재 마블 콘텐츠 대부분은 독자적 세계관을 취하고 있다. 현재 마블은 영화, 게임 콘텐츠 형태로 세계관을 판매하는 중이다.

마블은 게임과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세계관을 판매하고 있다.

가상세계 역시 일련의 ‘사회(Society)’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상에서도 개인의 모습이 존재하고, 타인과 교류하며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많은 세계관이 놓인 플랫폼 사이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장착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세계관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기준은 수많은 가상세계에서 자신을 지켜줄 ‘중심축’에 해당한다. 이처럼 뚜렷하고 명확한 현실 위에서 메타버스는 비로소 가치로운 것을 만들어낼 것이다.

가상세계가 펼쳐질 사회에서 인간의 실존을 그려봤습니다.
건강한 정체성과 세계관만 있다면 가상세계 두렵지 않아요!

3. 메타버스가 만든 일상과 삶의 변화

메타버스는 아직까지 게임이나 소셜(SNS),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만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우리의 일상과 삶을 전반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가 도입됐고, 이제는 일상적 근무 방식 중 하나로 채택됐다. 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어야만 일이 가능한 시대는 지났다. 이러한 변화는 직원 간 새로운 관계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요구한다. 메타버스는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기술 문명이 됐다.

화해 기업 직원들이 메타버스 1세대인 게더 타운 플랫폼에서 회의하는 모습.

특히 필자는 교육 영역에서 메타버스가 가져올 교육 혁신에 주목한다. 기계가 인간의 직업과 일을 대체할 시대에 메타버스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교육격차를 줄이고 교육 퀄리티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강의실이나 교육장 등 오프라인 공간이 없어도, 누구나 원하는 직종을 가상공간에서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다. 또, 한 번 콘텐츠로 만들어 놓으면 계속해서 축적,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아낄 수 있다.

미래에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설령 그런 사회가 되더라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힘쓰는 것이 인간다움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만약 기계가 인간의 직업 80%를 대체하게 된다면, 그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과 새로운 과업을 탐색,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메타버스는 이런 흐름 속에서 토양이 돼 줄 것이다. 지역과 공간을 뛰어넘어 누구나 접근 가능한 높은 품질의 교육 콘텐츠가 생산될 것이다. 사는 지역과 소득에 따라 교육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 열악한 교육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위험할 수 있는 소방훈련을 가상세계(VR)에서 진행하는 모습.

Outro. “Reality is real”

인류의 기술 문명이 가장 고도화된 21세기, 마치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 같은 시대에도 우리는인간다운 모습과 삶의 중심축을 지켜내야 한다. 인류는 또 다른 시대 문명을 열어가면서도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나아갈 것이다. 그 원동력은 결국 현실에서의 온전한 자아와 정체성, 그리고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시각에서 나온다. 분명한 목표의식을 정한다면, 미래에서도 인간의 상상력은 여전히 빛을 발할 것이다.

의사에게 칼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도구지만, 도둑에게 칼은 사람을 죽이는 도구가 된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사용하는 주체가 이를 잘 다스리며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전에 단단한 자아와 정체성이 전제돼야 하며, 좋은 플랫폼을 스스로 선택, 필요와 목표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올바른 세계관을 지녀야 한다. 메타버스 시대의 교육 방향은 기존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위 역량을 키워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 현존하는 지식 데이터는 인공지능이 모두 갖고 있으며,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검색-처리-결과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케터는 어떻게 브랜드 경험을 구현해야 할까? 마케팅의 목적과 효과에 따라 소비자의 경험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단순 소비 목적이 아닌, 소비자가 일상에서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치 영화 인셉션에서 차원별로 다른 공간을 의도, 구현하면서도 서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말이다.

메타버스는 문명의 발전으로 인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어떻게 가상공간을 다스리고 사용할것인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지키며 새로운 인류문화를 창발해 나갈 것인가! 지금 이 순간 21세기 메타버스는 이 문제를 인류의 과제로 던지고 있다.

영화 ‘레디 플레이 원’의 한 장면. 무섭고 끔찍한 현실이라도 그곳이 실재하는 곳이며,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 고백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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