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하이퍼루프 2020년 상용화? 솔직히 이르다”

  • 더 안전하다
  • 더 빠르다
  • 비용이 더 저렴하다
  • 더 편리하다
  • 날씨와 상관없이 운행할 수 있다
  • 지속적인 동력으로 운행한다
  • 지진에 대한 내구성
  • 경로 근처의 사람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2013년 일론 머스크가 하이퍼루프 아이디어를 공개할 당시, 일론 머스크가 내건 이상적인 미래 교통수단의 조건이다. 머스크는 이 아이디어 문서에서 캘리포니아 주당국의 차세대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너무 느리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라고도 언급했다. 그 이후 미래 대안적 교통수단으로 하이퍼루프 개발은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하이퍼루프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하이퍼루프원HTT, 트랜스포드 세 곳이다. 일부 언론들은 이들 기업이 일론 머스크가 직접 창업한 기업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명백히 별개 회사다. 단지, 창업자들과 일론 머스크가 친분이 두터울 뿐이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는 현재 ‘하이퍼루프 포드 콤퍼티션’을 개최하고 있을 뿐 직접적으로 개발 사업에 뛰어들지는 않은 상태다.

최근 들어 시스코 출신의 롭 로이드가 CEO로 있는 하이퍼루프원의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하이퍼루프원은 지난 5월 네바다주 사막에서 프로토타입의 주행 테스트에 성공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제조 공장 구축도 완료했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퍼루프원은 2020년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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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루프원의 진공 튜브. (사진 : 하이퍼루프원 블로그)

국내에서도 하이퍼루프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국토교통부발 지원 계획이 제4차 산업혁명 이름으로 발표되는가 하면, 건설 관련 기관도 청사진을 공표하며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이퍼루프 관련주가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고, 울산의 하이퍼루프 개발로 해당 산업의 새만금 유치계획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 하이퍼루프 개발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관은 울산과학기술원, 즉 유니스트(UNIST)다. 유니스트는 지난 7월21일 하이퍼루프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5년 동안 14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하이퍼루프를 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스케치 수준이긴 하지만 구상도까지 공개되면서 관계자들을 한껏 고무시켰다.

유니스트는 이 프로젝트를 ‘유루프(U-Loop)‘라고 명명했다.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하이퍼루프와 달리 자기부상 추진 방식으로 개발된다 설명도 덧붙였다. 자기부상 열차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한국기계연구원 등이 참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에너지원은 어떻게 조달되는지, 작동 방식과 경제성 이슈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블로터>는 유루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선 울산과학기술원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e메일로 확인했다. 이 교수와의 인터뷰는 8월3일 진행됐다.

원천 기술 개발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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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선 울산과학기술원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

유니스트가 5년 14억원으로 하이퍼루프 개발에 나선다는 보도가 등장했을 당시 포털 댓글은 의외로 부정적인 여론으로 뒤덮였다. 고작 14억원으로 어떻게 하이퍼루프를 개발할 수 있느냐는 조롱섞인 비판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덧붙여지면서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기도 했다. 정부 주도 ’한국형 기술‘이 예산 낭비로 귀결된 사례가 워낙 많아서다.

이재선 교수는 “잘못 전달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교수는 “운행 가능한 하이퍼루프 시스템의 완성이 목표라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것은 학교 단일 기관이 수행할 만한 성격의 목표는 아니”라고 말했다. 5년 14억원으로 운행 가능한 하이퍼루프 프로토타입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 예산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원천 요소 기술 몇 가지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유니스트의 첫 투자를 바탕으로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연구의 모멘텀을 확대하자는 의도가 있었다”고도 했다.

유니스트 팀이 구상하는 유루프는 일론 머스크의 하이퍼루프와는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추진 방식이 다르다. 유루프는 자기부상 방식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의 공기부양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자기부상 기술에서 상대적으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인천에는 자기부상 열차가 저속이긴 하지만 운영도 되고 있다. 이미 확보한 기술을 응용해 하이퍼루프 개발에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유루프 ‘자기부상’ VS 일론 머스크 ‘공기부상’ 

하지만 단점이 있다. 비용이다. 이재선 교수는 “현 자기부상 방식은 비용 상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라며 “아직 확실한 대안이 마련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의 공기부상 방식 아이디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교수는 “공기부상은 비용 상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에 의해 제안됐지만 역시 여러 기술적인 어려움들이 산재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조달 방식에서도 두 모델은 차이를 보인다. 일론 머스크는 아이디어 문서에서 태양광으로 모든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진공튜브 상단을 태양광 패널로 덮으면 수백 km에 이르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생산된 에너지를 판매함으로써 하이퍼루프의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일론 머스크의 아이디어였다. 심지어 태양광 전력 생산량이 늘어나면 승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이디어를 국내에 곧장 적용하기란 무리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네바다주와 달리 우리나라는 일사량이 부족해 태양광에만 의존하는 방식을 도입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다양한 전력 공급 방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교수는 “그리드의 전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력 공급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부분의 요소기술 개발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상용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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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루프 구상도.(이미지 출처 : 정연우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무엇보다 곡선 주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가장 큰 난관이다. 최대 시속 1200km로 주행할 경우 회전운동에 의한 가속도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탑승객들이 견디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고속 전투기를 비행하며 겪는 가속도”에 비유했다. 진동도 문제다. 이런 제반 문제를 해결하려면 거의 직선 주로로 건설돼야 하는데 국내 지형을 고려하면 해결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난관을 거쳐 요소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고 하더라도 최종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릴 수도 있다. 롭 로이드 하이퍼루프원 CEO는 2020년이면 사람과 물자 수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이 교수는 “솔직히 이르다”는 판단이다. “사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펀딩 등을 목적으로 기술적인 면을 상세히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면이 있는데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전망에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번 U-루프 프로젝트가 “성공적일 수도 있고 그에 못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4~5년 뒤의 성과를 미리 예측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작이고 또 “미래를 위한 대비”라고 강조한다. 게다가 국내 노선은 “단기간를 보는 것이 아니”라며 “통일 뒤 한반도 교통 인프라도 대비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일단 적은 예산으로 기술력을 축적하기 위해 도전하다 보면 지금의 철도와는 다른 모습을 한 교통수단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재선 교수의 기대이자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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