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모기가 사람 냄새 절대 놓치지 않고 와서 무는 이유

[지디넷코리아]

모기는 사람 몸에서 나는 여러 냄새와 호흡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을 감지해 피를 빨 사람을 찾아 낸다.

그렇다면 모기의 후각 신경을 마비시키면 사람을 못 물게 되지 않을까? 실제로 과학자들이 모기의 후각 수용체를 제거하는 시도들을 했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 했다. 모기는 어떻게든 사람을 찾아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는 모기가 여러 겹의 안전 장치를 가진 복잡한 후각 신경계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록펠러대학 연구진은 보통 동물과 달리 모기는 하나의 후각 신경이 여러 종류의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을 가졌음을 밝혀, 최근 학술지 '셀(Cell)'에 공개했다.

보통 동물은 각 후각 뉴런에 하나의 냄새를 담당하는 수용체만 갖고 있다. 하나의 후각 뉴런엔 하나의 수용체가 있고, 이들은 뇌에서 후각을 담당하는 부분에 있는 하나의 사구체로 이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이 연구로 모기는 하나의 뉴런에 여러 종류의 수용체가 발현되는 후각 구조를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 사람 사냥에 최적화된 모기 후각 시스템

연구진은 사람 몸에 나는 냄새의 일종인 1-octen-3-ol에 반응하는 모기의 후각 뉴런이 역시 사람에서 나오는 아민(amines)에도 반응함을 발견했다.

이는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는 어떤 것이든 모기 뇌에서 사람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을 자극, 수용체 일부가 손상을 입더라도 사람을 감지하는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모기 후각 신경의 작동 (자료=셀)

연구진은 여러 분석 기법으로 이 결과를 검증했다. 유전자가위 기법을 활용, 사람 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나 여러 종류의 체취를 감지하는 수용체를 지난 신경 세포에 빛을 내는 형광 단백질을 집어넣었다.

그 결과, 모기의 후각 뉴런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수용체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들은 단핵 RNA 시퀀싱이란 분석 기법을 통해서도 각 신경 세포가 여러 종류의 수용체를 발현함을 보였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스웨덴 연구진도 모기에 작은 전극을 붙여 후각 세포가 냄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측정하는 방법을 적용, 결과를 재확인했다. 모기의 후각 세포는 좋은 향기와 고약한 발냄새와 같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수용체를 필요로 하는 냄새도 동시에 감지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모기의 더듬이에 형광 단백질을 집어넣어 신경 세포의 작동을 살필 수 있게 했다. (자료=록펠러대학)

또 모기는 사람에서 나오는 냄새나 이산화탄소를 감지한 후 신경적으로 매우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피를 빨 수 있는 인간을 정확히 찾아갔다. 각 수용체가 접한 다른 종류의 사람 냄새가 모기의 후각 신경에서 합쳐지면서 증폭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모기가 어떤 상황에서도 피를 빨 인간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구조로 진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연구 대상이 된 이집트모기는 알을 낳기 위해 사람의 피를 꼭 빨아먹어야 한다.

■ 동물 후각 세포 구조 통념 뒤집어

이 연구는 동물의 후각에 대한 통념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린다 벅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 교수와 리처드 악셀 컬럼비아대 교수가 동물의 후각 신경의 작동 방식을 밝힌 이래, 동물이 하나의 뉴런, 하나의 수용체를 통해 후각을 감지한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었다.

벅과 악셀은 후각 연구에 대한 공로로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또 이 연구는 모기를 퇴치하는 방법을 찾기가 생각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모기는 말라리아와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매개체로, 매년 약 70만 명이 모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추산한다.

레슬리 보섈 록펠러대학 교수는 "모기의 후각 수용체 하나를 없애는 정도로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라며 "앞으로 모기 퇴치 연구는 사람을 찾아내는 모기의 강력한 능력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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