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빗썸, '위믹스' 재상장 왜 서둘렀을까

[지디넷코리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의 코인 '위믹스'를 재상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수수료 전면 무료 기간인 만큼, 위믹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더라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거래소가 위믹스를 재상장한 사례를 볼 때, 매출 외 요인에서 실익을 취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거래 수요가 많은 위믹스를 지원할 경우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위믹스를 입금한 사람들의 접근성이 커진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위 사업자인 업비트보다 먼저 상장해야 '위믹스'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업비트는 거래소들이 위믹스를 공동 상장 폐지할 당시 위메이드와 직접적으로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에 재상장 여부에 대해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재상장을 한다면 위믹스 거래자들이 업비트의 압도적인 유동성을 보고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빗썸이 이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이 전날 오후 6시 45분부터 위믹스를 재상장,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중 업비트를 제외한 모든 곳이 위믹스를 거래지원하게 됐다.

위믹스는 1년 전 원화마켓 거래소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가 공동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상장폐지 두 달 만에 코인원이 위믹스를 재상장했다. 또 고팍스가 지난달, 코빗이 지난 8일 재상장하면서 사실상 공동 상폐 조치가 무색해졌다.

위믹스는 재상장 이후 코인원과 고팍스의 핵심 매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기준 코인원과 고팍스 모두 원화마켓 거래량 1위 코인이 위믹스다.

따라서 재상장 제한 기간 1년이 끝나는 8일 이후부터는 빗썸도 위믹스를 상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빗썸은 이 거래소들보다 시장 점유율이 훨씬 높고, 위믹스에 대한 국내 거래자 수요가 높아 빗썸도 많은 거래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빗썸엔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 지난 10월부터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다른 거래소와 달리 위믹스를 상장하더라도 현 상황에선 직접적인 매출 증대 효과는 없다.

업계에선 빗썸이 내년엔 수수료 무료 정책을 종료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주 수입원이 이 수수료이기 때문에 무료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긴 힘들기 때문이다.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한 지 두 달 여가 지난 현재 점유율 증대 효과는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수수료 무료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빗썸이 내년부터는 수수료를 다시 부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빗썸이 왜 이 시점에 위믹스를 재상장했는지 궁금증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업계에선 위믹스를 재상장한 거래소들이 꾸준히 이용자 확보 효과를 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빗썸 역시 매출보다 그 부분을 우선시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인원은 다른 코인보다 위믹스 거래 수요가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흥행이 이어지면서 최근엔 일별 스테이킹 상품에 위믹스를 추가하기도 했다. 고팍스도 그 동안 1%가 되지 않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해왔고, 예치 상품 '고파이' 부채 발생 이후 거래량 증대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위믹스 상장으로 거래량 급증 효과를 봤다.

빗썸은 수수료 무료 정책 도입 시에도 시장 점유율 증대를 가장 강조한 바 있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낮아진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며 "유동성이 중요한 시장에서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빗썸 고객센터 전경

1위 업체인 업비트 역시 위믹스 재상장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물론 두 회사는 DAXA가 상폐 조치를 내릴 당시 대표 간 갈등까지 치달을 정도로 심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위믹스 입장에선 거래량이 80%에 달하는 업비트를 포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런 상황은 업비트도 마찬가지다. 다른 거래소들이 재상장하면서 과거 상폐 사유를 해소한 것으로 평가한 만큼 상장 부담도 적은 편이다.

이런 여건을 고려할 때, 빗썸은 신속하게 위믹스를 상장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봤을 수 있다.

재상장 이후 '신장개업' 효과는 톡톡히 누렸다. 이날 코인마켓캡 기준 최근 24시간 동안 위믹스 거래량 분포를 보면 빗썸이 46%로, 코인원과 고팍스, 코빗을 제치고 단번에 1위에 올랐다.

빗썸이 위믹스를 재상장하면서 주문가(메이커) 체결 금액의 0.02%를 보상하는 행사를 실시하는 점도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수수료 무료 정책을 후속으로 도입한 코빗이 메이커 거래 금액의 0.01%를 보상한다며 서비스 우위를 강조했는데, 일시적인 행사이긴 해도 이보다 높은 보상율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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