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외과의사가 손 떨려서 수술 못한다면 슬플 것”

[지디넷코리아]                             

                                

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병원 혁신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건강 때문에 수술을 못하게 될까봐 운동을 한다.”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장의 말이다. 윤 병원장은 지금도 현업에서 환자를 돌보고 수술을 집도한다. 전방경유척추수술 및 인공디스크치환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권위자 중 한 명인 그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도록 개선하고 고도화하기 위해 특허 출원 등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평생 ‘칼잡이’로 살아온 그에게서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윤 원장은 “수술 시 모니터링 전담팀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혹시 모를 신경 손상이나 출혈, 감염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병원의 수술법을 배우려는 의사들은 국내를 넘어 국외에서도 많다. 요청이 많다보니 병원은 지난해 5월 국제 척추 전문의 교육센터를 개소했다. 스위스, 멕시코,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의 전문의가 센터를 방문해 교육을 받았다. 올 하반기 멕시코 의료진 대규모 연수 과정도 앞두고 있다.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 대표원장

Q. 아직 진료 현업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내가 78학번인데 아직도 수술을 직접 하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럼 그러지. ‘내가 신경외과 의사인데 수술 안 하면 고향 내려가서 낚시나 해야 한다’고. 어떻게 하면 수술을 더 안전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 늘 고민한다. 그 고민의 과정이 행복하다.”

Q. 하지만 언젠가는 메스를 내려놔야할텐데.

“어느 날 손이 떨려서 수술을 못한다는 걸 생각하면 제일 슬플 것 같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Q. 새 수술법 개발도 눈길을 끈다.

“자동차를 오래 운전하면 타이어가 소모되고, 신발도 오래 신으면 닳듯이 우리 몸에도 디스크가 있는데, 이것이 마모된다. 소모된 구조를 개선시키려고 수술을 할 때 기존에는 허리 뒤로 인공 디스크 수술을 했다. 환자 안전을 위해 배로 수술을 하면 어떨까. 그러면 환자들은 허리가 아파서 내원했는데 왜 배를 수술 하냐고 묻는다. 우리가 겉옷, 중간 옷, 속옷을 입듯이 인체도 그렇게 피부가 들어가는 길이 있다. 그 길로 잘 들어가서 망가진 디스크를 제고하고 인공디스크를 삽입하는 거다.”

Q. 해당 수술법의 장점은 뭔가.

“모든 환자 대상은 아니고, 척추를 기준으로 할 때 신경이 뒤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등으로 수술을 할 때 신경이 손상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많이 망가진 디스크나 또 오랫동안 수술을 해왔지만 효과가 없이 자꾸 재발하는 환자들은 배로 하는 것을 이제 고민해보자는 거다. 처음에는 배로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지만, 매우 발전해서 부담이 없어졌다. 수술 노하우를 위해 국내외에서 연수를 받으러 오는 의사들이 많다.”

Q. 척추 협착은 이전까지 현미경 수술이 주로 이뤄졌는데, 병원에서는 내시경을 활용한다고 들었다.

“척추 신경 협착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질환이다. 과거 수술을 현미경으로 해왔는데, 현미경의 단점은 직진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굴곡을 줘서 다양한 부분을 볼 수가 없다. 특히 최근 증가하고 있는 비만환자의 경우, 현미경으로 수술 시 상당히 애를 먹었다. 반면, 내시경은 조직의 손상이 적고 구석구석을 찾아갈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신경 근처까지 가서 바로 눈으로 보고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보돼 선호하고 있다.”

Q. 새로운 수술법에 대해 환자들은 정보 부족으로 결정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비수술 치료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고.

“척추 협착의 종류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이에 대한 치료방법은 어느 하나가 반드시 좋다고 확정해서 말할 수 없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구조가 망가졌다면, 이를 개선시키지 않고는 환자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 손상된 구조를 어떻게 개선시킬지에 대해 의사와 환자 간 충분한 논의가 요구된다.

더러 발이나 발가락에 이미 마비가 왔거나 대·소변 장애가 왔음에도 적극적인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들이 비수술을 주장하는데, 과다출혈, 감염, 마취 중 사고 등 막연한 공포가 대부분이다. 나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를 설득한다.”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 대표원장

Q. 보호자들은 고령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결정을 주저하기도 하는데.

“보호자는 어르신들이 수술 받고서 고생할까봐 걱정을 한다. 어르신이 허리와 관절이 아프니 집에서 누워 있으면 되지 무슨 수술을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과잉시술 아니냐고도 한다. 그러다 정말 치료 적기를 놓치는 거다. 90세 어르신이 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보행에 문제가 없었다면 당사자에게 도전할 것인지 참고 지낼지를 직접 이야기한다. 그러면 대부분 어르신이 적극적인 치료를 선택한다. 나으려는 의지가 있어서 젊은 층만큼 빠른 회복을 보인다.”

윤강준 병원장은 “강남지역의 고령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병원의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린 뇌, 척추 및 관절 치료에 대한 치료의 종착역으로서 역할을 해왔다”며 “나아가 종합병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심혈관, 중풍 예방, 암 조기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병원 문턱을 더 낮추고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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