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언어치료실 선생님, ERP 솔루션 사장님이 되다

“저는 15년 동안 언어치료실에서 선생님이자 관리자로 일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다보니 가르치는 것 이외에 다른 업무에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는 게 싫더군요. 수업 준비하는 시간보다 바우처 서류 작업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류정선 시원컴퍼니 대표가 장애 재활 분야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시장으로 관심을 돌린 이유다. 우리나라는 맞춤형 사회 서비스로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금이 아닌 이용권을 발급해 노인, 장애인, 산모, 아동 등 국민에게 질 좋은 사회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에서 생긴 제도다. 서비스 이용자는 이 바우처를 이용해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선택해서 누릴 수 있다.

류정선 시원컴퍼니 대표가 GIF 행사에서 대구광역시장상을 수상한 모습

류정선 시원컴퍼니 대표가 제2회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GIF) 행사에서 대구광역시장상을 수상한 모습

문제는 이 바우처를 각 기관에서 활용하기 위해 수기로 서류 작업을 하면서 생겼다. 기존 ERP 솔루션으로는 바우처 항목을 관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자체 솔루션을 개발해서 활용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류정선 대표도 언어치료실에서 일할 때, 바우처 등록을 위해 엑셀과 씨름했다. 엑셀로도 관리할 수 없어서 항상 따로 장부를 만들어 기록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가르치는 것 이외에 다른 업무에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는 게 싫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동료들과 만나기만 하면 서류 너무 많고, 미루게 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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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처 관리, 쉽게 할 순 없을까

류정선 대표는 관리자로 보내는 시간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끝에 시원컴퍼니를 세웠다. 구축하는 솔루션이 시원하게 막힌 곳을 뻥 뚫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회사 이름을 지었다.

일이 풀리려는 징조일까. 맘만 먹으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대구 무역회관 창조경제 혁신센터 내 C-LAB에 입주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C-LAB에 입주한 다른 전문가의 관리를 받으며 특수교육기관을 위한 ERP 솔루션 ‘올댓바우처’ 사업화를 고민했다.

개발자인 남편의 도움도 컸다. 기존에 있는 ERP 솔루션과 달리, 특수 교육기관을 위한 바우처를 통한 스케줄 관리, 바우처 관리, 회계관리 기능을 추가했다. 이 모든 기능을 마우스 클릭만 하면 자동화할 수 있게 개발했다.

“업무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므로 가능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들어도 기획 단계를 꼼꼼히 해서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지요. 개발을 담당할 좋은 파트너를 잘 만난 것도 있고요.”

올댓바우처는 재활치료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게 각종 기초 설정 항목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기관마다 월급 체계, 선생님마다 단가, 수업의 종류나 투입 인원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올댓바우처를 쓰면 치료사가 스케줄만 입력하면 급여와 매출 관리를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스케줄 표에서 바우처 서류를 입력하고 이를 서류로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월급계산, 바우처 서류 작성, 필요정보 입력 검색 출력이 터치 한 번으로 가능하다.

또한 웹과 앱을 통해서 이용할 수 있으므로 실시간 확인도 어렵잖다.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검색, SMS나 e메일로도 쉽게 전송할 수 있다.

“올댓바우처는 다른 시스템과 달리, 돈을 내는 원장님만을 위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치료실을 관리하는 원장님은 물론, 실제 바우처 업무와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 및 학부모가 모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스케줄을 중심으로 모든 업무가 원클릭으로 진행됩니다.”

상금·자문·네트워킹 세 마리 토끼 잡아

좋은 아이디어는 누군가 알아보게 마련이다. 류정선 대표는 지난 11월3-4일 이틀 걸쳐 대구 엑스코에서 진행된 ICT 경진대회인 ‘제2회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 오디션 분야에서 ‘대구광역시장상’을 수상했다. 총 상금 1천만원을 받았다.

“헐~ 대박! 2등도 아니고 1등이라 얼떨떨했습니다. 상금 금액을 확인해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계속 올라 가더라고요. 상 받을 생각으로 참여한 게 아니라 아이디어에 대한 검증도 받고, 멘토링 받을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뜻밖의 성과에 정말 기뻤습니다. 사업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문과, 네트워킹, 상금까지 3마리 토끼를 잡은 것 같습니다.”

GIF 오디션 분야는 스타트업의 사업 계획을 살피는 서바이벌식 경연을 벌이는 곳이다. 벤처캐피털(VC)이나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진흥원 등에서 나온 멘토들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검토한다. 각 멘토는 오디션에 참가한 팀의 사업성을 분석해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조언이나 기업 가치 개선방안 부분에 도움을 준다. 필요하면 VC에서 나서 투자자를 연결할 수 있게 돕는다. 그 외에 홍보 등 사업 판로 분야도 지원한다.

B2B 솔루션으로 불리는 ERP로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란 어렵다. 심지어 류정선 대표는 15년 동안 남을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하다 1년 전에 이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그런 가운데 멘토가 붙어 개선 방안을 알려주고, VC 투자자 연결을 돕는 GIF 행사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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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으로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정이라 힘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다른 대표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 더없이 좋았습니다. 피칭하고, 멘토링 받고 바로 수정해서 피칭하고, 이러한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사업 방향에 대한 군더더기를 제거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 시스템을 순발력 있게 소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류정선 대표는 이 행사를 통해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앞으로 투자를 받기 위한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방법 등 다양한 분야의 조언을 들었다. 시원컴퍼니는 여기서 얻은 조언을 바탕으로 앞으로 올댓바우처 무료버전을 통해 사용자를 늘리고, 그 후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유로 버전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교육 콘텐츠 개발을 통해 선생님들이 질 높은 수업, 아동들은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시원컴퍼니도 수입을 창출하겠습니다.”

‘제2회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는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주관한 스타트업 경진대회다. 아이디어톤, 스타트업 투자유치, 네트워킹을 위한 오디션, 초·중등학생의 ICT 경연인 루키 등 4개 분야로 나뉘어 무박 2일 동안 진행됐다. 시원컴퍼니는 1천만원 상금이 걸려 80개팀이 경연을 벌인 ‘오디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이디어톤은 ICT융복합 분야에 ‘오백져스’ 팀이, 소셜임팩트 분야에선 ‘WID’ 팀이 수상했다.

메이커톤에서는 스마트 디바이스 종목에서 ‘헤르메스’팀, 커뮤니티 매핑 종목에서는 ‘휠세이프티’팀, 사물인터넷(IoT) 종목에서는 ‘알이즈웰’팀 등 총 3팀이 대구광역시장상과 함께 상금 500만원을 수상했다. 이밖에 루키 분야에서는 마인크래프트에서 초등부 ‘에너지 리메이커’팀(한솔초), 중등부 ‘minecreft creature’팀(대륜중), 3D프린팅에서 초등부 ‘화나미’팀(화남초), 중등부 ‘3D station’팀(월서중), 드론에서는 초등부 ‘아주 Nice’팀(형곡초), 중등부 ‘Aeoro Group’팀(외삼중)이 각각 1등상인 대구시교육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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