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재계 총수들, 베트남 직접 챙긴다

[지디넷코리아]

국내 대기업들이 베트남과의 협력에 공을 들인다. 재계 총수들이 직접 베트남 국가 주석을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한다. 베트남이 주요 해외 생산기지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다 저렴한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는 'IT 개발자'의 수도 늘며 단순한 생산거점이 아닌 연구개발(R&D)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1일 베트남으로 출국해 22일 예정된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도 만날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이 2020년 베트남 공장을 찾은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2018~2020년 당시 베트남 총리였던 푹 주석과 3년 연속 회동하는 등 수년 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89년 삼성물산은 하노이에 사무소를 설치하며 삼성그룹과 베트남은 첫 인연을 맺었다. 이는 한·베트남 수교보다 앞선 시점이다. 2008년 이건희 선대회장과 판반카이 전 총리의 2005년 하노이 회담 이후 본격적으로 투자가 시작됐다. 현재는 총 6개의 생산법인과 1개 판매법인, 1개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베트남에 182억 달러(23조4800억원)를 투자했고, 올해 말까지 20억 달러(2조5800억원)가량을 더 투자해 투자액을 200억 달러(25조5800억원)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번에 준공을 앞둔 삼성 베트남 R&D 센터는 1만1603㎡ 용지, 지하 3층~지상 16층, 연면적 7만9천511㎡에 달하는 동남아 최대 규모 R&D센터다. 삼성이 해외에 R&D를 목적으로 세우는 첫 건물이기도 하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챙긴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준공식에도 직접 참석한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탈(脫)중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생산·판매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푹 주석도 이 회장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투자를 요청한 바 있다. 베트남은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 최대 생산 국가이기도 하다.

삼성만큼은 오래되진 않았지만 아니지만 효성과 베트남의 인연도 끈끈하다. 효성은 2007년 베트남 처음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총 35억 달러(4조5000억원)를 투자해 베트남 전역에 6곳의 생산 법인을 설립하고 1만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했다. 이는 베트남 외자기업 투자액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오른쪽)을 만나 베트남에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하는 등 사업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효성)

조현준 효성 회장도 지난 2016년과 2018년 푹 주석이 총리 시절 베트남에서 두 차례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그는 최근 방한했던 푹 주석과 직접 접견하며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베트남은 현대자동차의 주요 생산거점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부회장시절부터 베트남으로 수 차례 출장을 가 현지 공장과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현대차는 원래 베트남 대기업인 탄콩에 차량 위탁 생산을 맡겼으나 지난 2017년 탄콩에 HTMV의 지분 50%를 인수를 하는 방식으로, 총 자본금 66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웠다. 현대차가 동남아에서 현지법인과 합작법인을 세운 사례는 HTMV가 처음이었다.

현대차는 베트남을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일본 자동차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베트남은 일본차 영향이 낮은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2017년과 2019년 푹 수석의 총리 시절에도 개별적으로 만나 현지 사업과 투자를 논의했으며, 최근 방한한 푹 주석과도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등 베트남 현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그룹도 베트남 기업들과 사업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17년 11월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 쑤언 푹 당시 총리와 경제 관료를 면담했다. 최 회장은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에 이어 베트남 최대 유통 기업인 마산그룹 응우옌 당 꽝 회장, ICT기업인 FPT그룹의 쯔엉 자 빙 회장, 하노이국립대 응우옌 낌 썬 총장 등과도 잇달아 회동하며 양국 협력 기반을 다졌다.

최태원 회장(왼쪽에서 세번째)등 SK그룹 경영진이 당시 총리였던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주석(가운데) 등을 만난 모습 (사진=SK)

최 회장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베트남을 방문했다. 2019년에는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오른팔로 불리는 조대식 의장 등 SK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진과 함께 베트남을 찾았다.

그는 베트남 재계 1, 2위 기업인 빈그룹과 마산그룹 총수를 만나고 베트남이 자동차와 정보통신산업 클러스터 부지로 조성 중인 하이퐁 경제특구도 방문했다.

SK그룹은 여기서 더 나아가 2018년 10월 마산그룹 지분 9.5%, 2019년 5월에는 빈그룹 지분 6.1%를 확보했다. 팜낫부엉 빈그룹 회장에 이어 빈그룹 지주사 2대주주 자리에 오른 것이다. 투자 주체는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5개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SK동남아투자법인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정부 거물급 인사들과 만나 탄소 감축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당시 베트남 사절단은 한-베트남 경협 강화를 위해 방한했는데, 첫 공식 일정으로 국내 대기업과 면담을 택하며 SK그룹과 베트남 정부와의 관계가 긴밀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LG그룹 역시 베트남을 주요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롯데그룹은 중국을 대체할 판매거점으로 삼기 위한 투자를 단행 중이다. 그 결과 한국은 베트남의 2위의 교역 대상국이 됐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베트남과 대부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생산비 절감’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실장은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섰고,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산둥반도 지역은 1만2천~5천 달러까지 올라갔다”며 “반면 베트남은 1인당 국민소득이 3천만 달러로 인건비가 저렴한데다 토지도 더 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다변화로 베트남 투자를 늘리고 있긴 하지만,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보다 훨씬 저렴한 생산비용 때문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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