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출장·이사·취업 등 '급하게 잠깐 살 집' 필요할 때

[지디넷코리아]

#. 전세 계약이 끝나 새로운 집을 계약했다. 그런데 이삿날과 새 집 입주일이 맞지 않아 2~3주 다른 곳에 머물러야 한다면 어디에서 생활해야 할까.

#. 이제 막 대학을 졸업, 취업 혹한기를 뚫고 서울에 있는 직장에 들어가게 됐다. 그런데 당장 다음 주부터 출근해야 한다면, 어디에 머물며 출퇴근해야 할까.

#. 한두 달 지방으로 파견을 가야 하는 상황. 파견지 근처 숙소를 찾거나, 몇 시간 걸려 기차나 차를 타고 매일 집에서 출퇴근해야 하는데,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예전 같으면 잠시 부모님 댁이나 친척집 신세를 져야했을지 모른다. 혹은 어쩔 수 없이 호텔이나 모텔 숙박업소에서 비싼 돈을 주고 머무르는 수밖에 없다. 한두 달, 심지어 몇 주 단위로 계약해서 살 수 있는 집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년 전부터 공유숙박 ‘에어비앤비’가 생겨 좀 더 편리한 선택지가 생겼지만,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고 더러 불법 영업소도 있어 충분한 해결책 역할은 못 된다.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

이 같은 ‘단기 임대’ 틈새를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는 꿰뚫어 봤다. 짧게 머물 집이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이에 맞는 공급은 현격히 부족한 시장을 보고 지금의 회사를 창업, ‘삼삼엠투’(33㎡)라는 단기 임대 부동산 플랫폼을 출시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단기 임대를 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나타나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계약을 온라인으로 하겠다니, 사업 초기에는 신생 회사인 스페이스브이를 믿고 매물을 내놓기 망설이는 집주인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사업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시장이 열릴 거라는 확신이 든 박 대표와 직원들은 인터넷에서 단기 임대업을 하겠다는 사람을 샅샅이 뒤져 연락했다. 이마저 부족해 서울 대학가를 돌며 ‘임대’라고 적힌 곳에 전화를 돌렸다. 나아가 전단지를 만들어 오피스텔을 직접 돌면서 정성스럽게 각 집의 우체통에 꽂았다. 그렇게 2만개의 전단지를 돌렸지만, 삼삼엠투에 매물 등록을 의뢰한 곳은 단 2곳뿐이었다. 한 여름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일했지만 승률은 고작 0.01%였다.

“처음 단기 임대 집을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하고 힘든 일이었어요. 모든 직원이 매물을 찾으러 다녔죠. 전단지를 만들어 오피스텔을 열심히 돌아도 하루 1천개에서 1천500개 정도 꽂을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2만개를 뿌렸는데 2곳만 등록을 했더군요. 그래도 노가다 했던 기억들이 힘들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삼삼엠투 웹사이트

처음엔 한집한집 모으기가 힘들었지만, 현재 삼삼엠투는 입소문을 타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0월 기준, 서울과 경기권 중심으로 5천600개의 매물이 등록돼 있다. 이 매물 중 절반 이상은 단기 임대를 처음 해본 곳들이다. 이전까진 반신반의 했었지만, 단기 임대업이 공실률도 줄이면서 더 높은 수익도 챙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매물이 증가하게 된 것. 매물이 많아지니 이를 찾는 임차인 고객들도 몰려드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됐다.

삼삼엠투는 평균적으로 4주 계약이 기본이며, 보통 30~40대 이용자가 가장 많다. 출장 등 업무 관련 이용이 40%, 이사나 인테리어로 인한 단기 임대가 약 20%를 차지한다. 여행이나 휴식 목적도 25%나 된다.

“이런 선순환이 가능하기까지 2~3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망설이는 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단기 임대 자체가 좀 더 대중화 됐고 인식도 확산됐습니다. 지인들 추천도 높은 편이고, 스스로 소문이 나는 궤도에 오른 것 같아요. ‘단기 임대=삼삼엠투’ 공식이 점점 굳어지는 게 보입니다.”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박형준 대표는 과거 삼성화재 방재연구소에서 근무했었다. 그리고 공인중개사로 부동산 중개뿐 아니라 경매와 임대 관리 등으로 전문 영역을 조금씩 넓혔다. 낮은 연봉을 받고 부동산 경매 전문가 밑에서 주말도 없이 현장에서 일하고 배우기도 했다. 이 때 부동산 관련 지식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박 대표 말에 따르면 그렇게 10년 간 본인이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즐겼다. 게임처럼 말이다.

“삼성화재 때 연봉도 괜찮게 받았었는데, 사업을 하고 싶어 관두고 나왔어요. 당시 연봉 2천500만원 정도 받고 부동산 경매일과 투자 스터디도 하게 됐죠. 10년 정도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어려운 미션들이 주어지면 하나씩 깨 나가는 일종의 게임 같이 느껴졌어요. 실패하면 지우고 다시 깔면 된다 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

1인 청년 가구가 늘어나고, 직장 근속 기간은 점점 줄고 있다. 여기에 한류 영향으로 외국인들의 방문도 증가하고 있다. 계약 기간을 짧게 맺고 얼마간만 머물 수 있는 집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환경이다. 삼삼엠투와 같은 단기 임대 플랫폼 입장에서 유리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몇 달에서 몇 주까지 점점 짧은 계약이 이뤄지는 단기 임대 자체가 기존에 잘 없던 사업 영역인 만큼, 허가를 받아야 하는 숙박업과 경계가 모호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이런 단기 임대 사업이 더 커지고 혹여 어떤 연유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면 숙박업처럼 규제의 영역으로 편입돼야 할 수도 있다. 또 엄연한 부동산 계약인데, 전자계약이 법적 효력을 갖는다 하더라도 혹시 분쟁 발생 시 피해를 입지나 않을까 하는 시장의 우려도 있다.

그래서 박 대표는 이런 흐릿한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단기 임대 방식의 주거 생활의 필요성이 커졌고,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숙박업과 임대업을 나누는 경계가 법적으로 뚜렷이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2년 단위로 하던 임대차 계약이 주 단위 계약으로까지 내려오다 보니, 1일 단위인 숙박업과 겹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숙박업은 허가제이기 때문에 집주인분들이 걱정하는 지점이죠.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법률적으로 숙박업과 임대업이 좀 더 명확했으면 좋겠어요. 최소한의 가이드라도 정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삼삼엠투와 같은 단기 임대업과 숙박업과 가장 큰 차이는 공간만 제공되느냐, 아니면 공간과 더불어 입실 용품이나 청소와 같은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느냐다. 또 계약 형태도 서로 다른데, 단기 임대는 부동산 계약과 동일하다. 보증금, 월세, 관리비와 같은 항목이 포함되며 주소지와 누구와 계약이 이뤄지는지가 명확하다. 반면 숙박업은 해당 호텔 또는 모텔에 기간을 설정해 예약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할 뿐, 계약 단계에서 몇 호에 머물지 정하지는 않는다.

박 대표는 “삼삼엠투 때문에 집 구했다는 이용자 반응이 제일 많고 좋다”고 답했다.

“곤란한 상황에서 집을 구할 길이 막막했는데, 그래서 비싼 호텔이나 모텔에 갔어야 했는데, 삼삼엠투 때문에 집을 구했다는 얘기가 제일 좋아요. 반면 내가 원하는 지역에 구할 수 있는 집이 부족하다는 반응을 접할 때는 우리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죠.“

삼삼엠투를 이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호스트는 누구일까. 기존에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업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삼삼엠투 서비스로 넘어오는 것이 이득일까.

“집이 여러 채인 분들은 추천합니다. 특히 15~30개 원룸을 갖고 계신 건물주분들은 공실률과 단가 부분에서 무조건 좋아질 수 있어요. 기존에 월세만 줬는데, 이제는 단기 임대까지 같이 줄 수 있는 거죠. 또 아파트 집주인의 경우는 계획적인 부동산 처분과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어요. 이 경우 수익률이 꼭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파트를 팔거나, 전세를 줄 때 집주인이 원하는 시점을 상대적으로 쉽게 조정 수 있기 때문에 유연성 측면에서 좋은 거죠. 현재 에어비앤비를 하고 있는 분들도 편의성과 안전성, 수익면에서 좋습니다.”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

박형준 대표는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종합 플랫폼 기업이나, 직방이나 부동산 프롭테크 플랫폼들이 단기 임대 시장 안으로 들어와도 큰 걱정 없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대기업이 진출한다는 건 그 만큼 이 업이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는 증명이 될 수 있어서다. 또 큰 기업 보다 민첩하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하나의 사업에 올인할 수 있는 스타트업적인 업무 방식이야말로 스페이스브이의 주요 무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저희에겐 수년 간 쌓은 사업 경험과 데이터가 있어요. 네이버와 같은 대형 기업과 경쟁할 자신도 있죠. 직방이나 다방과 같은 프롭테크 기업들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하나의 고객 축이기 때문에 저희와 같은 서비스를 하긴 어려울 거예요. 오히려 스타트업들이 들어오면 정신을 바싹 차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단기 임대 중개에 있어 문제가 되는 지점들은 어디인지, 또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 모두 공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데 더욱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끝으로 박 대표는 단기 임대 업계에 선두주자로 보다 견고히 자리를 잡고, 이 시장을 확장하고 성장 시키는 데 힘쓴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내년 초쯤에는 보험 상품과 같은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만들어 집주인들이 보다 안심하고 매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했고, 부동산 관련 일을 10여년 하면서 이왕이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삼삼엠투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 좋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 구성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자아실현을 하는 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고요. 일하는 시간이 짜증나지 않고 즐거운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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