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강한결의 인디픽] 올드아이스 "게임 접근성 향상, 모두의 노력 필요해"

[지디넷코리아]

인디게임이 글로벌 게임산업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 가운데 독창성과 참신함을 매력으로 게임 이용자를 사로잡은 작품도 속속 늘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업계에도 인디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한국 인디게임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그래픽 없이 소리를 통해서만 미로를 탈출하는 게임이다. 올드아이스의 박재형 대표는 시각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고민 끝에 이와 같은 콘셉트를 게임에 적용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한해 게임 업계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게임에게 수여되는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 굿게임상의 주인공이 됐다.

박재형 올드아이스 대표

게임을 시작하면 '헤드폰을 쓰고 소리에 집중해 주십시오. 눈을 감거나 가리는 것을 권장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안내대로 헤드셋을 쓰고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청각 감각을 극대화해야 한다.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오직 청각에 의존해 정보를 얻어 미로를 탈출해야 한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5일 박재형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 대표는 "많은 분들이 게임을 즐겨주고 계시는데, 정말로 감사하다"며 "꽤 오래 전부터 게임 개발을 시작했는데, 이제 결과물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박 대표는 2019년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게임업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그는 게임개발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지만, 자신 만의 게임을 내고 싶다는 목표로 창업했다.

박 대표는 "이전에도 게임을 좋아하긴 했지만, 막상 개발을 하려하니 겁이 많이 났다. 지금은 다양한 게임 엔진들이 있고, 유튜브를 통해 커리큘럼도 잘 나와 있지만, 당시에는 조금 더 환경이 열악했다"며 "당시 바로 사업자등록증을 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느 정도 압박감이 있어야 더 열심히 일에 매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플로리스 다크니스 플레이 화면

플로리스 다크니스 개발 계기에 대해서는 "디자인 작업을 하던 도중 문득 '시각장애인들은 정보 습득에 제한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즐기기도 쉽지 않겠다는 것까지 이어졌다"며 "나중에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결국 플로리스 다크니스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기 게임 콘셉트는 시각적인 정보가 차단된 채로 무너진 건물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건물붕괴의 설정까지 더해지면, 심리적으로 이용자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게임의 핵심은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탈출하는 것이었기에, 여기에 맞는 방식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박 대표는 "결국 찾은 것이 미로 탈출 방식이었고, 지루함을 덜기 위해 어드벤처 요소를 더했다"며 "그러다 보니 던전 크롤러 장르 느낌도 더해졌다"고 얘기했다.

독창적인 플레이 방식을 부각하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도 있었다.

박 대표는 "우선 그래픽의 공백을 사운드로 풀어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운드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를 해야했다"며 "또한 시각 장애인 분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다. 문제는 이 분들을 대상으로 따로 테스트를 하는 것이 정말로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게임을 만들면서 최대한 내가 시각 장애인 분들의 입장이 돼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다행히도 텀블벅 투자 단계에서 게임을 재밌게 즐겼다는 분의 메일을 받고 뿌듯함을 느꼈다. 또한 최근 참석한 버닝비버에서는 스마일게이트 D&I(다양성 & 포용성)실 관계자 분이 시각 장애인 분과 함께 게임을 즐기러 오셨을 때도 기뻤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번에 굿게임상을 받고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을 했기에 당연히 좋았지만, 가장 기뻤던 것은 그동안 내가 했던 모든 일이 헛되지 않았다는 게 증명된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사들이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더빙을 비롯한 음성 안내가 장착돼야 한다고 본다. 청각 장애인을 위해서 게임 속 소리를 자막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며 "또한 원활한 조작을 위해 자유로운 키 세팅도 필요하다. 손가락이 불편한 이용자들도 최대한 제약없이 게임을 즐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우선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얼리액세스로 공개한만큼 정식버전 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내년 플레이엑스포와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를 통해 차기작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장르를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스토리 위주의 게임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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