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천당·지옥 오가는 정유업계...'정제마진 딜레마'

[지디넷코리아]

올해 상반기 침체에 빠졌던 국내 정유 업계가 시장 반등 기미로 살아나는 분위기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국제유가 역시 상승 추세다. 다만 수익성이 대외지표에 따라 출렁이는 만큼 사업체질 전환은 필수라는 평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8월 첫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1.5달러다. 정제마진은 지난 5월 둘째 주까지 정유기업의 손익분기점인 4달러 아래를 맴돌았으나 같은달 셋째 주를 기점으로 4달러를 돌파했다. 이어 국제유가의 상승효과와 맞물려 7월 셋째 주 6.8달러, 넷째 주 8.9달러까지 치솟았다.

정유업계의 수익성은 정제마진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올 상반기 뿐만 아니라 횡재세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지난해의 경우 정제마진은 한 때 29.5달러까지 폭등했다.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사진=에쓰오일

하반기 반등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조치가 오는 9월까지 연장됐고, 같은달 러시아 역시 공급을 하루 30만 배럴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가 서서히 효과를 보이면서 국제유가도 상승 추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실제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배럴당 87.11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같은날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 텍사스유(WTI) 역시 각각 86.24달러, 82.82달러로 거래를 마칠 만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름철 들어 항공유 수요가 대거 늘어난 데다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추가 경기 부양을 할 거란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외 여건에 따라 수익성이 널뛰기 하는 현상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정유 기업의 목줄을 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미국 서부의 원유시추 시설(사진=뉴시스)

최근 들어 정유 기업들이 탈 정유 드라이브를 것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에쓰오일은 널리 알려진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 정유·석유화학 스팀크래커(기초유분생산설비)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40%로 낮추고,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블루수소 등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바이오 항공유는 정유 기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바이오 항공유는 탄소를 배출하는 기존 항공유를 대체할 친환경 항공유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2025년까지 기존 항공유에 바이오 항공유를 최소 2%이상 혼합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오는 2050년까지 혼합비율을 70%까지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가격이 기존 항공유와 견줘 최대 6배까지 차이 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 역시 필수적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에 따라 사업 수익성이 뒤바뀌는 건 지속돼온 현상이다. 하반기 반등했다고 하더라도 대외 여건에 따라 또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면서 "바이오 항공유 사업 구축을 비롯해 정유 4사 모두 정유 분야 매출 비중을 낮추는 사업 전략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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