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미국 보안 시장 공략, 영업 대신 마케팅을 강조하는 이유

4년전 어느날이었습니다. 후배가 국내 네트워크 보안 업체인 지니네트웍스가 미국 시장에 도전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쓰겠다고 발제했습니다.

“쉽지 않을텐데…”하면서,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건냈습니다. 후배는 이유를 묻는 표정을 지었는데요, 기자는 이렇게 답한 것 같습니다.

“미국은 국내 보안 업체들의 무덤이다. 오래전부터 유명 보안 업체들이 미국 보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성과없이 철수했다. 한국에서 좀 한다 하는 업체라고 해도 미국에선 성공하기는 만만치 않다. 사업 환경 자체가 다르다. 지니네트웍스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후배는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지니네트웍스의 의지를 부각했지만 기자는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미국 보안 시장 진출은 의지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님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기자가 국내 사이버 보안 시장 초창기부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일본은 몰라도 미국 시장은 어렵다’였습니다. 지니네트웍스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기자 말고 업계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후 기자의 담당 분야는 여러 차례 바뀌었고 보안 업체들의 행보엔 큰 관심을 두지 못했습니다. 지니네트웍스의 미국 사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잊고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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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전 우연히  지니언스(지니네트웍스의 새로운 사명)에서 미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계연 법인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사자분들이 들으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지니언스가 아직도 미국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에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예외가 많지 않았던 ‘보안 업계 역사의 법칙’에 따라 1~2년 고생하다 성과 없이 돌어올 줄 알았는데 4년이나 버티고 있었다니 좀 의외다 싶었습니다. 버티기 작전에 의존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그런건 아니라고 합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나름 해볼만 하다는 뉘앙스도 풍깁니다. 한국 보안 업체들의 무덤이라는 미국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었을까요? 이제부터는 김계연 법인장으로부터 들은 지난 4년간에 걸친 지니언스의 미국 보안 사업 경험기입니다.

김계연 지니언스 미국 법인장.

4년 넘게 했다고는 하지만 지니언스가 현재 미국 보안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냉정하게 보자면 여전히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만 하는 건 아닙니다. 숫자로 크게 내세울 건 없지만 사업의 질 측면에선 나름 결실을 맺고 있다는게 김계연 법인장의 설명입니다. 그는 “레퍼런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느냐의 관점에선 의미있는 사례들이 최근들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과보단 과정을 봐야 한다는 건데요.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지니언스 미국 사업은 영업이 아니라 마케팅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업맨을 투입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알아서 제품을 바로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고객 지원도 많은 것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영업맨이 가진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제품을 팔 수 있는 구조를 갖춰 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영업맨에 의존할 경우 당사자가 퇴사하면 고객도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크지만 마케팅으로 만든 고객들은 회사에 계속 남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틈만나면 마케팅 퍼스트를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말은 쉽지요. 영업맨 없이 마케팅을 앞세워 기업용 보안 제품을 판매한다는게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김 법인장에 따르면 지사는 물론이고 본사 차원의 체질 개선 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지니언스의 주특기는 네트워크 접근 제어(Network Access Control, 이하 NAC)’인데요, 국내와 달리 미국 시장은 구축형이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 NAC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NAC`는 지니언스가 미국에 진출하고 나서 본사 차원에서 현지에 맞게 제품 전략을 바꾼 케이스입니다. 김계연 법인장은 “미국 지사 설립하면 본사도 바뀌어야 한다. 제품도 그렇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간 것도 이 때문”이라며 “하지만 현실에선 지사 때문에 본사 제품 전략이 바뀌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본사의 지원 속에 지니언스는 사람의 도움 없이도 고객들이 클라우드 NAC를 스스로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야 ‘마케팅 퍼스트’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들어보니 미국에선 지니언스 클라우드 NAC에 대해 구글 검색을 통해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영업 채널 중 하나라 구글 검색이라는 군요. 구글 검색으로 기업용 보안 솔루션을 사는건 대면접촉 비즈니스가 아직도 지배하는 한국 환경에선 쉽게 상상하기 힘든 장면입니다.

물론 지니언스라고 해도 매출이 없을 때, 중간중간에 영업맨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마케팅 퍼스트라는 원칙은 유지하고 있다는게 김 법인장의 대답입니다.

지니언스는 고객 지원도 가급적 사람 없이 해결하고 있습니다. 기업용 실시간 협업 서비스인 슬랙을 내부 소통을 넘어 고객 지원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도 중요한 것은 역시 본사의 변화입니다. 김 법인장은 “슬랙을 활용한 고객 지원은 영업 없이 고객들이 직접 바로 쓸 수 있는 제품을 본사에서 개발해줘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법인장에 따르면  지니언스의 미국 보안 사업은 마케팅 주도로 고객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습니다.최근 확보한 몇몇 고객들에 대해 그가 나름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회사가 큰 사고만 치지않으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고객들이라는 겁니다.

김 법인장은 올해 미국 사업 매출이 확 늘어날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미국은 한국 보안 회사들에게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는 점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길게 가기 위한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1차 관문을 통과하고 있다는 자신감은 엿보입니다. 이걸 밖에 있는 구경꾼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상장사다 보니 투자자들이 숫자가 받쳐주지 않은 해외 사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확실하게 확보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지니언스는 앞으로도 당분간 레퍼런스의 질을 따져 가면서 고객들을 하나둘씩 늘려나가는 행보를 계속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선 김 법인장은 지금까지의 노선을 바꾸거나 이쯤하면 되었으니 한국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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