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교류의 온기를 경험하다”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V.15

(섬네일=박민지 디자이너 mji@ditoday.com)

부스를 꾸미는 손길이 분주하다. 작품에 대해 물으면 밝은 웃음이 먼저 나온다. 손에 구매한 굿즈를 소중히 들고 가는 사람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보인다. 붐비는 행사장에는 투명하게 진심인 사람뿐이다. 창작에 대해 함께 나누고 싶은 그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열의는 배경과 언어, 인종을 넘어 다양한 사람의 활발한 교류를 야기한다. 이곳은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다.

서일페에 방문하기 위해 코엑스에 모여든 인파

지난 6일 서울 코엑스. 붐비는 인파가 눈에 띄었다. 모두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이하 서일페)를 찾은 방문객이었다. 이번 서일페는 ‘Joys of illustration(일러스트레이션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7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열렸다. 입장 대기 시간이 1시간을 넘겼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씨메이커스가 주최하는 서일페는 2015년 첫 개최 이후 2020년 팬데믹 이슈를 제외하면 매년 꾸준하게 개최되고 있다. 2015년 참가부스 250개, 전체 관람객 3만여 명으로 시작한 행사는 어느덧 지난 2022년 12월 참가부스 814개, 전체 관람객 6만 2,00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명실상부 국내 대표 일러스트레이션 행사다.

‘즐거움’을 주제로, 역대 최대 규모

행사장을 가득 채운 방문객

이번 서일페는 부스만 1,000여 개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지난 행사의 814개의 참가부스에서 200여 부스가 더 늘어난 수치다. 규모가 커진 만큼 ▲주제관 ▲세미나 ▲글로벌 기획관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됐다.

주제관에는 가장 트렌디한 국내외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라이브 페인팅과 작가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할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가 마련된 ‘SIF 글로벌’이 열렸다. 서일페의 과거와 미래가 담긴 ‘SIF 벌스 프로젝트 2030’을 통해 서일페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었고, 새로운 서일페 BI가 담긴 굿즈도 볼 수 있었다.

컨퍼럼스룸 328호에서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를 확장시켜, 그리는 즐거움·보는 즐거움·성장하는 즐거움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세미나 ‘SIF 세미나’가 열렸다. 해당 세미나에는 반려견과의 재밌고 따뜻한 일상을 담은 만화로 12만 4,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작가 멍디, 뛰어난 그림 솜씨로 54만 6,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일러스트레이터 겸 강사 콕스 등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유명 인사가 참석, 팬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SIF 프렌즈 부스

서일페가 직접 큐레이션한 공간도 눈에 띄었다. 바로 V56 기획관에서 열린 ‘SIF 프렌즈 ’다. 태국 일러스트레이션 트렌드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서일페가 직접 방콕 일러스트 페어에서 선정한 20인의 대표 작품이 전시됐다.

빼곡하게 들어선 1,000여 개의 부스 가운데도 눈길을 끄는 곳이 많았다. 특색 있는 국내 작가는 물론, 50명이 넘는 해외 아티스트, 디지털 아트에 필수인 타블렛 대표 기업 ‘와콤’ 등 아트 관련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했다.

콘텐츠가 가득한 이번 서일페는 그저 즐기기에도 좋지만, 인사이트를 얻기에도 적격이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모두 창작 활동이다. 지속적인 창작 활동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DI팀도 저마다의 인사이트를 발견하기 위해 행사장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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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를 사로잡은 인사이트 일러스트레이션

다양한 색의 천으로 꾸민 마투스 작가의 부스

지욱 디자이너의 인사이트 부스:

V56- 마투스(@cerebrum_art.original)

지욱 디자이너의 눈길을 사로 잡은 ‘마투스’작가의 부스는 태국 일러스트레이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SIF 프렌즈 기획관에 자리 잡았다.

마투스 작가는 태국 일러스트레이터로, 신화·문학·사회를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 부스를 꾸민 천은 인도의 전통 문양이다. 그의 작품은 전통 문양과 같이 클래식하지만, 모던한 색감을 갖춰 마냥 고전적인 느낌만을 풍기지는 않았다.

지욱 디자이너는 “어느 작품이든 당시 시대와 트렌드, 사회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회를 투영하는 그림을 예술적으로 그리기는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쁘게만 그린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마투스 작가는 작품과 부스에 대해 열정을 담아 끊임없이 설명해 주었다”며 작가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여유로운 휴식이 느껴지는 수빈 작가의 부스

철민 디자이너의 인사이트 부스:

H34-수빈(@ssu_binne)

홀로 전시장 곳곳을 관람하고 돌아온 철민 디자이너의 손에는 ‘Let’s go picnic’이라는 문구가 귀엽게 적힌 ‘수빈’작가의 포스터가 들려 있었다. 녹음이 푸른 어느 날을 그대로 담아 놓은 포스터는 나른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수빈 작가는 ‘여유로운 순간’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린다. 햇빛이 비추는 강가, 한 여름의 바닷가 등 밝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작품을 통해 휴식의 매력을 전달한다.

철민 디자이너는 “일러스트 관련 행사를 자주 방문한다. 관련 행사에 방문할 때면 늘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깃든 작품을 찾게 된다. 전시된 수빈 작가의 작품에는 그런 점이 모두 녹아있어 발길을 멈추고 오래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생성형 AI로 일러스트 제작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투닝의 부스

찬호 디자이너의 인사이트 부스:

V55-투닝(tooning.io)

찬호 디자이너는 가장 기억에 남는 부스로 기업 ‘투닝’의 부스를 뽑았다. 투닝은 생성형 AI를 통한 웹툰 공유 플랫폼이다. 생성형 AI와 일러스트레이터의 공존에 대한 찬반이 끊임없이 화두에 오르는 가운데, 서일페에 등장한 생성형 AI 관련 콘텐츠는 많은 이의 이목을 끌었고, 찬호 디자이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당 부스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왔다는 찬호 디자이너는 “네이버 웹툰에서 AI를 활용한 웹툰 제작에 관련된 논란이 있었다. 이렇듯 일러스트레이터 사이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토론이 활발한데, 이렇게 활발한 토론의 주제인 생성형 AI에 관한 프로그램이 하나의 부스로 자리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귀여운 도구리 굿즈로 가득한 도구리 부스

민지 에디터의 인사이트 부스:

V04-도구리(@doguri_officia)

민지 디자이너는 분홍 너구리가 그려진 쇼핑백을 손에 들고 돌아왔다. 분홍 너구리의 정체는 NC소프트에서 만든 직장인 너구리 캐릭터 ‘도구리’였다.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어려운 도구리 부스는 매년 사회 초년생의 마음을 대변하는 ‘K-직장인 콘셉트’를 주제로 특별한 참여 이벤트와 굿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럭키 드로우 뽑기’ ‘사원증 발급’ ‘입사 지원서 작성’ 이벤트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민지 디자이너는 도구리가 그려진 귀여운 사원증을 보여주며, “귀여운 도구리를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부스의 이벤트에 참여하니 내가 정말 직장인 도구리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귀여운 캐릭터와 독특한 이벤트로 사람의 눈길을 끄는 도구리가 다음 행사에는 또 어떤 이벤트를 준비할지 기대된다”며 도구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명화를 귀엽게 재해석한 파머스의 부스

동욱 에디터의 인사이트 부스:

Q21-파머스(@farmus155)

동욱 에디터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고전 명화를 소재로 한 ‘파머스’ 부스였다. 수많은 현대적 스타일의 오리지널 작품과 일러스트 사이에서 고전적인 멋과 깊이를 담은 명화는 더욱 빛을 발했다.

파머스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 등 여러 고전 명화를 패러디한 작품을 선보였다.

동욱 에디터는 “단순히 유명한 구도만을 활용해 오리지널 캐릭터 위주의 작업을 진행한 다른 유사 콘셉트 작품과는 다르게, 파머스는 여러 유명 화가의 특징적인 색감이나 인물·환경·빛 표현·독창적인 붓터치까지 세심하게 재현했다”며, “이렇게 공들여 작업한 작품은 충분히 눈길을 끌고 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물론, 이를 활용한 굿즈는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고 감상을 전했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리아리 작가의 부스

민호 에디터의 인사이트 부스:

N21-리아리(@l._.liart)

빼곡하게 늘어선 부스 중 에디터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부스가 있었다. 바로 리아리 작가의 부스다.

물감의 거친 질감과 강물과 구름에 박힌 눈동자 등 자칫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림을 둘러싼 동화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특히나 눈길이 머문 작품은 나비와 거미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 리아리 작가는 해당 시리즈에 대해 “동화로 만들어진 나비와 거미의 이야기를 어른의 모습으로 의인화해 새롭게 표현했다”며 “서로가 서로의 소중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마냥 밝지 않은 작품 분위기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건조한 일면과 닮았다. 그 속에서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가는 것에 대한 동화적 표현은, ‘기댈 수 있는 타인을 희망해도 괜찮다’는 커버린 어른에 대한 따뜻한 위로로 느껴졌다.

직접적인 감정 교류의 가치

지금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공유가 쉬운 세상이다. 클릭 한 번이면 전세계에 자신의 창작물을 보여줄 수도, 반대로 감상할 수도 있다. 홍보를 위해 발로 뛰어야 했던 과거에 비해 자신의 창작물을 알리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서일페와 같은 오프라인 행사에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으로 불편함 없이 소통하고, 작품을 공유할 수 있는데 굳이 오프라인에서 모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때때로 디지털로 나누는 교류의 온도에서 미지근한 결핍을 느낄 때가 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물리적 교류의 따뜻함에 대한 결핍 말이다.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은 아직 존재한다.

빼곡하게 들어선 부스마다 활발한 소통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작품을 통해 위로와 기쁨을 얻듯, 작가 또한 자신의 작품이 누군가의 마음을 다채롭게 채워줄 수 있음을 느끼며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 같은 직접적인 감정의 교류야말로 이번 서일페의 주제인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한 즐거움’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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