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부모님 죄송해요" 1340원 환율에 유학생 '눈물'

[지디넷코리아]

"부모님이 요즘 환율 때문에 힘들어하세요"

미국 뉴욕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이모씨(23)는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환율이 계속 올라 등록금과 생활비를 보내는 부모님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예전보다 20~30% 돈을 더 보내주셔야 해서 부모님이 부담스러워하시는 것 같다"며 "외식을 줄이고 좀 더 걸어다니기도 하고 학교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일 대비 5.20원 상승한 1,345.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달러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일부 인사의 매파적 발언으로 긴축 의지가 재부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2.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달러·원 환율이 1340원을 넘어서면서 유학생과 교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 탓에 현지 생활비 부담이 커져 씀씀이를 줄이고 여행계획을 변경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345원을 넘어섰다. 이는 2009년 4월 이후 13년 4개월만에 최고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의지가 재부각되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13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치솟는 환율에 달러를 사용하는 국가의 유학생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교환학생 임모씨(23)는 "방학 동안 여행하려고 했는데 환율 때문에 100만원이 더 나가게 돼서 숨만 쉬면서 살려고 한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환전을 좀 더 많이 해서 올 걸 그랬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학생들에게 돈을 보내는 부모들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는 직장인 문모씨(56)는 "작년에 비해 돈이 몇백만원 더 드는 것 같다"며 "우리는 한명만 보내서 그나마 돈이 덜 드는데 아이 둘씩이나 보내는 집들은 죽어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외 교민들도 환율 상승으로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반응이다. 필리핀에서 수입업을 하는 박모씨(55)는 "원자잿값이 올라서 물건값도 너무 올랐는데 환율까지 이렇게 야단이니까 배로 힘들다"며 "한번에 들여오는 컨테이너값이 예전에 비해 900만원이나 오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치솟은 환율로 해외직구나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향수를 알아보던 직장인 최모씨(30)는 "세일이라길래 들어가서 봤는데 환율 계산해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사는 게 더 싸더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여행 가려던 대학생 이모씨(26)도 "미국 물가가 싸지도 않은데 환율까지 올라서 여행경비가 2배로 드는 것 같다"며 "결국 더 싼 태국으로 가려고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미국 유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져온 돈도 떨어져가는데 당분간 장도 보지 말아야겠다' '환율 떨어지는 것만 기다렸는데 1290원대에 갔어야 했다' 등의 게시글이 올라온다. 우대 환율을 받을 수 있는 은행 등을 공유하는 모습도 보였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데다 한미 금리 역전 우려도 있어 종합적인 이유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좀 더 환율이 오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은 오히려 부담을 덜었다는 반응이다. 부모님이 미국에 산다는 황모씨(24)는 "예전에는 용돈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려고 밥을 해먹는 편이었는데 요즘엔 외식 횟수가 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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