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기업과 산업정책 분리···KOTRA·중견기업 관할 등 논란"

[지디넷코리아]

선거의 계절이다.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 선거다. 이번에는 유독 부처 개편에 대한 제안들이 더 쏟아지고 있다. 대전환기의 대통령, 포스트 코로나19의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촉매제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 10회에 걸쳐 정부 조직개편에 관한 시리즈를 마련한다. 조직개편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바람직한 대안과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8일, 국내 경제에 관한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1인당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오는 2030∼2060년에 0%대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측한 것으로 보고서 내용이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가 된다. 우리 경제에 나쁜 신호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했다. 이는 UNCTAD 설립 5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90여 국가가 회원으로 있는 UN 산하 기구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대한민국은 1950~60년대 세계 최빈국이였지만 한강의 기적을 거치며 세계 10위권 경제에 우뚝섰다. 그러나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2017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했지만 4만달러, 5만달러 달성은 요원하다. 소득 4만, 5만달러 달성은 대기업과 함께 중소벤처기업이 보다 큰 역할을 해줄때 가능하다.

4차산업혁명 가속화할수록 중소벤처기업 역할 커져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할수록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역할은 더 커진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를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경제 주체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50년간 조연이였던 중소벤처기업계가 이제는 주무대에서 힘차게 뛰어줘야만 우리 경제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존립 이유이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9.9%와 82.7%의 고용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날에 난관이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회피하고 있다. 여기에 양극화 확대, 플랫폼 및 비대면 확산, 디지털전환 가속화, ESG 및 탈탄소 본격화,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변화 같은 외부 대형 변수가 즐비하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벤처기업은 잘못 대응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A대학 교수는 "한때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며 잘나가던 국가들이 무너진 이유는 반기업 정서에 중소벤처기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기업 역할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제는 대기업보다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 소득 4만, 5만달러 문턱을 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차기 정부에서는 보다 정교한 중소기업 정책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7월 26일 부 출범 4주년과 중소기업청으로 출범한 지 23년 만에 새롭게 둥지를 튼 세종청사에서 현판제막식을 가졌다.

중기부, 산업부 외청으로 있다 2017년 7월 26일 장관급 부로 승격

현재의 중소벤처기업부는 1996년 공업진흥청을 흡수하면서 독립 외청인 중소기업청(중기청, 차관급)이 출범했고, 이어 2017년 7월 20일 정부조직법이 개정됨에 따라 장관급 부처로 승격했다. 이후 홍종학, 박영선 장관을 거쳐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권칠승 장관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

산업부 외청으로 있던 중기청이 부로 승격한 것은 각 부처에 산재한 중소기업 정책을 조정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처(處)는 부(部)와 달리 종합적 정책 수립권이 없고 입법 발의권과 부처 간 행정 조정권도 행사할 수 없다. 장관급 부처가 된 중기부는 예산도 크게 늘었다. 올해 16조8240억원에서 내년에는 18조원이 편성됐다. 반면 한때 중기부를 품었던 산업부는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5.6% 늘어난 11조8135억원으로 잡혔다. '까마득한 아우'였던 중기부가 '큰형'인 산업부보다 연간 예산이 무려 6조원 이상 더 많아졌다. 내년 18조 중기부 예산은 4차산업혁명 주무 부처로 20조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과학기술과 방송, ICT를 아우르는 과기정통부의 내년 예산(18조6000억원)과 맞먹는다.

예산 등이 늘어난 중기부는 지난 4년여간 부 승격에 따른 역할을 제대로 했을까. 본지가 벤처기업협회에 속한 회원사 100여곳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은 "그럭저럭 만족한다"는 반응이였다. 일부 부정 의견도 있었다. B대학의 한 교수는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자원부 소속 외청에서 중기부로 승격했지만 인원과 예산만 확대됐을 뿐 과거의 외청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 정책 수립과 집행은 주로 경제부처들과의 부처간 협조가 주를 이룬다. 과거 청단위 보다 부처로서 힘은 커졌지만 장관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면서 "나름 파워와 탁월한 역량이 있는 장관이 업무를 수행하면 중소기업을 위한 입법과 정책 집행에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

신생 부처다보니 시스템이 아닌 장관 역량에 따라 부처 위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중기부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본지가 학계와 산업계 오피니언 리더 50명에게 물은 결과 대다수가 "일부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뜨거운 감자인 산업부와의 통합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부분 말을 아꼈다. 중기부는 부로 승격하면서 산업부에서 테크노파크(TP) 관할권을 가져왔다. 또 금융위에서는 기술보증기금(기보)를 이관 받았다. 중기부가 KOTRA를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 6월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있다.

기업 태동서 성장까지 전 주기 정교하게 지원해야

중기부의 기능 조정과 관련해 마지막 중기청장(2016.1~2017.7)을 지낸 주영섭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석좌교수는 산업 정책과 기업정책을 분리해 산업정책은 산업부로 보내고 기업정책만 중기부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교수는 "중기부를 만들때 컨셉이 있었다. 기능을 확대하는냐 축소하느냐를 떠나 앞으로 이 컨셉을 존중하는 방향으로갔으면 좋겠다. 컨셉의 핵심은 산업정책과 기업정책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산업정책이다.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산업을 육성하고 융합하는 건 산업정책에 해당한다. 반면 기업 정책은 기업이 어떻게 태동해 발전하는 지를 살피고 이에 필요한 즉 자금과 인력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고 해석했다.

스타트업이 창업해 유니콘과 데카콘이 되고, 또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잘 성장하는 지의 성장 사다리가 잘 작동하는 지 살피는 게 중기부 역할이라는 것이다. 주 교수는 중기부가 청 시절에도 부처럼 독자적인 정책 수행 기능이 있었다면서 중기부가 너무 독자 영역을 고집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박근혜 정부때 중기부는 차관급 청이지만 청장이 장관들만 참석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곤 했다. 중기청장은 국무회의 뿐 아니라 경제 장관 회의에도 멤버였다.

주 교수는 기업 정책을 중기부가 맡아야 한다는 원칙에서 생산성본부와 신용보증기금(신보), 산업부의 중견기업도 중기부가 관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OTRA 이관에 대해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대신 중기부가 맡고 있는 제조혁신은 산업 차원이니 산업부로 넘겨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비대면 산업과 DNA 신산업 육성 역시 산업 부분이니 산업부나 과기정통부가 할 일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개발 이후 사업화 지원 미흡...민간 전문가 더 활용해야

20년 이상 중기부에서 근무하다 퇴임해 모 대학 규제혁신정책개발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C 씨는 중기부가 중소벤처 제조업 육성과 내수 및 수출판로 개척의 정책 수립과 집행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숫자가 많고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소상공인 정책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자금 집행은 삼가는 한편 정책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개발(R&D) 정책 사업은 나름 성공적이지만 개발 이후 사업화(판로개척, 매출상승)에 대한 정책이 소홀하다면서 "이는 공무원들의 낮은 전문성(내수판로, 수출판로 개척 등)에 기인하므로 민간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규제 혁신 정책을 주문했다. ‘중소벤처기업의 규제혁신 정책'을 수립해 규제완화에 소극적인 부처 및 공무원이 스스로 규제혁신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혁신과 관련,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0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21' VIP 간담회 연설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행정관료가 '이것만 하라'고 정해주는 포지티브 규제로는 적응이 어렵다"며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 역시 이 자리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자본과 노동의 투입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며 미래 성장 동력과 규제 혁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기부가 각 시도에 설치한 지방중소업청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C 씨는 "각 지방 중기청이 중소기업이 경험하고 있는 각종 애로나 규제를 발굴해 본부에서 취합하고 이를 각 부처와 협조해 규제혁신을 하는 일을 정부 내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왼쪽 세번째) 등이 지난 7월 중소기업 ESG 경영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한 칸 건너 진옥동 신한은행 은행장.

다른 부처도 중기 지원 역할...보다 바람직한 중기부 역할 찾아야

중기부 지방 청장 출신으로 현재 사단법인 중소기업정책개발원(KISME) 규제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의준 센터장(경영학 박사)은 "산업정책 하나만 가지고 보면 산업부는 상수가 아니고 변수다. 산업부는 대기업 위주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중기부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애초 산업을 먼저 키웠다. 산업정책이라는게 없을때, 그때 만들어낸게 기업이다. 지금은 기업이 자생적으로 막 생긴다. 이게 생기면 산업이 된다"면서 "다른 부처도 다 기업지원을 하는 현실에서 중견기업, 소기업, 소상공인의 개념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소상공인 정책을 분리,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은 정책 파트만 남기고 지원 등은 지자체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부처도 중소기업과 관련한 걸 하고 있다면서 "돈 안쓰고 효율적으로 하는게 규제 완화고 정책"이라면서 "돈가지고 밀어 붙이면 안된고 머리를 짜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 정부선 보다 많은 스타트업 현장 목소리 들어야"

중소벤처 강국의 한 축이 스타트업이다. 다음 정권의 스타트업 정책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업과 스타트업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D 씨는 "다음 정부가 계속 가져가야 할 게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듣고 그에 따라 신속히 움직이는 것"이라며 "지금은 너무 늦어 (스타트업들) 속이 터진다"고 들려줬다.

실제 김슬아 컬리 대표는 지난 8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초청해 주최한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서 "스타트업은 속도가 생명인데 관계 부처 사업 관련 질의에만 1년이 소요된다"고 말한 바 있다

. C 대학 교수도 "최근 국내에 휘몰아치고 있는 요소수 사태도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시그널(신호)이 있었지만 정부가 이를 민감히 받아들이지 않아 사달이 났다"면서 "누가 정권을 잡든 다음 정부는 지금보다 더 세밀히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지원 강화는 두 대선 후보가 동일한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 8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주최한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서 "스타트업 정신으로 이전 정부들을 뛰어넘는 대규모 국가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견 0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