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모든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좋아할까?

근무 환경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변화를 맞았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엔 하이브리드 근무(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근무 방식)를 도입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 이전처럼 다시 전면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한 기업도 많은데,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이 사무실 근무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출근이 싫어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는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정도면 직장인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섬네일 디자인. 황철민 디자이너 hcm93@ditoday.com

기자의 재택근무 일수는 열흘이다. 이직 전 회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3일, 지금의 회사에선 반대로 본인이 확진자가 돼 7일 격리하며 재택근무를 했다. 모든 코로나 증상을 다 겪은 탓에 재택근무 기간은 정신없이 아팠던 기억뿐이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장기간 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궁금했다. 여러 경험담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했다.

30대 여성 익명 제보자

지금의 회사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됐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편하다. 이직 전 회사에서도 재택근무를 했었다. 하지만 거리두기 해제 이후엔 주 5일 중 이틀은 출근해야 했다. 회사가 먼 것도 아닌데 어찌나 힘들던지··· 퇴근 후 헬스장도 못 가고 침대에 뻗었다. 재택근무 때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냈기에 ‘굳이 사무실에서 일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확실히 사무실 근무보다 재택근무가 더 잘 맞는다는 걸 느꼈다.

30대 여성 익명 제보자

교육 직무를 맡고 있어 재택근무를 거의 할 수 없었지만, 지난해 코로나가 한창 심했을 때 재택근무를 했었다.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출퇴근을 인증했고, 매일 퇴근 전까지 어떤 업무를 했는지 시간대별로 기재해야 했다. 1시간 내로 끝나는 업무가 거의 없어 시간대별 업무를 명확히 나누기 어려웠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것처럼 똑같이 일했는데, 뭐라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형식적으로 업무 내용을 쓴 적도 있다. 이 시스템의 목적이 집에서 긴장을 놓지 않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해 일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무실 근무 때보다 귀찮았던 건 사실이었고, 집에 있다고 해서 마냥 편하지 않았다.

30대 남성 익명 제보자

회사 특성상 보안 유지 때문에 재택근무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생기다 보니 잠시 재택근무를 했었다. 이때 관리부서가 영상통화로 재택근무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영상통화가 어색하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겼다. 나중엔 현재 위치가 표시된 지도까지 공유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사생활 침해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고 재택근무 방식에 답답함을 느꼈다.

20대 여성 익명 제보자

재택근무가 뭐지? 먹는 건가? 하하··· 재택근무를 절대 할 수 없는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재택근무하는 사람이 제일 부러웠다(사실 지금도 마찬가지). 코로나 대유행 때 병원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원래도 인력이 부족한데, 직원 중 확진자라도 생기면 2주간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다들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KF94 마스크 위에 페이스 실드는 기본이었고, 일회용 장갑 대신 수술용 장갑을 끼기도 했다. 마스크는 금세 땀범벅이 돼 하루에 3~4개씩 새것으로 교체했고, 손바닥은 습기가 차 습진이 생겼다.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한동안 얼굴엔 혹 같은 여드름이 가득했다. 당시 내 통장은 피부과 진료로 탈탈 털렸다(눈물이 앞을 가림). 이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재택근무가 불가한 직업군이라 서럽기도 했다.

30대 남성 익명 제보자

2년 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전체 회의 또는 출장 때만 출근하고 있다. 재택근무로 삶의 질이 높아진 건 무조건 인정한다. 일단 왕복 3시간 출퇴근길의 지옥철을 피할 수 있어 좋다. 항상 찌들어 사무실에 들어가거나 집에 갔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이너피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출퇴근에 걸리던 시간을 운동으로 소비하다 보니 몸이 굉장히 좋아졌다(기자가 보기엔 자신에게 매우 취한 듯).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자기관리 시간이 늘어난 점인 것 같다. 요즘은 업무에 도움되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 얼른 승진하고 말 테다!

20대 남성 익명 제보자

남들은 재택근무가 엄청 편하다고 했는데, 나는 전~혀 아니었다. 내게 재택근무란 ‘감시’의 연속이었다. 업무 시간 내내 화상회의 화면에 얼굴이 보여야 했고, 화장실 가느라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전화가 왔다. 사무실에선 이렇게까지 눈치보지 않았는데··· 차라리 출근하고 싶었다. 시도 때도 없이 업무 용무로 전화가 걸려와 워라밸은 완전히 깨져 버렸다. 당시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다.

20대 여성 익명 제보자

현재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다. 업무가 내 성향과 잘 맞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하다)’라고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우리 회사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재택근무에서 전면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했다. 단 개발자는 제외하고. 사무직은 매일 출근해야 하지만, 개발자는 선택 사항이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이렇게 차별 대우를 노골적으로 당하다니··· 내 자신아, 문과 나와서 미안해···.

모든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좋아할까? 경험담을 들어보면 ‘케바케(Case by Case)’, 즉 경우에 따라 다르다. 유연한 근무 체계로 재택근무했던 사람은 대체적으로 만족했고, 시대착오적 방식으로 근무했던 사람은 불만족감을 드러냈다. 재택근무는 ‘그림의 떡’인 사람도 있었다.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라지만 이런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어려운 기업이 많다. 협업 툴과 화상회의 등을 이용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고, 하이브리드 근무 시스템을 구축하자니 자체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근무가 사내 문화로 정착되려면 우선 리더와 직원 간의 ‘동상이몽’을 해결해야 한다. 최근 실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사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근무에 대한 리더와 직원 간 인식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리더들은 재택근무 시 ‘업무 진척도와 생산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다’ 등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반면 직원들은 ‘재택근무로도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사무실 근무보다 오히려 효율성이 높다’ 등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문화는 마치 페스츄리와 같다. 페스츄리는 반죽을 접었다 밀대로 미는 과정을 반복해 만든 빵으로, 여러 겹의 얇은 층과 바삭한 결이 특징이다. 문화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페스츄리처럼 여러 과정을 거쳐야 화합이 이뤄진다.

리더는 젊은 세대 의견에 귀 기울이며
직원은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성세대를 배려하고
회사는 이 모든 것을 포용한다면
모두가 만족하는 근무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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