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성장을 추구하는 클리셰 같은 개발자 전수열

클리셰(Cliché)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연출되는 상황을 지칭하는 프랑스어다. 자주 사용되는 만큼 우리에게 익숙함이나 친근함을 전달하며, 이를 바탕으로 전개될 내용 예측에 도움을 준다. 개발자 관련 클리셰도 있다. 뛰어난 사람들로 팀을 구성할 때, 개발자는 항상 포함되고 구성원 중 가장 어리다. 처음에는 나이로 관심받지만, 점차 본인의 능력으로 자신이 천재라 불리는 것을 증명한다. 이렇게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발자가 인덴트코퍼레이션에 있었다.

디자인. 손찬호 디자이너 bbt0808@ditoday.com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사진. 신주희 기자 hikari@jerome

나의 길은 스스로 개척하는 개발자

메이플스토리에 빠져 있던 11살 소년은 한 사이트를 접했다. ‘무료로 게임 머니를 준다’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해당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출해야 했다. 요즘은 이러한 초보적인 피싱에 당하는 사람은 없지만, 당시에는 성행하던 수법이었고 11살짜리가 이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해당 사이트와 이벤트가 사기라는 것을 파악했다.

이를 계기로 웹사이트 제작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나모웹에디터를 공부했다. 제로베이스에서 웹사이트를 만들다 보니,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요소가 생길 때마다 자발적으로 학습했다. 수소문을 통해 디자인 고수를 알게 됐고, 그에게 디자인도 배우고 디자인 자문을 구하며 간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대구에 사는 11살의 전수열과 천안에 사는 9살의 디자인 고수는 인터넷을 통해 교류하며 서로의 역량을 키워갔다.

학생 전수열의 목표는 확실했다. 취미이자 특기인 프로그래밍 능력의 확장이었다. 특성화고인 디지털 미디어 고등학교(이하 디미고)로 진학했다. 디지털 인재가 모인 특성화고답게 전문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기준은 남달랐다. 11살에 프로그래밍을 스스로 공부하고, 웹에서 팀을 조직해 플래시 게임을 만들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랜 고민과 부모님과의 의논 끝에 학교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의 다음 스텝은 ‘SW마에스트로’ 과정이었다. 이는 대한민국 SW 산업을 선도할 SW 인재를 육성하는 정부 지원 사업으로, 직접 프로젝트 기획·개발을 할 수도 있고 SW 분야 전문가에게 멘토링 및 심화교육 등 각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SW 마에스트로 2기에 합격한 그는 마지막 단계까지 수료한 뒤, 즐거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2013년 ‘조이플’을 창업했다.

개발자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더 강했던 그는 2014년 한 스타트업의 iOS 개발자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그는 3여 년간 혼자 앱을 구축하고 개발했다. ‘본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은 병행한다고 생각하는 그였기에, 일당백의 업무를 처리하는 와중에도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역량 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런 열정과 노력이 쌓이며, 그는 국내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네임드가 됐고, 그가 속해 있던 ‘스타일쉐어’도 연일 사용자가 증가하며 대표적인 패션 앱이 됐다. 개발자 전수열이 프로그래밍과 만난 지 어느덧 17년이 지났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그의 다음 행선지는 동영상 후기 플랫폼 ‘브이리뷰’를 운영하는 인덴트코퍼레이션이었다.

남들과 다른 길, 다른 결과

CTO님은 개발자를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현실에 있는 비즈니스를 개발이라는 도구로 풀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백엔드 개발자나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도 하고, 다루는 문제에 따라 게임 개발자 혹은 서비스 개발자가 되죠.

본인은 어떤 개발자인가요?

저는 인덴트코퍼레이션의 개발팀을 리드하고 있는 CTO 전수열입니다. 저희팀은 AI 기반 동영상 리뷰를 만드는 B2B 서비스 ‘브이리뷰’와 B2C 서비스 ‘스프레이’를 개발하고 있어요.

회사 상황에 따라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도 하고 백엔드 개발자가 됩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백엔드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어요. 예전에는 프론트엔드에 관심이 많았어요.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백엔드 API를 바탕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 부분을 작업하기에, 좋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선 백엔드를 잘 알아야 하죠. 반대로 좋은 백엔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선 프론트엔드 부분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병행했죠. 더불어 지금은 개발팀을 이끌고 있기에 회사의 비즈니스 문제개발자의 언어로 바꾸고 있어요.

비즈니스 문제를 개발자의 언어로 바꾼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 하더라도 회사의 비즈니스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면 좋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없으니까요. 회사의 비즈니스를 파악하고 개발팀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설정합니다. ‘비즈니스팀과 개발팀과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11살 때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시작은 메이플스토리였어요. 무료로 게임 돈을 준다는데, 어린 마음에 바로 참여했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제출하기] 버튼만 누르면 됐어요. 그런데 버튼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려보니, 넥슨과 관련된 사이트가 아닌 개인 메일 링크가 뜨더라고요. 이상함을 감지하고,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후에 피싱 사이트라는 것을 알게 됐죠. 이를 계기로 웹사이트 제작을 비롯, 프로그래밍을 시작했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개발이라는 도구로
해결하는 사람


11살의 김성지였다면 부푼 마음으로 버튼을 누르고 펑펑 울었을 텐데, 11살의 전수열은 다르네요. 어린 시절에는 컴퓨터를 많이 해서 부모님이 싫어하셨을 것 같아요.

다들 비슷할 테지만, 어린 시절에는 컴퓨터를 허락받고 해야 했죠.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접하고 나니 신세계였어요. 아는 명령어가 늘어날수록 구현할 수 있는 게 많아졌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에 비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제한적이었죠. 그래서 컴퓨터를 할 수 없는 시간에는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연습장으로 정리했죠. 그리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쥐는 순간, 준비했던 것을 빠르게 구현했죠. 이것이 습관으로 정착됐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요.

행적이 남달라요. 고등학교 진학이나 자퇴 등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선택의 기로에서 제가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 경우가 다수 있어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과 의견이 달랐는데, 저는 제가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어요. 부모님이 제 판단 기준에 공감하신 후에는 든든히 지원군이 돼 주십니다. 그 예시가 디미고 진학할 때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대구에 살았고, 디미고는 안산에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당시만 하더라도 부모님 세대는 ‘특성화고=실업계’라는 인식이 있었죠. 우선은 일반고로 진학했고, 디미고로 전학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수시 최저 등급처럼 ‘모의고사 1등급’이 지원 자격이었거든요. 제가 목표를 위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신 후에는 적극 지원해 주셨습니다.

SW마에스트로 과정(출처. SW마에스트로 웹사이트)

불과 20살 전인데, 인생의 변곡점을 여러 차례 만든 것이 놀라워요. SW마에스트로 과정도 궁금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디미고도 제가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지인이 추천해 줬고, SW마에스트로 과정도 디미고 재학 중인 친구가 알려줬어요.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됐지만, 다행히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졌네요.

저는 SW마에스트로 2기에 합격했어요. 당시에는 3단계로 진행됐어요. 1단계에서 100명을 선발하고, 2단계는 30명, 3단계는 10명만 통과하는 구조였죠. 여기서 최종 인증을 받으면 창업까지 할 수 있고요. 이 과정에서 뛰어난 멘토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데, 저는 게임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두 명의 멘토를 만났어요. 두 분에게 소프트웨어 지식은 물론,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과정을 들을 수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이 부분이 정말 유익했어요. 프로그래밍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실무팁은 어디에서도 배우기 힘든 귀중한 정보거든요. 덕분에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시장에 대한 이해와 흐름을 배웠습니다. 이는 지금까지도 도움되고 있어요.

그렇게 창업한 게 ‘조이플’이군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비전이 있었죠. 처음에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즐거움을 주는 방식이 꼭 게임일 필요는 없잖아요? 같은 취미를 지닌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전수열 CTO

인덴트코퍼레이션의 브이리뷰와 스프레이, 예전에 있었던 스타일쉐어와도 결을 같이 하는 군요.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으실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소셜미디어나 플랫폼를 만드는 곳으로 갔네요.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내가 공부하고 싶은 기술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곳으로 간다면 제가 관심 있는 것을 배울 수 있거든요.

유능한 개발자가 되는 법, 야크쉐이빙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개발자라면 당연히 개발을 잘해야겠죠. 흔히 개발을 지식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개발도 운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운동도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다양한 상황에서 그 기술을 활용하죠. 개발도 똑같아요. 프로그래밍 지식을 알고 있는 거랑 본인이 활용할 수 있는 거랑 천지 차이거든요. 하나의 코드를 익히더라도 다양하게 활용해야 본인의 코드가 됩니다. 여기에 예민함이 있다면 더욱 좋은 거 같아요.

예민함?

코드를 작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성한 코드를 유심히 분석합니다. 여기서 아쉬운 부분을 찾는 거죠. 찝찝한 느낌이 있지만, 프로그램 구동에는 문제없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거죠. 이러한 점이 운동과 비슷해요. 설령 풀업(턱걸이)을 하더라도, 봉을 잡는 그립이나 팔 각도가 조금 달라지면 운동 효과나 자극받는 부위가 달라지죠. 이때 본인이 평소와 다름을 느낄 수 있는 예민함이 있다면 그 원인과 결과를 분석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같은 풀업을 하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응용할 수 있을 테고, 더 좋은 효과로 이어지는 거죠.

주니어 개발자분들이 이런 예민함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그냥 지나쳐요. 자신이 작성한 코드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예민함으로
문제점을 찾고
개선책을 도출한다


이런 예민함이라면 개발 뿐 아니라 모든 직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장하길 원한다면 스스로 느끼고 노력해야 해요. 인덴트코퍼레이션도 예민함을 갖춘 개발자를 찾고 있어요. 현재 역량도 중요하지만, 예민함을 지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라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거든요.

우선 프로그래밍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지만 늘 하던 업무에만 국한돼선 안됩니다. 회사 업무 외에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돼요. 기존에 백엔드을 개발했다면 프론트엔드 개발을 조금씩 하는 것처럼요. 개발자는 협업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팀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돼요. 회사에서 3 정도의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7만큼의 노력해야 해요.

마땅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없다면 회사에서 작성한 코드를 개인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좋아요.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일을 제 시간에 마치는게 중요하다 보니 아쉬운 대로 트레이드오프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평소에 못했던 야크쉐이빙(Yak Shaving)도 해보고요.

야크(Yak) 털 깍기(Shaving)

야크쉐이빙?

개발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인데, 칼린 비에리(Carlin Vieri)가 만든 용어입니다. 그는 ‘본래의 목적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했어요. 하지만 저는 본래의 목적을 잃는 것이 아니라면 야크쉐이빙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을 하기 위해 저것이 익히는 등 예민하게 원인과 분석하며 자연스레 역량도 커지거든요. 다양한 시도를 하며 직접 활용하는 것과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결국, 개발자가 가진 총 역량이 커질 테고 그만큼 회사도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과 회사, 모두가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저는 ‘팀 문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개발팀 같은 경우는 ‘실수해도 되는 환경’을 만들려고 해요. 물론 여기서 끝나면 안 되죠.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팀이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실수하죠. 그때 부담 없이 서로 피드백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실수해도 되는 환경이라 함은 내 부족한 부분을 동료가 메꿔줄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죠. 능력에 대한 상호 신뢰가 전제조건이죠. 이를 바탕으로 피드백의 속도가 빠르다면 좋아요. 피드백이 없고, 자신이나 상대방의 실수를 찾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수열 CTO

이걸 실천하기 위해선 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아요.

특히 개발 영역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프로그래밍은 역할 분담이 확실하죠. 그렇기 때문에 업무 독립성이 크고, 각자의 작업물이 모여 하나의 프로그램이 됩니다. 이는 큰 회사로 갈수록 규모가 커집니다. 이 경우, 자신의 작업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해요. 마치 건물 공사에서 저는 벽돌 담당인데, 내가 만든 벽돌이 100층 빌딩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르는 경우처럼 말이죠. 그래서 개발팀 리더는 회사에서 원하는 비즈니스를 잘 파악하고,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팀을 리드해야 합니다. 또한, 업무 수행 시 각자에게 맞는 미션을 할당하고, 전체적으로 조율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빠른 피드백을 바탕으로 거시적 비전과 미시적 비전을 제시하며 우리팀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디로 어느 만큼 왔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3:7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업무와 사이드 프로젝트의 비율


이것이 CTO님의 역할이군요. 업무 시 루틴이 있나요?

저는 어렸을 때 습관이 이어진 것 같아요. 업무를 수행하기 전이나 수행할 때 아이데이션을 많이 합니다. 우선 제가 납득돼야 몰입할 수 있고, 다른 사람도 납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첫 단계로,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을 고민해요. 그 후, 걸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구상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종착 시까지 여러 지점을 만들어 놉니다. 그래야 피드백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요.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막히는 구간이 있는데 이때 혼자 답을 찾는 것도 좋지만, 집단 지성을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일 때가 있거든요. 혼자서 답은 찾은 경우라도, 결과를 공유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기 위해선, 서로가 하는 업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죠. 그러다 보면 다른 영역에 대한 역량도 성장하게 됩니다. 그 팀의 퍼포먼스가 향상될 테고, 회사의 성장으로 직결되죠. 회사가 성장하면 더 수준 높은 프로젝트가 우리팀에 할당되고, 우리팀은 더욱 크게 성장하겠죠. 저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믿기에, 더욱 좋은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라는 직업에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져요. 그렇다면 개발자를 하며 힘들었을 때가 있나요?

흠… 물론 고민을 많이 했을 때나 난이도가 높았던 프로젝트 등 개발자로서 성장통을 겪었던 때는 있었지만, 힘들었던 때는 없었던 것 같아요.

CTO님! 보통 사람들 기준에서는 스타일쉐어 초기 시절을 힘들었다고 말할 거에요. 3년 간 혼자서 스타일쉐어의 iOS 파트를 담당하셨잖아요.

그 시절에는 즐거운 기억만 가득해요. 물론 커머스 론칭할 때는 밤새워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평소 구현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이를 위해 갖춰야 하는 역량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작업과 더불어, 여러 공부를 해야 했어요.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도파민의 힘을 빌렸(?)기에 힘든 기억보다는 즐거운 기억이 더 큰 것 같아요. 최근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제가 인덴트코퍼레이션에 입사한 후였어요. 저희 팀은 영상 후기 커머스 플랫폼 ‘스프레이’ 론칭을 위해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제주도에 워케이션을 할 수 있는 회사 오피스가 있는데, 제주도가서 바람 좀 쐬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처음에는 농담으로 시작됐지만, 놀라운(?) 추진력으로 진행됐어요. 7명이 워케이션을 갔죠. 워케이션은 제게도 처음이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두 달을 지내야 한다는 것, 기존에 없던 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등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니더군요. 하지만 이는 기우였어요. 비록 바람을 쐰 기억보다는 일한 기억이 더 많지만, 같이 생활하며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 어떠한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등 서로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나눴어요. 또한 저희가 목표한 일정에 맞게 앱을 론칭했어요. 이는 제 인생에서 소중한 기억이 됐죠.

아직도 프로그래밍이 즐거운 개발자

저도 CTO님만큼 자신의 직무를 사랑하고 즐길 수 있다면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발자의 매력은 무엇이죠?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개발자를 ‘현대판 마법사’라 표현했어요.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공감 가더라고요. 현실 세계이면서 현실 세계가 아니죠. 개발자는 프로그래밍으로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어요. 또한, 내가 만든 작품이 제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기획과 제작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직무는 흔하지 않거든요.

이쯤 되니 CTO님이 인덴트코퍼레이션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인덴트코퍼레이션은 참 특별합니다. 보통의 회사는 SaaS면 SaaS만 하고, 커머스면 커머스만 하죠. 또한 B2B나 B2C 중 택일입니다. ‘브이리뷰’는 B2B SaaS 서비스로, 이미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어요. AI 챗봇이 동영상 리뷰를 수집하고, 브이리뷰를 이용하는 쇼핑몰은 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스프레이’는 B2C 서비스입니다. 실구매자의 영상 후기를 공유하는 플랫폼입니다. 자신의 리뷰을 통해 제품 구매가 발생하면, 보상으로 이어지죠. 이렇듯 인덴트코퍼레이션에서는 다양한 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브이리뷰 영상 후기 기반 ‘자동화 마케팅 플랫폼(AMP)’

말씀하신 내용도 매력적이지만, 인덴트코퍼레이션의 개발 문화가 제일 매력적이에요. 요즘 기업이 추구하는 진정한 ‘수평적 조직’의 모습인 것 같아요.

이제는 디지털과 모든 분야가 관련됐을 정도로 디지털이라는 단어는 디폴트가 됐어요. 그만큼 개발 규모와 개발자 수는 빠르게 증가 중입니다. 협업이 필수인 만큼 여럿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하죠. 또한 팀원은 내가 작성한 코드를 처음으로 접하는 사용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서로를 이해시킬 수 있는 조직 문화 구축이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CTO로서 어떤 개발자와 함께 하고 싶으신가요?

앞서 말했듯 개발자는 현실에 존재하는 비즈니스 문제를 개발이라는 도구로 풀어내야 해요. ‘비즈니스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도 중요하죠. 물론 개발이라는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예민함’ 한 스푼이 첨가된 개발자라면 저희와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인덴트코퍼레이션 사무실

최근 많은 코딩 교육 플랫폼과 부트캠프로 인해 주니어 개발 인력이 공급되고 있어요. 앞서 말씀하신 예민함을 바탕으로 역량을 키우면 되겠죠? 그렇다면 이들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요?

우선 주니어 개발자라면 실수를 안 하면 좋지만, 이 시기에는 당장 1인분 하기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예민함을 바탕으로 역량을 키우며 이 시기를 최대한 단축해야 겠죠. 다음 단계가 미들급 개발자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개발자 품귀현상이라 말하는 것도 ‘미들급 개발자 부족’을 의미합니다. 미들급 개발자라 한다면 3~4명 정도의 팀을 이끌 수 있는 개발자이며,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팀원이 잘하고 있는지 등 기준을 정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들 연차로 구분하려 하지만, 특히 개발자는 개인 능력과 노력에 따라 편차가 큰 직군이기에 연차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타인이 불편함을 느끼기 전에 자신이 코드에서 불편함을 찾아내고, 타인의 코드에서도 불편함을 찾아줄 수 있다면 기준이 명확하게 보일 겁니다.

저도 미들급 기자가 돼야겠어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궁극적인 프로그램이 있나요?

예전부터 이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부자가 된다면, 무엇을 구현하고 싶을지 생각했죠. 아직은 답을 못 찾았어요. 아직까진 미래를 그리기보단 현실의 전수열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불편함을 해소하는 게 즐겁거든요. 혹시라도 답을 찾는다면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전수열 CTO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목표를 향하다 보면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실 자신은 알고 있다. 괜찮지 않다는 것을. 전수열 인덴트코퍼레이션 개발자는 이를 예민함이라고 말하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개선한다. 하루하루 타협하지 않다 보니 그는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발전된 개발자로 거듭나고 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누군가를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한 분야의 장인을 만나면, 뜨거울 정도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전수열 CTO에게도 엄청난 열정을 발견했지만,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활활 타오르는 열정보다는 주변을 따스하게 만드는 햇살 같은 열정이랄까.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격언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노력을 즐기는 천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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