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2019 메이커] 집중도·감정 측정하는 학습 페이스메이커

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매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입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집중도뿐만 아닌 감정까지 측정하는 인간적인 공부 도우미
학습 페이스메이커 황주선 & 박지현 메이커

 

뇌파 센서와 감정 인식 인공지능(AI)를 이용한 학습 페이스메이커를 만들고 있는 황주선 메이커와 박지현 메이커는 독특한 인연으로 같이 만들기를 시작했다. 황주선 메이커가 대학교에 나와 인터랙션을 강의할 때 박지현 메이커가 학생으로서 수업을 듣던 중 컴퓨팅과 메이킹에 더 관심이 생기며 내친김에 협업까지 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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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으로 뭉친 두 메이커가 만드는 학습 페이스메이커는 얼굴의 표정을 인식하고 뇌파를 측정해 집중도를 확인하면서 수험생의 전체적인 학습 페이스를 점검하고 이를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학부모와 공유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이 기기가 만들어진 까닭과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들었다.

황주선(왼쪽) 그리고 박지현(오른쪽) 메이커가 학습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웃음을 지었다. (사진=장지원)

학습 페이스메이커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계기부터 듣고 싶어요.

황주선 메이커(이하 주선)  작년에 제 조카가 입시를 치렀어요. 그 아이의 부모인 제 동생과 얘기하다가 동생의 입장으로는 조카가 잘 공부하고 있는지 혹시 피곤하거나 다른 이유로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지 등 컨디션에 궁금증이 많더라고요. 부모로서 지원해주고 싶은데 자식이 방에 틀어박혀서 안 나오고 있으니까 이를 알 길이 없다며 고충을 말해줬어요. 조카도 나름대로 컨디션이 들쑥날쑥 하는데 이를 부모에게 일일이 말하기도 쉽지 않고 자기 진단도 잘되지를 않으나 수능을 앞두고 있으니 앉아 있기는 해야겠더라 했죠.

이렇듯 가족에게서 드러나는 문제가 보이니까 조카의 현재 감정과 집중도를 기록하면 자신만의 객관적인 지표가 생기니 페이스 조절에 도움 되지 않을지, 일정 부분을 학부모와 공유한다면 커뮤니케이션 면에서도 도와주지 않을지 생각했죠. 그게 딱 작년 추석 무렵이었어요.

학습 페이스메이커의 핵심이 되는 프로그램이나 장치는 무엇인가요?

주선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라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중에 얼굴 관련 정보를 분석해주는 게 있어요. 그 가운데서도 저는 감정과 관련된 값에 주목했죠. 분노부터 경멸, 혐오, 두려움, 행복, 무표정, 슬픔, 놀람까지 총 여덟 가지 감정을 분석해주는데요. 그래서 공부하는 사이 얼굴 사진을 찍으면 표정을 짚어보며 값을 불러오게 해 상태를 확인하고요.

또 하나는 뇌파를 페이스메이커에 활용하는 거였어요. 뇌파 센서를 착용해 전극과 연결하고 집중하거나 명상하면 관련 수치가 올라가거든요. 이 또한 프로세싱에서 불러와 쓰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죠.

학습 페이스메이커를 구성하는 핵심 장비와 부품

학습 페이스메이커의 하드웨어는 무엇무엇으로 구성되나요?

주선  전체 구성은 뇌파 센서, 카메라, 라즈베리 파이, 모니터 그리고 웹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질 거예요. 먼저 카메라가 제 얼굴을 찍으면 이미지 속 표정을 분석해서 여덟 가지 감정의 값을 쭉 띄워주고요. 뇌파를 측정하는 센서는 집중도를 주로 측정해 현재와 평균 수치를 알려주고 시간별로 그래프 또한 함께 보여주면서 현재 얼마나 차분히 집중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도록 하는 식으로 작동하죠. 아마 최종으로도 이와 같은 화면에 가깝게 마무리할 거예요.

다만 화면 속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공개하고 있으면 오히려 수험생으로서는 여기에 신경을 쓰느라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 집중도가 너무 안 좋아지면 빨간 LED를 깜빡이게 한다든지 경고 메시지 정도만 주든지 하는 편이 어떨까를 계속 논의하는 상태예요.

학습 페이스메이커가 MC스퀘어나 여타 공부 애플리케이션과 갈리는 차이점은 어디일까요?

주선  MC스퀘어는 저도 써보지는 않았는데 제가 듣기로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기능성 기기라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학습 페이스메이커는 그보다는 스스로 자기를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기기거든요. 어떻게 보면 자기 정량화(quantified self)라고 해서 자신의 일상을 쭉 기록해 패턴을 분석했을 때 나도 모르던 나만의 습관을 보고 나를 재발견하고 재진단하는 경우에 가까울 것 같아요. 이로써 이때면 내 집중도가 너무 떨어지니 쉬어야겠다든지 지금 감정 상태도 최상이니까 공부를 계속 치고 나간다는지 등을 수험생이 알아서 관리할 수 있겠죠.

박지현 메이커(이하 지현)  저는 학습 페이스메이커가 차별화되는 부분이 감정을 같이 측정하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공부 애플리케이션은 공부하는 시간과 공부한 양 정도만 관리하는 스케줄러 역할만 하잖아요. 그러나 지금 공부하는 내 상태가 어떤지 알려주는 기기는 아직 별로 나오지 않았거든요. 가뜩이나 우리나라 입시에서는 스트레스 문제가 매우 크고 힘들어도 참고서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고요. 그런 점에서 이를 수치화하고 객관화한 알림이 있으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부디 잘 돼서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기자가 직접 학습 페이스메이커를 사용해 감정 그리고 집중도를 측정하고 있다.

내 학습 페이스를 수험생 스스로 돌아보고 학부모와 공유한다는 면도 인상적이에요.

주선  학부모 입장에는 아무래도 걱정도 많이 되는 한편 하나하나 말로 물어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이는 한창 공부하기 바쁜 수험생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기에 서로 힘든 소통 문제를 비대면으로 정보 일부분을 공유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게끔 돕고 싶은 거예요. 하다못해 과일이라도 깎아서 주고 싶은데 지금 들어가기가 적절한지 아닌지 결정하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애플리케이션 연동을 통해 현재 또는 최근 한 달 동안 누적된 학습 페이스를 수험생과 학부모가 함께 보면서 어려울 때는 격려해주고 잘할 때는 응원해주며 어떻게 하면 더욱 효율을 올려 공부할 수 있을지도 논의가 되지 않을까 해요. 물론 이 과정이 실현되려면 양측의 사용자인 수험생과 학부모 간에 적정한 선에서 합의가 필수겠죠. 수험생 입장으로 감시당하는 느낌이 와서는 안 되고 학부모도 보는 둥 마는 둥 해서는 효과가 반감될 테니까요.

학습 페이스메이커를 만들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없었나요?

주선  기술적으로는 어렵다고 할 부분은 현재 많지 않은데요. 그 대신 인공지능이 생리학적 정보를 측정해서 알려주는 자기 정량화의 측면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어요. ‘기계가 전해주는 이 정보를 정말 나 자신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선생님이 학생을 지도할 때는 선생님이라는 권위와 선생님을 향한 신뢰 덕에 학생들이 인정하지만 기계가 나를 보고 당신의 상태는 이렇다고 했을 때 그 결과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은근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학습 페이스메이커가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을지가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 같아요.

 

두 메이커는 학습 페이스메이커가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를 도와주는 작품이 되기를 꿈꾼다.

그 외에 좀 더 보강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주선  이런 시도가 많지 않았고 선행연구가 부족하다 보니까 도대체 어느 정도나 집중도가 유지됐을 때 독려든 경고든 메시지를 띄워야 할지가 가장 큰 난관이에요. 우리가 직접 테스트를 거쳐서 새 데이터를 쌓아 만들어야 하는 수밖에요. 그런 면에서 메이커 페어 서울 2019가 우리가 실질적인 데이터를 비롯해 피드백까지 얻어갈 아주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고요.

데이터가 충분히 모인다면 구글 텐서플로라는 인공지능 플랫폼에 학습시키고 연동해서 당장의 감정과 집중도 체크를 넘어 학습자마다 집중에 최적화된 학습 패턴을 권장하는 데까지도 나아가고 싶어요. 중장기적으로 누적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학습 페이스와 연관된 일반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해드리는 거죠. 이번 메이커 페어를 토대로 아마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훨씬 업그레이드된 학습 페이스메이커의 등장이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는 학습 페이스메이커를 어떻게 재미나게 보여주고 싶은가요?

지현  메이커 페어에서 실제로 여러 관람객이 써보게 하려면 그냥 이런 걸 만들었다고 보여주기보다 학습 페이스메이커를 착용하고 간단한 퀴즈를 풀게 할 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혹은 큐브나 퍼즐을 맞추게 해서 얼마나 몰입하고 집중하며 체험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면 부모와 자녀 단위로 오는 관람객들이 한 번쯤 멈춰 서서 써보고 싶지 않을까요?

주선  또 하나는 뇌파를 이용해 집중력 놀이나 대결 구도를 만들어서 어떻게 뇌파를 들여다보고 활용할지 얘기하는 것도 재미날 듯해요. 제가 2017년도에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뇌파를 소재로 ‘마음!=마음’이라는 작품을 전시한 적이 있는데요. 뇌파를 측정해 집중도가 오르면 나를 비추는 스크린의 주변은 흐릿하게 사라지고 가운데 나만 홀로 남은 것처럼 보이게 한 작품이에요.

사실은 집중이라는 건 뭘까? 기계가 내 집중도가 몇 점이라고 말하면 거기에 만족할 수 있나? 같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는데요. 큐레이터의 말에 따르면 부모님들이 내 아이의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측정하는 용도로 그렇게들 썼다더라고요.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도 이처럼 즐기고 갈 수 있게 만들어보고자 해요.

2017년 백남준아트센터에 황주선 메이커가 전시한 마음!=마음

글·사진 |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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