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치약 짜듯 빠르고 반듯하게...3D 프린터로 집 짓는다

[지디넷코리아]

X축(가로) 6m, Y축(세로) 5m, Z축(높이) 4m 짜리 대형 3D프린터가 황토 반죽을 치약 짜듯이 출력한다. 20시간을 쉬지 않고 움직여 무언가를 만든다. 누군가 들어가 따뜻하게 몸을 누울 이 곳의 크기는 가로 4.5m, 세로 2.8m, 높이 2.4m 짜리 황토 찜질방이다.

3D 프린터 벤처기업 '뉴디원'은 이달 3D프린터로 만든 황토 찜질방과 가정용 소형 주택을 공개했다. 뉴디원은 집을 만들기 위해 대형 건축용 3D 프린터 '654'를 자체 개발했다. 654는 3차원 설계도를 기반으로 황토, 콘트리트 등 다양한 건축 재료와 원자재를 층층이 쌓을 수 있다.

3D프린터 전문 스타트업 뉴디원이 3D프린팅으로 제작한 황토 찜질방 (사진=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뉴디원이 이번에 함께 공개한 가정용 소형 주택은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33제곱미터(약 10평) 크기 1층 짜리 건물로, 총 11시간 동안 제작했다. 황토 찜질방은 일체형 외벽을 출력해 만든 반면, 콘크리트 주택은 높이 3.5m 기둥형 골조 2개를 만든 뒤 대형 벽체 2개 등을 연결해 지었다.

3D프린터로 만든 찜질방과 집은 일종의 모듈형 주택이다. 작업 공간에서 제조해 건축물을 사용할 장소로 옮겨 사용한다.

김민규 뉴디원 대표는 "올해 안에 황토 찜질방 판매도 시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올해 강원도 춘천에 3D프린터로 건축 작업을 할 대규모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관련 법의 한계로 6평 미만 농막 주택, 조형물 등만 지을 수 있어 이번에 공개한 소형 주택은 판매할 수 없다"며 "일단 토목에 들어가는 블록, 인공 어초 같이 법 테두리 안에서 3D프린팅할 수 있는 것부터 제작 판매하겠다"고 설명했다.

뉴디원이 제작한 건축용 대형 3D프린터 654 (사진=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최근 미국에서는 3D프린팅 주택이 실제 주거용으로 보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3D프린팅 전문기업 아이콘(ICON)은 건축업체 레나(Lennar)와 함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근처에 3D 프린터로 주택 100채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아이콘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3D 프린팅 건축 기술은 폐기물을 줄이고 설계 자유도를 높인다"고 설명한다 "기존 건설 방법보다 더 빠르게, 저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이콘은 미국과 멕시코 전역에 3D프린팅으로 지은 집 24채를 공급했다.

미국 3D프린터 전문기업 아이콘은 올해 3D프린팅 주택 100채를 지을 계획이다. (사진=아이콘)

프랑스, 중국, 아랍에미리트에서도 3D프린터로 집을 짓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는 201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2층 짜리 사무실 건물을 3D 프린팅해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건설용 3D 프린터 관련 기술과 시장은 점점 발전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세계 3D프린터 건축 시장 규모가 2024년이면 15억7천500만달러(약 1조 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건축용 3D프린팅의 최대 장점은 비용·인력·시간을 절약하고, 날씨 영향을 덜 받는 점이다. 김민규 대표는 "바닥 기초 공사를 제외한 대부분 공정을 자동화해 인건비와 재료비,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재작년 펴낸 기술리포트에서 "노동집약적인 건축·건설 산업에서 3D프린팅의 활용은 안전 문제, 긴 공사 시간, 대규모 폐기물 및 탄소 생성 등 산업에서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으로 인정받는다"고 분석했다.

아이콘의 건설용 3D프린터 (사진=아이콘)

기존 콘크리트 시공 기술은 대형 거푸집 또는 형틀이 필요해 많은 인력을 공사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3D프린팅을 이용하면 복잡한 형틀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건설 시간과 재료 운반비는 물론 폐기물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또한, 3D프린터로 건설현장을 자동화해 비·눈이 내리거나 해가 져도 비교적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건축용 3D프린터가 상용화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건축·건설 산업에서 3D프린팅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짚었다.

국내에서는 건축법상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건축물을 3D프린팅할 수 없다. 아직 관련 인증, 안전 기준,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관련 업계는 3D프린터로 골조와 외벽을 짓다가 별도 노동력을 투입해 철근, 전기 배선, 배관 등을 설치하는 등 보편적인 공사 과정의 변화를 실제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지도 고민 중이다.

미국 아이콘의 건설용 3D프린터 출력 모습 (사진=아이콘)

이호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전임연구원은 "3D 프린팅 기술은 시공자동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술로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완전한 성능을 갖는 구조물 출력 자동화를 달성하기에는 이르다"고 지난해 보고서를 펴냈다. 건설, 기계, 설비, IT 등을 더한 융·복합 연구를 바탕으로 3D프린팅 기술을 건설에 적용하는 설계, 재료, 장비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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