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임기 내 정신건강정책 틀 완성한다는 尹…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지디넷코리아]

정부가 5일 발표한 ‘정신건강 혁신방안’에 관심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 정신건강정책의 틀을 완성하겠다고 밝혔고, 주무기관인 보건복지부는 관련 내년도 예산을 3천866억 원으로 편성, 올해보다 706억 원이 증액 편성하는 등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 대통령 주재로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 대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예방·치료·회복 전 과정의 지원체계를 재설계해 정신건강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쉽게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일상적인 마음 돌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리상담지원서비스 대상자가 당장 내년에 8만 명, 임기 내에 10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 ▲전 시군구 내 정신 응급 병상 설치 ▲입원환경 개선 ▲사례 관리 강화 ▲정신건강 재활 인프라의 전 시군구 설치 ▲편견·차별 철폐 등을 약속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윤 대통령은 “임기 내에 정신건강정책의 틀을 완성하겠다”라며 “세부 정책을 가다듬어 내년 봄까지 제대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윤 대통령의 약속대로 임기 내 체감 가능한 정책 변화를 도출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재까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정부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모양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이번 혁신방안과 비전선포를 계기로 ‘진정한 대한민국 정신건강정책 혁신을 위한 대전환’을 시작하기를 희망한다”라면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구성에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 과반 이상 참여시킬 것 ▲정신건강정책 혁신을 위해 현실적인 국가재원 투입 등을 요청했다.

이렇듯 ‘정신건강 혁신방안’은 향후 10년간의 정책 방향성을 짠 것이다. 혹자는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신건강 관련 정책의 방향성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적극적 건강관리와 재활, 편견 해소, 자살률 감소 등의 비전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동일하게 유지되어 있다.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

이번 ‘정신건강 혁신방안’에는 자·타해 위험 있는 환자에 대한 ‘외래치료 지원제’의 확대 적용 부분이 포함돼 있다. 외래치료지원제란, 시·군·구청장이 자·타해 위험 환자 외래치료지원 결정, 불응 시 평가 후 입원 조치하는 것을 말한다. 복지부는 사법입원제도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의 말이다.

                            
                                

외래치료지원제 확대는 사법입원제도와는 별개이다. 외래치료지원제는 법에 명시된 것으로 9정신질환자의) 치료중단이 없도록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의 권한 및 성격도 의문이 나온다. 이미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를 비롯 전국 5개의 공공 정신의료기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른바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이형훈 국장은 정신건강 문제를 국가적 아젠다로 가져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국가적 아젠다로 정신건강을 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여러 정신건강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혁신위는 여러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신건강 수준이 위험성을 인식하고 국가 아젠다로 정신건강 정책을 혁신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도 이러한 기구를 갖고 있다. 사회 변화 속에서 혁신위의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혁신방안이 올해 발생한 이른바 ‘묻지마범죄’와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복지부는 선을 그었지만, 그렇다고 관련이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묻지마범죄와 정신질환이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정신질환자가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이들이 지역에서 고립돼 임의로 치료를 중단해 병을 키우는 일이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대책으로 장관이 거론한 것은 ▲퇴원 후 병원 기반 사례관리를 통한 상담·방문 상담 ▲외래치료지원 제도 활성화 ▲자·타해 이력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정신건강복지센터 정보를 연계 등이다.

또 국가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 해소 방안이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조 장관은 관련 캠페인 예산을 8배 늘렸다고 말했다.

“대책은 정신장애인의 온건한 회복을 위한 고용·주거·복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을 최초로 담은 데 의의가 있다. 내년도 대국민 캠페인 예산을 8배로 늘리는 등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들어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겠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사진=김양균 기자)

“직장 내 정신건강지원과 고위험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이번에 발표된 ‘정신건강 혁신방안’ 가운데 ‘직장인 마음건강 관리지원’ 부분이다. 이를 위한 방안은 ▲전문 상담지원 확대 ▲기업의 근로자 지원프로그램(EAP) 활성화 유도 ▲직업트라우마센터 23개소로 확대 ▲전국 고용센터에서의 심리상담 제공 등이다.

이것이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해 대인관계 및 업무 상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다수 직장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일까? 특히 소규모 기업 재직자들의 경우는 어떨까?

권구형 고용노동부 직업건강증진팀장은 “50인 미만 경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관리자 선임의무가 없어서 훨씬 취약하다”라며 “근로자건강센터를 통해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영종 고용부 책임교육지원관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의 정신건강 어려움이 사회적으로 부각돼 9월부터 모든 교사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검사·치료를 2년마다 한번씩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사법입원제도와 관련해 복지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형훈 국장은 “입원제도 TF를 운영 중이며, 도입방안이 마련되면 정신질환 당사자·의료인·법조인·전문가·가족이 참여하는 토론회 및 공청회 통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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