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주요 게임사 체질개선 박차…안정·혁신에 초점

[지디넷코리아]

올해 어려운 대내외 경제 여건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포스트 코로나 이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하게 했던 2023년 한해도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새해 2024년에도 세계 경제가 녹록치 않아 기업들이 투자와 대응 전략 수립에 고민이 많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전망하고 생각을 정립하기 위해 지디넷코리아가 2024년 ICT 분야 이슈 키워드와 기술·시장 트랜드를 미리 점검해 봤습니다. [편집자주]


올 한해 국내 게임 산업을 관통한 키워드는 변화였다.

적지 않은 주요 게임사가 체질개선을 위해 경영진 교체와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우 공동 대표 체제로의 변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제작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전까지 대다수 신작이 국내 시장 대응을 위해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됐다면, 최근 신작은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춰 장르·플랫폼 다변화를 지향하는 모양새다.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법정 다툼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다크앤다커'를 두고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가 현재까지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두고 웹젠, 카카오게임즈와 표절 논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넥슨코리아 신임 대표로 내정된 김정욱 부사장(좌)과 강대현 부사장.

올해 국내 게임업계에는 유독 조직개편과 경영진의 변화가 많이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체질개선을 위한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풀이된다.

라인게임즈, 네시삼십삼분, 컴투스홀딩스 등은 올해 신규 대표를 선임해 신규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신임 대표로 선임된 정철호 컴투스홀딩스 대표, 박성민 라인게임즈 대표, 정기홍 네시삼십삼분 대표 등은 경영 부문에 높은 안목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공동대표 체제 전환으로 글로벌 사업 드라이브 시동을 건다.

넥슨은 본사 및 자회사인 넥슨코리아 신임 대표에 김정욱 부사장(CCO,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과 강대현 부사장(COO, 최고운영책임자)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넥슨코리아 수장을 맡고 있는 이정헌 대표는 넥슨(일본법인) 대표로 내정됐다.

넥슨코리아 신임 대표와 관련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내에서는 김 대표 내정자는 경영, 강 대표 내정자는 개발 부문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 공동대표로 내정

엔씨소프트는 지난 12일 김택진 창업자 단독 대표 체제에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을 선언했다. 신임 공동대표 내정자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다. 이번 공동대표 체제 변화는 1997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다만 올해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하고 조직·의사결정 체계 개편과 비용 구조 개선, 신성장 동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투톱 체제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는 기업 인수합병(M&A)과 같은 사업 및 투자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전문가다. 직전까지 사모펀드 대표를 역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후 엔씨소프트가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공동대표 체제에서 김택진 대표는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P의 거짓 메인 이미지

주요 게임사들의 신작에서도 변화의 바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춰 모바일 중심으로 신작을 출시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웨스턴·일본 등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장르와 플랫폼 다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 출시 신작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네오위즈가 지난 9월 선보인 소울라이크 액션게임 'P의거짓'은 출시 한 달 만에 글로벌 패키지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P의거짓은 국내외 게임 어워드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 대표 이미지.

넥슨 서브브랜드 민트로켓이 개발한 '데이브더다이버'는 글로벌 시장에서 2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출시됐는데, 이 역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아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인디게임 '드렛지'와의 컬래버레이션 DLC를 무료로 업데이트했다.

민트로켓이 개발 중인 신작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낙원)'도 최근 진행한 스팀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낙원은 좀비를 소재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잠입 생존 장르로,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PvPvE(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대 컴퓨터 캐릭터) 구도의 게임이다.

엔씨소프트 쓰론앤리버티(TL) 정식 서비스.

엔씨소프트는 지난 7일 신작 MMORPG 쓰론앤리버티(TL)를 출시했다. TL은 엔씨가 11년 만에 출시하는 신작 PC MMORPG로 엔씨소프트가 약속한 확률형 아이템을 들어내고, 자동 대신 수동 액션성을 강조했다.

이 게임은 내년 북미와 유럽 시장에 PC와 콘솔 플랫폼 기반으로 선보일 예정으로, 글로벌 퍼블리싱은 로스트아크 글로벌 서비스를 담당한 아마존게임즈가 맡는다. 게임 내 전반적인 콘텐츠가 글로벌 이용자의 니즈를 겨냥한 만큼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넷마블은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 포함 글로벌 시장에 준비 중인 신작을 선보인다. 출시 예정작으로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아스달연대기', '일곱개의대죄: 오리진' 등이 포진해 있다.

특히 2023 지스타에서 '게임 오브더 지스타'에 선정된 '일곱개의대죄: 오리진'은 글로벌 흥행작 '일곱개의대죄: 그랜드크로스' 후속작으로 모바일과 PC, 콘솔 등 세 플랫폼에서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한다. 언리얼엔진5를 통해 구현된 고퀄리티 그래픽도 인상적이다.

펄어비스 신작 붉은사막.

펄어비스는 내년 개발 완성도를 목표로 PC콘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장르 '붉은사막'을 준비 중이다. 이 게임은 지난 8월 열린 게임스컴 2023과 지스타 2023에서 글로벌 파트너사와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플레이 버전을 공개한 이후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넥슨 미공개 프로젝트 P3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올해 게임업계는 잇따른 저작권 분쟁으로 홍역을 앓았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당사자가 됐다. 저작권 분쟁으로 인한 법정 공방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국내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와 소속 관계자에 대해 부정경쟁방지·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을 이유로 고소했다. 넥슨은 미공개 작품 'P3'의 프로젝터 리더였던 최 모씨가 소스코드 등 개발 정보를 무단 유출한 뒤 회사를 나가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다크앤다커 서비스를 막아 달라는 취지의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래프톤, 지스타2023서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시연 버전 공개

한편 크래프톤은 지난 8월 넥슨과 법정 공방 중인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지스타2023에서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이번 라이선스 계약이 IP 가치 보존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이 사안으로 개발자들이 직업윤리를 의심받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엔씨와 웹젠의 저작권 침해 공방

엔씨소프트는 카카오게임즈, 웹젠과와 저작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엔씨는 앞서 지난 2021년 웹젠의 'R2M'이 자사의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엔씨가 주장한 저작권 침해 내용은 기각했지만 웹젠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행위는 인정했다. 양측은 모두 1심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황으로 내년에도 두 회사의 법정 공방은 지속될 예정이다.

엔씨와 카카오게임즈의 법적분쟁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의 소송도 내년에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4월 카카오게임즈와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선보인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 등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분쟁은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항소심 결과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은 "게임업계 분쟁은 산업·국가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는 만큼 표절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게임업계 전반이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데, IP를 활용한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IP 저작권 보호를 위해 더 많은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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