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통신자료 내놓으라는 경찰…네이버·카카오·통신사 3색 대응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의 요청이라면, 전기통신 사업자는 사용자의 통신자료를 넘겨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 통신자료는 서비스 가입일이나 이름, 주소, 전화번호, e메일, 주민등록번호 등을 가리킨다. 사업자가 수사에 협조하는 일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도 함께 생각해보자.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이 대부분 영장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난 3월10일 대법원은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긴 네이버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2012년의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사업자가 협조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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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은 2012년의 고등법원 판결을 뒤엎은 것이다. 당시 고등법원은 종로경찰서에 사용자 통신자료를 제공한 네이버에 50만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판례는 이후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가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거절하게 되는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당시 고등법원 판결과 다른 방향으로 나왔으니 혹시 네이버가 다시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응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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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3월10일 대법원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11일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사회적인 합의가 형성될 때까지는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여, 수사기관의 사용자 통신자료 제공 요구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고등법원 판결 이후 네이버는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네이버는 현재 입장을 고수해 영장 없는 통신자료 요청을 계속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도 지금은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영장 없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일단 ‘입장 유보’ 견해를 전달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네이버와 관련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카카오 내부에서 나온 의사결정은 없는 상태”라며 “현재 카카오는 지난 2013년부터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며, 지금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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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는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사용자 통신자료 요청에 응답하고 있다. 통신사는 지금처럼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구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우리도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고,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법적 절차에 근거한 통신자료 제공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임의로 판단해 제공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내용”이라며 “우리 쪽에서 위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앞으로도 법적 범위 안에서 협조에 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입법 기관에서 통신자료 요구와 제출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를 마련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우리가 제공하는 통신자료는 피의자를 특정하거나 피의자로 몰고 가는 자료는 아니고 단순히 수사의 기초자료가 될 뿐 오해의 소지는 풀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은 제83조 제3항에서 사업자의 협조 근거를 대고 있다. 하지만 “요청에 따를 수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을 뿐,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말은 없다. 통신사가 협조에 불응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라는 뜻이다. 반대로 협조에 응하는 것도 위법한 일이 아니다. SK텔레콤 관계자가 말한 ‘명확한 기준’이라는 표현도 바로 이 같은 문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픈넷도 11일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던진 메시지는 통신자료 제공제도를 둘러싼 문제점, 예컨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 우려, 통신비밀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위해 등의 문제를 법원이 개입해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입법적으로 해결하라는 취지”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하여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통신자료 제공제도에 대해서 통신비밀보호법과 마찬가지의 수준으로 영장주의를 적용하고, 적법절차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신속하게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최원식 의원실이 지난 2015년 8월27일 밝힌 자료를 보면, 2012~2014년 해마다 평균 1014만568건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네이버와 옛 다음, 옛 다음카카오, 카카오 등은 통신자료 제출 거부를 선언한 기간이다. 다시 말해, 1천만건이 넘는 사용자의 개인정보 대부분은 통신사의 협조로 제출된 것이다. 통신사가 지금처럼 ‘협조’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많은 이들의 개인정보가 지속해서 수사기관에 넘어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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