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잔디’ 메신저는 협업 개발 문화의 산물”

신생 스타트업이 좋은 개발자 문화를 갖기란 쉽지 않다. 특히 서비스가 커질수록 급히 개발을 하거나 개발자를 서둘러 채용하면서 개발 문화를 바꿀 기회를 놓치곤 한다. 토스랩은 2014년에 설립된 것에 비해 내부 개발 문화가 탄탄한 곳이다. 아무리 인력이 없어도 시간을 투자해 개발자를 찾고, 프로그래밍 실력에 대해서 꼼꼼히 검증하고 있다. 협업도구를 만드는 기업답게 다양한 팀원들이 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는 것도 인상깊다. 이러한 문화의 첫 시작은 설립자들의 기업 목표에서 나왔다.

지식노동자가 대우받는 회사 만들고파

최영근 토스랩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기술관리자(CTO)는 과거에 주로 보안업계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C언어와 유닉스를 학부 시절부터 공부했고, 해당 기술이 많이 쓰이는 보안 업계에서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고 한다. 그렇게 7년 동안 여러 보안회사에서 다니다가 문득 그는 IT 업계의 지식노동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말하는 지식노동자란 디자이너, 개발자 등을 말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제가 회사를 다닐 때만 해도 상황은 좋지 않았어요. 제가 그런 문화를 바꾸고 싶더라고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제가 직접 지식 노동자들이 대우받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 회사가 커지면 좋은 사례로 남고 영향력이 높아질테니까요.”

최영근 CTO는 곧바로 창업을 하기보단 창업 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육 및 네트워크 행사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곳에서 같은 가치를 꿈꾸는 공동설립자 3명을 만났고, 2014년 토스랩을 함께 설립했다. 처음에 토스랩은 폐쇄형 SNS를 핵심 아이템으로 구상하다 기업용 SNS의 가능성을 보고 ‘잔디‘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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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 토스랩 개발총괄(왼쪽)과 최영근 토스랩 공동설립자 겸 CTO(오른쪽)

현재 토스랩에는 50여명 직원이 있고, 그 중 개발자는 12명이다. 다지이너, 프로덕트 매니저, 그로스 해킹 팀 등 제품을 만드는데 관여한 직원은 30여명이다. 최영근 CTO는 제품과 관련된 모든 팀을 총괄하고, 개발에 관해서는 김선진 개발자가 총괄하고 있다.

토스랩은 좋은 인재를 찾기 위해 채용 절차 자체를 계속 고민하고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현재는 서류전형에서 합격하면 일단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전화 인터뷰를 하고, 다시 기술 면접과 문화 면접을 보고 최종으로 합격 여부를 가린다. 특정 기간에 직원을 모집하는 게 아니라 상시 지원받고 있다. 특히 토스랩은 프로그래밍 실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주의깊게 본다.

최영근 CTO는 “개발자도 생각하는 바를 명료하고 조리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감정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어떤 이유를 정확히 말할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토스랩은 팀을 모바일, 웹팀같이 서비스로 구분한다. 그 팀 안에 개발자, 디자이너, 테스터 등 서로 다른 직군이 함께 일한다. 그런 식으로 직군간 경쟁이나 다툼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했다.

“코드 공유와 리뷰는 당연, ‘내’ 코드는 없다”

지라, 깃, 위키, 깃허브 같은 협업 도구도 활용하고 있다. 코드리뷰 문화도 잘 정착됐다. 모바일, 서버 등 각 플랫폼 별로 코드리뷰 방법과 주기가 다르다. 공통 원칙은 모두가 코드리뷰를 해야 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코드를 살펴봐주고 코드리뷰를 받지 않은 코드는 배포하지 않는다. 수정된 코드를 합치는 과정을 코드를 작성한 사람이 아닌 리뷰한 사람이 진행한다. 김선진 토스랩 개발총괄은 “일반적으로 다른 IT 기업들도 코드리뷰를 많이 진행한다”라며 “토스랩과 달리 부득이하거나 전략상 시간이 부족해 모든 코드를 리뷰하지 못한 코드가 종종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토스랩에서는 애초부터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함께 이야기하고 코드리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있습니다. 그게 ‘문화면접’을 두는 이유이죠. 토스랩 개발 문화에 따를 수 있는 사람인지 면접 때 확인하고 검증합니다. 물론 내부 문화에 대해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든 이야기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명확한 이유와 대안이 있어야 하는 거죠. 코드리뷰는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학습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코드리뷰로 자신이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도 함께 물어볼 수 있으니깐요. 또한 각 회사에서는 코드를 쓸 때 지켜야 할 규칙(컨벤션)이 있기 마련인데요. 이 컨벤션도 코드리뷰를 통해 자연스레 익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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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랩 개발과정(사진:토스랩 슬라이드쉐어)

최영근 CTO는 “토스랩 개발자는 자신이 작성한 코드를 ‘나의 소유물’로 주장하면 안 된다”라며 “우리가 만든 코드라고 생각해야 하고 코드리뷰가 이러한 인식에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소스코드를 관리하면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만약 A는 내가 맡은 코드, B는 상대방이 맡은 코드로 나누면 오류에 대해서도 누가 고칠지 책임소재를 따지게 된다. 하지만 공통의 코드로 인식하면 버그가 생겼을 때,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코드라고 주장하게 되면, 담당하는 기능의 중요도에 따라서 해당 개발자의 지위나 발언권이 다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모든 서비스를 만들 때는 핵심 기능 뿐만 아니라 부가 기능을 만들기 마련인데요. 이때 나는 핵심 기능을 만들기 때문에 중요한 사람이고, 부가 기능을 만드는 사람은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되죠. 토스랩은 그러한 환경을 지양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처럼 사람이 부족한 곳에서는 누가 어떤 기능을 만들지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죠. 또한 특정 개발자한테 의지해서 제품을 만들면 회사 입장에서는 그 개발자가 떠나면 향후 유지보수 등에 제약이 있고, 해당 개발자 스스로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공동의 코드로 관리하면 회사나 개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토스랩은 2015년 5월 잔디 베타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현재 티켓몬스터, 쏘카, 피키캐스트 등 4만5천여개 기업 및 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1월에는 퀄컴벤처스와 HnAP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미 일본과 대만에 사무실을 열었으며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최근엔 잔디커넥트를 공개하고 외부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게 지원했다. 최영근 CTO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새로운 기능들을 계속 추가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기술의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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