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IT열쇳말] 로보어드바이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 프라이빗 뱅커(PB) 대신 모바일 기기나 PC를 통해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일컫는다. 직접 사람을 마주하고 상담하지 않고도 온라인 환경에서 자산 배분 전략을 짜주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수수료가 저렴하며, 낮은 투자금 하한선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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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로봇이 투자를 맡아 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알고리즘 기반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

사람 대신 기계가 자산을 관리해 주는 게 로보어드바이저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금융 시스템엔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불리는 프로그램이 있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일정한 매매 규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매매를 수행함으로써 투자 수익율을 올리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 특정 종목의 매수가격과 매도가격 등 다양한 매매조건을 프로그래밍화해 컴퓨터에 입력한 뒤, 매입가를 기준으로 일정폭 하락할 경우 매수하고 상승하면 매도한다. 매매 결정은 컴퓨터가 할 수도 있고 투자자가 할 수도 있다.

▲사람 대신 로봇이 투자를 맡아 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출처 : 영화 ‘아이로봇’ 화면 갈무리)

▲2004년 개봉한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미래인 2035년, 인간은 지능을 갖춘 로봇에게 생활의 모든 편의를 제공받으며 편리하게 살아가게 된다.(출처 : 영화 ‘아이로봇’ 화면 갈무리)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투자 관리를 한다는 점에서 시스템 트레이딩과 로보어드바이저는 닮은 점이 있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의 한 종류로, 고객이 직접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만들어주고 관리한다. 개인별 위험 감수 성향을 고려한 자산 배분 전략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존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와 달리 포트폴리오 관리를 알고리즘 기반으로 자동화해 운영하기 때문에 인간의 판단과 개입을 최소화하고 비용 절감을 추구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상품을 설계한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사람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5 글로벌 자산관리 비즈니스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향후 5년 안에 18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2014년 140억 달러에서 2019년엔 255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20년까지 로보어드바이저의 관리 자산이 2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투자부터 자산운용까지…미국선 성행 중

미국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로보어드바이저 형태로 자산을 관리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7년째 이어진 제로 금리에 은행 이외의 투자를 원하는 고객의 수요가 늘었고, 이 과정에서 맞춤형 PB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수수료가 낮은 로보어드바이저 고객도 늘었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자산 운영 규모 예측 자료(출처 : A.T.커니. ‘블룸버그’에서 재인용)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자산 운영 규모 예측 자료(출처 : A.T.커니. ‘블룸버그’에서 재인용)

금융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블룸버그는 경영컨설팅업체 AT커니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로보어드바이저들의 운용자산 규모가 연평균 성장률 68%로 2020년에는 2조2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동화 정도와 사람이 얼마나 개입하냐에 따라 대략 3개 유형으로 나뉜다. 온전히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경우(Fully-Automated Platform), 어느정도 사람 개입을 인정하는 경우(Self-Executed Trades), 사람의 판단도 자산 관리에 활용하는 경우(Advisor-Executed Trades) 등이다.

주요 업체로는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퓨처어드바이저, 마켓라이더, 퍼스널캐피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웰스프론트는 관리 자산이 20억원에 이르며, 배터먼트는 15억원 규모에 이르는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람 대신 시스템 알고리즘만으로 온전히 운영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앱 ‘베터먼트’

▲로보어드바이저 앱 ‘베터먼트’

이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는 세부적인 투자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고객이 입력한 정보에 기반한 투자 대상 선정,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odern portfolio theory, MPT)을 적용한 자산 배분 및 주기적 리밸런싱 등의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 대상은 거래편의성 및 비용 절감을 위해 상장지수펀드(ETF)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부업체는 개별 주식도 포함해 투자 상품을 운용·관리한다.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자산운용사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뱅가드는 지난해 5월, 하이브리드 유형의 로보어드바이저를 정식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찰스 슈왑은 지난해 3월 ‘슈왑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라는 이름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평균 운용 보수는 대개 연 0.15~0.5%다.

▲로보어드바이저 유형 및 주요 업체 비교. (출처 :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로보어드바이저 유형 및 주요 업체 비교. (출처 :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걸음마 단계인 한국 시장

국내에서도 핀테크 바람을 타고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1·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자산군별 ETF를 자동으로 자산배분하는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상당 부분 구축한 상태다. 두 업체는 증권사나 은행과 업무 제휴를 맺어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제공하고 투자일임이나 자문수수료를 받거나, 온라인펀드판매사를 통해 ETF로 자산배분을 하는 재간접펀드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국거래소도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거래 활성화를 위해 증권업계와 손을 잡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운영한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이 KAIST와 공동으로 인공지능(AI) 자산운용을 올해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WM에 로보어드바이저 기능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외에도 에임(AIM), 디셈버앤컴퍼니, 쿼터백랩,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 등 핀테크 업체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추진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은 금융권이 늘어나면서 차츰 국내 시장에도 로보어드바이저가 본격 도입되는 분위기다.

▲개인 대상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임(AIM)

▲개인 대상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임(AIM)

이 가운데 주목할 곳은 국내 최초 핀테크 자산운용사로 이름을 올린 에임(AIM, Automated Investment Management)이다. 에임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알고리즘(연산 규칙)을 이용한 자동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에 제공한다. 에임의 자동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는 모바일 기기로 개인이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투자할 수 있게 돕는 게 특징이다.

이용자가 모바일 앱을 내려받은 뒤 앱에서 자산과 연봉부터 노후준비, 내집마련, 자녀교육 같은 미래 목표를 설정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목표와 위험 수용도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준다. 국내주식, 해외주식, 원자재 등의 투자 비율을 산출하고 2500개의 ETF 중 비용은 낮고 수익성과 유동성이 좋은 ETF를 각 부문마다 한 개씩 골라준다.

위기 검증력 등 숙제로 남아

새로운 투자 방식에 대해 기대도 높지만 걱정도 큰 게 사실이다. 금융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비용과 접근성 완화를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중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만, 동시에 수수료 구조 논란과 함께 기존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듯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부유층 고객의 로보 어드바이저 이용율은 약 6%에 지나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투자자문가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게 고객을 빼앗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대부분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는 미국 증시 호황 국면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융 위기를 경험하지 않아 위기에 대한 검증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로보어드바이저 수익 모델이 자산관리 서비스 비용으로 보수를 지급하는 미국에서 발생한 사업 모델인만큼,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는 국내 시장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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