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정부의 ‘인공지능 컨트롤타워’ 설립이 반가운 3가지 이유

이세돌 9단은 과연 드라마를 아는 인물이다. 인공지능 바둑 시스템 ‘알파고’에 3판을 연거푸 지다가 끝내 한 판을 거둬갔으니 말이다. 그리고 과연 우리 정부도 드라마를 쓰는 중이다. 정부가 민관합동 인공지능(AI) 컨트롤타워 추진 의사를 밝혔으니 말이다. 전 인류에 ‘알파고 쇼크’를 가져온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부럽지 않은 한국형 인공지능 기술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헌데, 이 소식을 듣고도 못마땅해 하는 이들이 적잖다. 예산만 까먹는 서투른 계획이 나올 것이라 장담하는 이들이 그들이다. 해 보지도 않고 어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정부의 계획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이들은 필경 마음이 삐뚤어진 이들이다. 지난날을 돌아보자. 역사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성공한 사업이 많다.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AI 컨트롤타워가 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일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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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시스템 ‘알파고’와 대국 중인 이세돌 9단

첫째, 우리 정부는 컴퓨터 운영체제(OS) 개발을 성공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K-도스(DOS)’가 그것이다. 미국산 ‘도스’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1988년, 정부는 우리 손으로 만든 도스를 가져야 한다는 열망 하나로 OS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가 연구과제로 지정됐고, 당시 과학기술처가 특정 연구과제라는 이름으로 OS 개발 사업을 수립했다. 1991년 드디어 K-도스가 완성돼 세상에 나왔다. 실제로 써봤다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은 K-도스가 1993년에는 전국 초등학교 교육용 PC에 보급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된 것도 상업적 성공보다 미래 꿈나무를 키우는 일에 더 매진한 결과 아니겠는가.

둘째로,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콘텐츠 플랫폼 개발도 성공적으로 완성한 바 있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가 마련한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에 따른 이른바 ‘한국형 유튜브(K-튜브)’가 그 사례다. 국내 방송사와 제작 업체가 한류 콘텐츠를 해외에 쉽게 소개할 수 있도록 돕고, 구글 유튜브가 전 세계 콘텐츠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단기형 프로젝트다. 한국형 유튜브 개발 사업에 10억원을 쏜 정부의 도움 덕분에 불과 6개월여 만에 한국형 유튜브가 완성됐으니 그 추진력과 개발 속도가 놀라울 따름이다. EBS와 에브리온TV, KBS 미디어 등 국내 내로라하는 콘텐츠 생산자들이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한 만큼, K-콘텐츠의 글로벌 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가만, 아직도 한국형 유튜브의 홈페이지 주소를 모른다고? 바로 여기다. ‘케이콘텐츠뱅크닷케이아르(http://www.kcontentbank.kr)’

물론, 우리 정부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도 있다. 우리 정부가 게임 산업마저 성공적으로 지원할 뻔 했다가 무산된 일이 그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본 게임 업체 닌텐도가 만든 ‘닌텐도DS’를 보고 정부부처에 “왜 우리나라에는 그와 같은 획기적인 게임기가 없는 것이냐” 물은 사건이다. 당시에는 머잖아 보게 될 이 ‘한국형 닌텐도’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명텐도’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는 ‘명텐도 발전법’이나 ‘명텐도 컨트롤타워’가 발빠르게 추진되지 않았다. 결과는 보시는 대로다. 결국, 명텐도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잊혀졌으니 통탄할 일이다. 만약 명텐도가 개발돼 나왔다면, 대한민국의 눈부신 게임 하드웨어 발전상을 전세계에 자랑할 수 있었을 텐데. 명텐도 사건을 거울삼아 정부 주도 컨트롤타워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는 과오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알파고를 보고도 알파고 컨트롤타워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관련 간부들이 지난 3월11일 직접 만나 실무회의를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통합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산발적으로 관리 중인 지능형 산업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주도해 인공지능 연구 분야 예산 지원을 대폭으로 늘린다고도 하고, 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지능정보사회플랜’도 마련됐고, 민간 주도의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 청사진도 나왔다. K-알파고가 중국의 떠오르는 바둑 기사 커제 9단을 5 대 0으로 꺾고 한국 인공지능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전세계에 떨칠 날이 바로 코앞으로 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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