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전해라~’도, 방탄소년단도…트위터는 소셜버즈 진앙지

새로운 소셜미디어가 쏟아지면서 기존 소셜미디어는 세를 잃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싸이월드가 그랬고, 아직은 대세인 페이스북도 언제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에 그 지위를 뺏길지 모른다. 이 외에 블라인드나 어라운드 같은 익명 기반 소셜미디어도 주목을 받으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소셜마케팅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으면서 각 소셜 플랫폼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플랫폼별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소셜미디어상의 입소문인 ‘소셜버즈(Social Buzz)’가 어떻게 창출되고 확산될까 하는 부분이다.

트위터 ‘아직 죽진 않았다’

소셜데이터 분석업체인 아르스프락시아가 2015년 한해 소셜 미디어상에서 화제가 됐던 사례들과 트위터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트위터는 소셜버즈의 최초 진앙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트위터가 많이 ‘죽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입소문의 초기 징후를 잡기에는 트위터가 유용하다. 트위터에는 인터넷 트렌드의 선도적 소비자들이 핵심 유저로 포진돼있다. 이들은 네트워크상의 새로운 트렌드를 탐색, 발굴하여 다른 플랫폼의 일반 소비자들에게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트위터의 가장 큰 특징은 실시간성과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관계맺기다. 트위터는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지인이 아닌 모르는 사람과 연결되는 공개 플랫폼이다. 공개 플랫폼이다보니 누구나 쉽게 정보를 탐색하고 접할 수 있어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발견되고 확산된다. 지인이 아닌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팔로잉, 팔로우를 통해 연결되고, 같은 관심사에 대한 강력한 로열티가 형성된다. 이 로열티가 버즈의 광범위한 확산에 이바지한다.

트위터를 보면 트렌드가 보인다고 ‘전해라’

‘전해라’ 짤방으로 유명한 이애란씨의 ‘백세인생’시리즈가 본격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인 11월 24일 <중앙일보>의 기사에  이애란 씨의 사연이 소개되면서부터였다. 이후 주요 일간지는 물론이고, 다양한 게시물에 ‘전해라’ 짤방이 쓰인 댓글이 ‘베댓’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2015년 7월부터 ‘전해라’를 포함한 모든 트윗을 분석한 결과, 일상적인 표현을 제외한 유머코드로서의 ‘전해라’가 최초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9월 초였다. 유력 매체의 보도보다 3개월여 빠르다. 적절한 캡처를 통한 표정 포착과 자막의 조합은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9월 9일, 2천여 건의 리트윗을 얻은 @fried***의 트윗은 이후에 확산되는 ‘전해라’시리즈의 모든 요소를 종합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전해라’를 사용한 게시물이 나타난 것은 이 시점에서 1개월이 지난 후였는데, 트위터에서는 ‘전해라’ 짤방이 이미 조용히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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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특유의 이슈메이킹과 개방적인 확산 네트워크는 타 플랫폼보다 능동적인 트렌드 확인과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높은 리트윗을 기록하는 멘션들만 훑어도 가장 ‘핫’한 이슈들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트위터에서 결집하는 팬덤

방탄소년단이 SK텔레콤의 TV 광고모델로 발탁되며 대세가 된 아이돌임을 입증했다. 설현은 알아도 ‘방탄소년단’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방탄소년단이 대체 누구지’라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MAMA, 골든디스크, 가온차트 등 주요 음반 시상식을 휩쓸며 2013년 데뷔 이래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규정하는 키워드는 ‘힙합’이나 ‘댄스’보다도 ‘월드’다. 신인상을 제외한 수상 경력을 살펴본다면 ‘월드루키’(2015년 가온차트), ‘월드 퍼포먼스’(MAMA), ‘월드 한류스타’ (2016 가온차트)와 같은 수식어가 방탄소년단의 특징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을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 이러한 결과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트위터를 꾸준히 써오던 사람들에게 방탄소년단의 파괴력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트윗과 팬클럽 A.R.M.Y(이하 아미)에서 매일 생산해내는 팬픽, 혹은 직찍 이미지들은 언제나 어마어마한 반응(리트윗, 마음에 들어요)을 기록하곤 했다. 아래 그래프는 2015년 10월 한 달간 주요 영향력자들이 받은 리트윗 수의 총합계를 살펴본 것이다. 예성, 이특, 최시원 등 수퍼주니어 멤버들의 이름도 보이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방탄소년단의 58만여 리트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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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멤버들은 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염두에 둔 듯,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껏 망가진 모습을 공유한다거나, 멤버들 간의 장난끼 넘치는 ‘디스전’ 등 팬들이 ‘즐겁게 덕질 할 수 있는’ 놀잇거리를 던져주는데 인색하지 않다. 이들이 올리는 트윗 하나하나에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통 시도가 퍼져서 새로운 팬을 양산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르게 된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 방탄소년단의 강력함은, 이들이 공들여 구축해낸 팬덤 생태계가 확산의 구조를 만들어낸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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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관계망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팬덤과 메시지 확산을 재구성한 것이다. 네 개의 덩어리가 확연히 구분된다.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그들의 멘션을 하나하나 리트윗하는 열성팬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보다 아래쪽으로, 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 ‘아미’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자체로도 50만에 육박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지만, 이들의 중요성은 ‘영향력이 크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조금 더 바깥쪽으로 나가보자. ‘대포여신’이라 불리는 개별 팬 계정이 나타난다. 이들은 콘서트 현장이나 공항 등에서 멤버들을 촬영하고 자신의 트위터 또는 블로그에 ‘직찍’이미지를 게시하는 팬들로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사람을 지칭하는 ‘네임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다. 이 대포여신들은 자체적인 팔로워를 거느리며 팬들의 ‘덕질’을 위한 재료를 배가시켜주는 2차 콘텐츠 생산자들이다.

그리고 가장 바깥쪽에 위치하는 것이 해외 팬덤이다. 그래프에는 태국 팬 허브만이 표시되어있으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 유럽과 남미를 망라하는 국제적 팬덤이 나타난다. 이들은 방탄 멤버들의 트윗을 자국어로 번역하거나, 번역된 데이터를 전달하며 각국에 퍼진 방탄소년단 팬덤의 허브로 기능한다.

공식 팬클럽 ‘아미’의 힘은 바로 이 지점에서 극대화된다. 아미는 팬들이 생산해낸 각종 콘텐츠와 방탄소년단의 트윗이 교환되는 ‘소셜 시장’의 역할을 한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트윗을 급속도로 확산시키며 그룹에 대한 여타 이용자들의 주목도를 높이고, 이미 확보된 팬들에게 유명 팬이 될 기회를 부여하여 새로운 콘텐츠 생산을 촉진한다. 이러한 셀럽-팬 메시지 확산의 선순환 구조는 데뷔 이후 2년 반이 갓 지난 2016년 현재 방탄소년단을 ‘월드스타’의 지위로 올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위터 특유의 확산 네트워크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이는 K팝에만 한정된 사례가 아니다. 트위터 팬덤의 힘은 최근 방한한 코난 오브라이언의 예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과 마찬가지로, 코난이 내한하던 날 공항에서 보였던 국내 팬들의 열광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을 황당하게 했다. 그가 한국에서 활동한 일주일간 트위터는 물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에서 확인된 버즈만 보아도, 코난의 팬들이 결집한 곳은 트위터였다.

페이지 데이터만 수집할 수 있는 페이스북은 차치하고, 코난 팀이 공식 계정을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이나, 내한을 위해 특별히 공을 들였다는 카카오스토리도 코난 오브라이언에 대한 유저들의 직접 언급은 채 1천건이 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트위터는 순수 언급량만 2만 5천건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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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난 팬들은 타 플랫폼에 마련된 공식계정을 적극적으로 ‘미러링’하며 ‘팬질’을 했다. 심지어는  ‘반려낙지 사무엘’ 봇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팬들의 행태를 단순히 트위터에서만 먹히는 팬덤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팬덤은 팬 활동을 하는 대상을 우상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팬들이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트위터가 아닌 여타 SNS 플랫폼에서는 일개 개인인 팬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물며 나와 비슷한 대상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찾기 힘들다면? 드립은 자신 있지만 멋진 사진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트위터 네트워크의 특징은 팬을 결집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시청률과 소셜버즈의 관계

방송사 콘텐츠를 보는 디바이스와 시청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이른바 전통적인 개념의 시청률은 실제 방송을 본 사람들의 비율을 오롯하게 대변하지 못하게 됐다. 클립의 재생 수나, 소셜상에서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셜 시청률’이 그 대안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대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상에서의 인기와 시청률은 함께 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질문을 해소하고자 무한도전을 대상으로 선정하여 6주간의 시청률과 버즈량을 관찰했다. ‘무도 공개수배’특집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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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트위터 버즈량과 시청률은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패턴이 발견되었다. 시청률의 움직임은 상식적이다. 12.6%로 시작했던 무도 공개수배 특집은 시리즈의 결론에 해당하는 3부의 시청률이 17%로 가장 높았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버즈량의 움직임이다. 특집 1주차에 해당하는 1월 19일, 버즈량은 1만 2천 건이 발생하며 12월간 가장 높은 버즈량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된 무한도전표 추격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방영 마지막 주인 1월 2일, 당일 버즈량은 7천여 건에 불과했지만, 월요일에 버즈가 다시 급증했다.

무한도전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시청률과 버즈량의 관계는 몇 가지 함의를 갖는다. 우선 시청률 선행지표로서의 버즈량이라는 개념이다. 무한도전과 같이 특정 시리즈 또는 특집에 대한 기대감은 1부 시작점에서 나타나는 버즈량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성공적인 시청자 경험은 방영 당일 버즈량의 생명력을 연장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모델’이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타겟 연령층과 트위터(또는 기타 SNS) 이용자층의 인구학적 분포를 고려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내 딸 금사월>의 트위터 버즈량이 낮다는 이유로 ‘별다른 화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내 딸 금사월>의 최고 시청률은 34.9%였다. 무한도전 사레의 경우, 프로그램 주요 시청층과 트위터 주요 이용자층이 잘 동기화된 편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트위터 통한 전략 해시태그의 가능성 

지난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7건의 연쇄 테러가 발생하며 13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이기보다, 연대를 통한 저항으로 비극에 대처했다. 이러한 프랑스 시민들의 의지에 세계인들은 #prayforparis로 응답했다.

트위터는 파리 테러소식이 가장 빠르게 전파된 플랫폼 중 하나다. 주요 외신 기자들은 현장 상황을 트위터로 중계했고, 한 기자는 테러 장소에서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뉴스를 생산해냈다. 이는 국내 이용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국내에 테러 소식이 알려지지 않은 오전 6시 16분, 국내 트위터 사용자가 처음으로 파리 테러를 언급하며 파리 테러 ‘설’이 퍼졌다. 이후 연합뉴스에서 1보를 내보낸 것이 오전 6시 47분이었으니, 30분 먼저 속보가 공유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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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forparis라는 해시태그가 사용된 것은 테러가 일어난 지 불과 1시간 30분 만이었다. #prayfor~라는 형식은 이미 지난해 네팔 대지진, 2014년 세월호 사태 등 과거에 여러 번 사용된 바 있는 해시태그다. #prayforparis는 하루 만에 약 1만 2천건의 버즈를 생성하고 보름 만에 총 64만 여건의 리트윗으로 퍼졌다. 세계인들의 애도와 연대의 물결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이루어졌다. 이러한 양상은 의미망 분석을 통해서도 발견된다.

의미망에서는 분노와 슬픔, 증오와 같은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시작’, ‘모두 함께’와 같이 시민들 간의 연대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나, ‘인권’, ‘평화’, ‘사랑’ 등의 단어들이 파리 주변을 채웠다. 셀린 디옹 등의 파리 시민 헌정공연이나, 위로 영상 공유와 같은 메시지도 다수 발견되었다. 실제 테러 사건과 그 대응에 대한 언급은 오른쪽 위의 ‘ISIS’와 ‘푸틴’ 정도에 불과하며, 중앙 좌측의 ‘#parisattack’으로 현장 상황에 관한 관심이 드러났을 뿐이다.

파리 테러 국면에서 트위터가 보여준 뉴스소스로서의 가치만큼이나, #prayforparis라고 하는 해시태그 그 자체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스타그램의 약진 이래로 수많은 기업이 소셜 마케팅을 위한 전략해시태그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통용되는 해시태그와 트위터의 그것은 결이 다르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는 검색 자체를 위한 해시태그이며, 따라서 ‘일반적’인 해시태그 사용이 주를 이룬다. 예컨대 ‘먹스타그램’ 자체만으로는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 브랜드 또는 제품명을 해시태그로 쓴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경우 주요 식음료 및 패션 브랜드의 해시태그는 ‘내가 이걸 샀다’고 하는 구매 인증을 위해 사용될 따름이다.

하지만 #prayforparis, 나아가 트위터에서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된 바 있는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용되는 해시태그와는 그 형식과 기능을 달리한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가 ‘명사형’이라면, 트위터에서 통용되고 관습화된 해시태그는 ‘문장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prayforparis가 그랬고, ‘#이해시를_보면_무조건_반년전_그림’과 같은 트위터의 유서깊은 해시태그 놀이가 또한 예시가 될 수 있다.

아직 성공적인 해시태그 마케팅 성공사례는 없기에 일반화는 이르다. 다만 전략적으로 해시태그를 개발한다면 ‘소셜판’에서 고객들에게 말을 걸기 위한 수많은 문턱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트위터에서 만들어지는 해시태그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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