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인공지능과 인간의 일자리 대결

‘알파고’가 던진 충격이 큽니다. 비록 이세돌 9단은 4국에서 반격에 성공했지만,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3연패에 몰 정도로 강력한 실력을 보였습니다. 마지막 5번기가 이세돌 9단의 불계패로 끝나면서, 최종 대국 결과는 4승1패로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바둑계는 물론 한국 사회 전반에 파장을 몰고 왔죠.

알파고의 압도적인 실력을 자양분 삼아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도 죽순처럼 자라나고 있습니다. 아직 ‘어벤저스2’에서 악역을 맡은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을 우려하는 것 같진 않지만, 조만간 나의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피부에 와 닿고 있는 듯합니다. 많은 언론에서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관계를 따져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고용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요?

table11

표 출처 : BBC 보도, 정리 : ‘인공지능과 공유경제로 보는 노동의 미래’, ‘ICT인문사회융합동향 2015년 3호, 강정수

로봇의 대체 가능성이 90%가 넘는 직종은 50개 ↑

현재 영국에서 연간 소득 1만9768파운드(약3500만원)를 벌며 살아가는 텔레마케터의 규모는 4만3천명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은 99%입니다.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죠. 이처럼 로봇의 대체 가능성이 90%가 넘는 직종은 총 51개에 이릅니다.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20년 안에 사라질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15개 직종의 일자리 수는 152만7천개에 이릅니다.

인공지능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은행업무, 회계업무, 공무원의 행정업무 대부분이 진화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영국의 오스본과 프로이의 연구는 2013년의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에 기초해서 사무직 노동의 약 50%가 20년 안에 대체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robot (1)

“전문직 일자리도 내놔라”(사진 = 터미네이터 무비)

전문직도 안전하지 않다

인공지능은 전문직의 일자리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뉴스 작성 알고리즘으로 일부 기자들의 지위가 위태로워진 것처럼, 고숙련 전문직도 알고리즘의 공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죠.

특히 의료 분야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미 환자의 의료 정보만 정확히 입력되면 자동으로 처방전까지 제시하는 알고리즘은 의료 산업 속으로 깊숙히 파고든 상태입니다. 아직 진단 의학 분야에 국한돼있지만, 웬만한 동네 의원 수준의 진료는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의 청진기가 알고리즘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도래할지 모르죠.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미 인간과의 체스 경기, 퀴즈 경기에서 빼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현재 세계적인 암 전문 병원 MD앤더슨센터에서 암 진단을 위한 실습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robot (3)

flickr, k rupp, CC BY-SA

늘어나는 저가노동

대규모 저가노동이 증가할 우려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에는 데이터 기술이 필수적인데요. 데이터 기술을 바탕에는 인간의 단순하고 저렴한 노동이 존재합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일의 적지 않은 부분은 인간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4년 언론에 유출된 ‘구글 (데이터) 품질 검사자'(Google Quality Raters)에 대한 문서는 알고리즘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노동자의 처지가 별로 좋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구글의 광고를 하나하나 클릭해서 선정성을 테스트합니다. 무인 자동주행 자동차의 기초 데이터 중 하나인 도로 데이터는 거리를 누비고 있는 저가 운전 노동자들이 수집하고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품질 검사자와 도로 데이터 수집 노동자는 구글의 계약직 노동자입니다.

인공지능 vs 사람? 사람 vs 사람!

미국의 사회학자 랜들 콜린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미래의 진정한 위협은 프랑켄슈타인 유의 로봇들의 반란이 아니라 로봇을 소유한 극소수 자본가 계급을 위한 노동의 기술적 대체의 마지막 단계”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결국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의 주체는 로봇과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의 갈등이고, 사회적으로 조절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울트론의 출현보다 중요한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는 이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요?

의견 0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