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카드] 빨간 조끼로 되찾은 내 인생, ‘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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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건대 입구, 신림, 사당, 신도림, 홍대, 종각…

지하철 역 입구에서 많이 본 빨간 조끼를 입은 사람들. 누군지 알고 있나요? 모두가 빠르게 지나가는 강남역 9번 출구. 한 남성이 밝은 목소리로 오늘도 외친다. “<빅이슈> 신간 나왔습니다!”

쪽방, 고시원, 찜질방을 전전하며 당장의 생활비를 걱정하거나 혹은 차디찬 길바닥에서 아무런 희망 없이 오랜 기간 노숙 생활을 하는 사람들 홈리스(Homeless).

외환 위기로 부도가 난 이후에, 지하철 잡상인으로 부채와 구둣주걱을 팔았습니다. 그러다 결핵으로 길을 걷다 쓰러졌는데 1년 4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고 나니, 수중엔 14만원밖에 없었습니다. 갈 곳은 거리 밖에 없었습니다. (종각역 빅판, 임형근씨)

“제 삶은 외톨이였고, 고독했습니다. 어릴 때의 기억도 원망과 그리움뿐이었습니다. 8살, 부모님의 이혼 이후 저는 찜질방을 돌아다니며 살았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고시원에서 혼자 두려움과 후회로 가득한 날을 보냈습니다.” (공덕역 빅판, 이승석씨)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잡는 법을 알려주자! 1991년 영국에서 처음 홈리스 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고자 시작한 잡지, 빅이슈(Big Issue)

일본, 대만에 이어 2010년 빅이슈 코리아는 아시아에서 3번째로 시작되었다. 어떻게 잡지 하나로홈리스를 도울 수 있냐고?  처음 시작하는 홈리스는 신입 ‘빅판’ (빅이슈 판매원)이 되어, 10권을 무료로 받는다. 빅이슈 판매 가격은 5천원 처음 받은 10부를 모두 판 5만원을 자본금으로 1부당 2,500원에 다시 잡지를 구입하여 판매한다. 1부당 2,500원이 빅판의 수익이 된다.

“하루 15권만 팔면 괜찮겠다 싶어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첫 달은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하루에 6~8권 밖에 못 파는 날이 많았어요. 그래도 꾸준하게 이 곳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내선, 신림역 빅판)

사실, 오랜 기간 좌절과 절망 속에 자신을 놓아버렸던 홈리스에게 하루 대여섯 시간, 거리에 서 있는 것은 ‘두 번째 걸음마’라 할만큼 많은 용기와 인내가 필요했다.

“(팔려면 웃어야 하는데) 하도 오랜 세월에 묻혀 살아서 웃음이 안 나와요. 30년 동안이나 이렇게 살아왔는데, 웃을 일이 없지. 설날도 모르고, 생일도 모르고…. 밥 세끼나 얻어 먹으면 잘 먹은 거였지.” (종각역 신입 빅판)

 

일주일에 평균 3-4명이 빅이슈의 문을 두드리지만 수습기간 2주일을 버티는 건 약 30%뿐 하지만 2주간 성실히 판매하면 정식 빅판이 되고, 한 달 고시원 비를 지원받아 거리 생활을 벗어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일할 곳이 있다는 것, 다시 들어갈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사실. 이게 자기 자신하고 싸워야 가능한 거거든. 그래, 나는 일어섰어.” (강명렬, 신촌역 3번출구 빅판)

“한 평짜리 고시원이었지만, 몸을 누일 때마다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다짐했죠.” (종각역 빅판, 임형근씨)

그렇게 6개월 이상 꾸준히 판매하며 보증금 150만원을 모은 빅판에게는 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홈리스(Homeless)였던 그들에게 드디어 제대로 된 ‘집’이 생기는 것! 5년간 전국 빅이슈 판매원은 총 634명* 그 가운데 무려 71명이  임대 주택에 입주하는 결실을 맺었고, 20명의 빅판이 재취업까지 성공했다. 진정한 경제적 자립이 시작된 것이다.

6년 전만해도 노숙을 하던 임형근씨 1년 3개월간 공덕, 강남, 잠실, 종각까지 빅이슈를 팔며 월 80만원을 벌었다. 고시원비, 생활비 등을 빼고 모두 저축하여 150만원을 모아 올해, 꿈에 그리던 임대 주택을 얻게 되었다.

“하루 다섯 시간씩 목발을 짚고 큰 소리로 손님을 끄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회로 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젊은이들을 보며 힘을 얻었습니다. 나도 사람들에게 희망의 웃음을 주고 싶어요. 내가 웃는 얼굴을 보여야 길 가던 손님, 취준생, 직장인… 사람들이 좋은 에너지를 얻지 않겠습니까?” (임형근씨, 종각역 5번 출구 빅판)

2013년까지 빅판으로 일했던 조성권씨. 요리사가 꿈이었던 그는 한 급식업체 조리부 취직에 성공했다.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힘이 들어도 기쁨이에요. 하루 매 순간이 정말 감사합니다.” (조성권, 요리사 (전 빅이슈 판매원)-

한 때는 세상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세상에 등을 돌렸던 홈리스들. 그런 이들을 일으키는 또 다른 큰 이유,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 빅이슈 최초 완판을 기록한 아이유, 이승기, 하정우, 장윤주, 이효리 등… 국내 톱스타들이 재능 기부로 잡지 표지 모델과 인터뷰에 참여했고 코디네이터 들은 각 10명의 빅판을 담당하며, 건강과 심리상태까지, 사회로 돌아가는 모든 과정을 돕고 무료 급식소를 찾아 다니며 판매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건 낯선 인연들. 2000여 명의 재능기부자와 3000여명의 빅이슈 판매 도우미들이 잡지의 제작과 판매를 직접 돕는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낯선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하지만, 때론 독자들이 “힘내세요!”  한 마디 격려도 해주고, 추운 겨울엔 따뜻한 손난로를 건네주기도 하고,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와서 구매해가는 어머님, 힘내라며 빵과 음료수를 사다 주는 사람도 있다.

“요즘 세상에 흉측하거나 정에 굶주린 뉴스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거하고는 정반대되는 세상을

빅이슈를 통해서 바라볼 수 있어요.” (임형근, 종각역 5번 출구 빅판)

세상을 등지고, 무력하게 살아온 지난 날들. 처음 빅판이 되었을 때는 사람들의 시선들 때문에 쥐구멍에 숨고 싶었고, 홈리스라는 타이틀이 창피했다. 하지만, 그들은 빅이슈를 통해 당당히 용기를 낸다.

“10대, 20대 때 귀한 시간을 헛되이 보냈거든요. 아직은 젊은 저이고, 살 날이 많습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저를 지켜보며 용기를 주시고, 삶의 목적이 생기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마음속에 살고자 하는 열정이 솟구쳐 오릅니다. 독자 분들 사랑하며 감사합니다.” (이승석, 공덕역 빅판)

작년 이태원역의 한 빅판은  고마운 독자들에게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장문의 편지를 빅이슈에 끼웠다.

‘독자분들께서 이 잡지를 왜 살까?’ 궁금도 합니다. 사람들은 인생의 긴 여정 속에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저도 저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또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추구하는 삶과 좌절하는 삶 속에서 과거의 불행을 밑거름 삼지 못하고 망각해버리는 인생이 될까 두려워질 때도 있습니다. 이 곳 판매지에서 언제까지 일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저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판매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삐뚤빼뚤하게 쓰여진 시 한 편.

“푸시킨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때로는 쪽방촌을 전전했으나 이제 그들은 자기 인생의 “빅이슈”를 만들고 있다.

오늘도 지하철 역 앞에서 그들은 새로운 ‘기쁨의 날’을 위해 외친다.

“홈리스의 자립을 위한 희망의 잡지, 빅이슈!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

지도 밖 길을 걷는 체인지 메이커들의 이야기 – 체인지 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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