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우신소] NHN엔터, ‘토스트루키’ 최민호·박정환

뚫기 힘들다는 취업난을 통과한 신입사원은 어떤 마음으로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까요? ‘고생 끝, 행복 시작’을 외치며 즐겁게 근무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마음 한구석 조용히 불만을 감춘 채 그저 그렇게 일하고 있을까요. <블로터>에서 신입사원의 솔직한 마음을 ‘우리 신입사원을 소개합니다'(이하 우신소)를 통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입사 전 어떤 교육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들어볼까요.

방문 회사 : NHN 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

교육 프로그램 : 토스트루키. NHN엔터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흔히 말하는 자격조건을 보지 않는다. 서류는 최소한의 성실성만 보고 필기시험을 치른다. 올핸 약 2천명이 필기시험을 치렀다. 이후 ‘필더토스트’를 통해 지원자가 회사 문화를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회사 소개, 코딩 및 코드 리뷰, 실무진의 구두 면접을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과한 응시자에 한해 임원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최종 합격하면 오리엔테이션을 거치는데, 이때 회사로 불러 어떤 교육을 받게 되는지 알려주고 과제도 내준다. 이후 두 달 이상 ‘베이스캠프’라는 실적 교육을 통해 현업에서 근무하기 위한 최종 준비를 마친다.

신입사원 : 2년차 파릇파릇한 최민호 사원과 2개월차 혈기왕성 박정환 사원

NHN entertainment main

- 어떻게 해서 NHN엔터에 들어오게 됐는가. 지원 직종은 무엇이고, 지금 현재 어디로 배치받아 일하게 될 예정인지 알고 싶다.

최민호 : 인턴이 계기가 됐다. 소프트웨어 웹 개발 부문 인턴을 했다. 물론 인사 준비하면서 NHN엔터만 알아본 건 아니다. 다른 가고 싶은 회사도 있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NHN엔터는 개발자 문화가 잘 퍼져 있다. 개발 직군으로 들어와서 6개월 정도 ‘코미코’라는 웹툰 서비스를 맡았다. 이제는 ‘두레이’란 협업 솔루션 프론트 개발 쪽을 담당하고 있다. 자바스크립트 쪽을 하고 있다.

박정환 : 사실 개발자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지 얼마 안 됐다. 4학년이 돼서야 개발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운영할까, 개발할까 고민을 했다. 개발로 마음을 정하고 처음으로 지원한 회사가 NHN엔터다. 첫 지원이다.

사실 지원하고 걱정이 좀 들었다. 나름 대기업인데, 회사에 갇혀 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NHN엔터에서는 ‘필더토스트’라고 해서 1일 체험형 면접을 진행하더라. 출근부터 퇴근까지 함께하는 행사로, 지원자 긴장 완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행사인 듯하다. NHN엔터 1층부터 모든 층을 걸어 다니며 사옥을 구경한다.

신기한 게, 여기 바닥이 대나무다. 국내 유일한 자연 친화적인 회사다. 심지어 계단 층이 지그재그여서 고소공포증을 앓는 개발자도 일할 수 있게 세심하게(?) 신경 썼다고 한다. ‘캔틴’이라고 해서 업무 중간마다 냉장고와 자판기에서 먹을 걸 가져다 먹을 수 있더라. 아침도 주더라. ‘홈바’라는 기분을 느꼈다.

최민호 : 그거 아는가? 층마다 냉장고 색이 다르다. NHN엔터 층마다 색이 정해져 있다.

박정환 : 맞다. 사실 층마다 색을 다르게 한 게 개발자를 배려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색을 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실 종류도 다양하더라. 마루가 있는 회의실도 있고, 누워서 잘 수 있는 회의실, 서서 회의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입사하기 전에 구경했다. 지하부터 옥상까지 돌아다녔다.

토스트루키3기 수료식 모습

토스트루키3기 수료식 모습

- 누워 잘 수 있는 회의실이라니 부럽다. 입사 전부터 제대로 꼬드김 당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구경을 시작으로 면접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면접은 어떻게 진행됐는가.

박정환 : 저는 집이 제주도다. 제주도에서는 물 건너서 면접을 보러 오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그런데 NHN엔터 면접을 물을 건너온 보람이 있었다. 개발자다보니 당연히 코드 리뷰를 거친다. 그런데 이 코드 리뷰 분위기가 다른 회사랑 정말 다르더라. 면접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른 회사 면접도 봤는데, 그때마다 내가 잘하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이 사람 괜찮을까?’ 같은, 약간 시험받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열심히 문제 풀어도 ‘됐습니다’, ‘그 정도만 하세요’ 같은 말을 듣기도 했다. 질문이 안 오는 경험도 했다.

최민호 : 근데 여긴 탈락자에게도 코드 리뷰를 해준다. 그 점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다른 면접을 보았을 때 비교하면, 친절한 곳도 ‘몇 등에서 떨어졌습니다’라는 정보까진 주는데, 왜 떨어졌고 무엇 때문에 떨어졌는지는 설명해주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박정환 : 진짜 NHN엔터는 다르다. 내 가능성을 보고 뽑아주는 회사라는 느낌이 코드 리뷰할 때부터 든다. 보통 탈락, 합격 유무만 알려주는 데 이곳은 코드 리뷰도 함께해준다. 코드 리뷰를 하면서 우리 회사 문화는 어떻고, 아쉬운 코드 부분을 지적하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건 면접 때 면접관이 들어와서 본인 직함과 이름을 얘기하면서 나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점이었다. 내심 ‘지원자인데, 우리에게 왜 이렇게 잘해주지?’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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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사원은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부서배치를 앞두고 있는데,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다.

박정환 : 떨리고 긴장된다. 주변에 취직한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일해보니까 어때?’라고 했는데, 왠지 힘없는 답이 돌아오더라. 여유가 없다고 한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근데, 난 설렌다. 교육 기간 동안 제대로 따라갔는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것을 경험해서 식견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얼른 크라며 물 주고 비료를 주니, 빨리 커서 모서리가 날카로운 개발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민호 : 표현력에 조금 감동했다. 그나저나 앞으로 바빠질 거다. 바빠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 들어오기 전 본인이 생각하는 NHN엔터는 어떤 회사였나.

박정환 : NHN이랑 네이버가 분사하기 전 지식만 있어서 막연히 포털에 게임하는 회사로 생각했다. 그러다 지원하기 전에 공부해보니, NHN엔터가 게임을 하는데, 그것도 잘 나가는 게임 ‘프렌즈팝’을 하는 걸 보고 막연하게 ‘여긴 게임 위주 회사구나’라고 생각했다. 입사하고 교육받으면서 이 생각은 완벽하게 바뀌었다. 안 하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사업 영역이 넓다.

사실 학부 때 씬클라이언트에 관심이 많아서 가상화, 이중화, 클라우드 공부를 좀 열심히 했다. 근데 공부를 하다 보니 학사 수준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엔 한계가 있더라. 근데 NHN엔터는 ‘토스트PC’도 있고, IDC도 있다. IDC 신기하다 (+_+)b

최민호 : 심지어 난 이 회사가 분사한 지 얼마 안 되고 들어왔다. 알아볼 땐 거의 정보가 없었다. 게임 회사로 알고 들어왔다. 사실 게임에 흥미가 없어서 인턴만 하고 다른 회사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들어와 보니 게임이 주력이긴 하지만 다른 다양한 사업도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클라우드, 웹 개발, 그리고 네이버에 같이 있다 나온 회사다 보니 웹 기술 쪽도 하더라. 원래 웹 쪽을 하고 싶었던 터라 맘에 들어서 들어왔다.

- 최민호 군은 입사 2년차다. 입사 초창기와 지금, 마음의 변화는 없는지.

최민호 : 다니는 회사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NHN엔터는 정말 개발 문화, 인프라가 잘 돼 있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친구 중 대기업 간 2년차들과 얘기 나눠보면 ‘너 할만해?’라고 물었을 때 ‘괜찮아’라고 답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물론 우리 회사가 야근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하기 싫은 야근과 기분 좋은 야근은 엄연히 다르다. 개발하는 사람끼리 모여 스터디를 6개월 넘게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회사에서 얻을 수 없는 지식을 더 공부해보고자 모인다’라고 한다면 나는 ‘내가 배운 걸 써먹고 복습하기 위해서 스터디를 한다’는 편에 가깝다. 회사에서 수시로 새로운 지식을 채워 넣어주다 보니 강제로 최신 개발 정보에 눈뜨게 된다.

아무래도 프론트 개발을 하다 보니 개발 재미를 더 잘 느낄 수 있지 않나 싶다. 내가 딱 하는 게 빨리빨리 보여진다. 구현했는데 눈앞에 가시적으로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서, 그럴 때 굉장히 기쁘더라. 또 동기들이랑 다른 점이, 개발 교육을 받고 개발을 하는데 대부분 자기가 하고 싶은 개발 업무를 못하더라. 그런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고 내가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다. NHN엔터는 어떤 의미에선 개발을 이제 막 시작하는 신생 서비스가 많다 보니,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그것도 개발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 밑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다.

- 박정환 군은 합격해서 ‘베이스캠프’ 과정을 거쳐보니 어땠는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니 ‘인간개조 되어 나온다’라는 얘기가 있더라. 정말 그 정도로 힘든가. 교육 과정을 보니 조를 이뤄 수업을 듣더라. 조모임은 조별 인원과 협업이 필수다. 많은 사람과 같이 일해본 느낌이 어땠는지 알고 싶다.

박정환 : 합격해서 베이스캠프에 참여하는데,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도 있고 면접 때 만난 사람도 눈에 띄더라. 이때 얘기 나누면 ‘내가 왜 됐지?’, ‘나는 왜 뽑힌 건가?’란 얘기 밖에 안 나눈다. 이 고민을 한 이틀 정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정신없이 베이스캠프 교육 과정에 빠져들었다.

최민호 : 난 아직도 신기하다. 베이스캠프 때 정말 많은 걸 배웠다. 함께 입사한 동기를 보면 아는 게 정말 많은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베이스캠프를 거치면서 나도 함께 공부할 기회가 된 것 같더라. 동기로부터 자극을 받아 더 공부하게 됐다.

물론 중간에 교육을 들으면서 갈등도 많이 겪었다. 감정싸움이 아니라 프로젝트 방향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갈등이 생겼다. 뭐가 좋은지 서로 모르니 경험하고 부딪치며 갈등을 풀어나갔다. 조별과제는 대체로 과제물을 주고 우리끼리 먼저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모르는 게 많다 보니 처음부터 많이 헤매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면서 배우는 맛이 또 있더라.

박정환 : 베이스캠프에서 기술교육을 받는데 조원 4명과 멘토 1명이 함께 프로젝트를 이끌어간다. 처음엔 사공이 5명인 배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조정이 되더라. 조정경기처럼 한 곳을 향해서 각자 역할을 한다. 관심사나 성격이 다르더라도 문제없다. 우리 조는 유독 성격이 잘 맞아서 밤 새우면서 낄낄거리면서 서로 도와주고 공부했다.

사람마다 잘 할 줄 아는 영역이 있다. 어떤 친구는 기록을 잘하고, 어떤 친구는 리서치를 잘하고, 어떤 친구는 묵묵히 100만큼의 일을 120까지 해내는 친구도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 협업하는 마음이 생긴다. 베이스캠프 기술 교육은 매주 조장이 바뀐다. 서로 역할 바꿔가면서, 내가 이렇게 일을 했을 때 저 친구는 이런 기분을 느꼈겠다고 하면서 배운다. 점점 갈등이 사라지는 게 신기하다고 느꼈다. 막상 개발 시작하고 나서는 조원끼리 전혀 싸우지 않았다.

최민호 : 그러고보니 우리도 어느 순간 서비스 기획 단계를 넘어 개발할 때 싸우지 않았다.

박정환 : 조별과제는 내가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을 남이 신경 쓴다는 부분이 신기했다. 내가 신경을 덜 쓴 부분을 남이 100% 신경 쓰는 경우도 있었고, 매일 아침 회의해서 뭘 하는지 자주 공유했다. 단순히 개발하는 것 외에 회의 문화도 배웠다. 멘토가 나서서 ‘스크럼’이라고, 정해진 시간에 모여서 회의하는 방식을 알려주더라. 이렇게 차츰 어떻게 조직 안에서 개발을 해야 할지 익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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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베이스캠프에서는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최민호 : 서비스 하나를 두 달 동안 만드는 게 목표다. 처음 몇 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그 서비스를 운영한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 샤딩도 하고, 장애도 발생시켜보고, 직접 서버에 올려보기도 한다.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뿐 아니라 이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하고, 서비스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어디서든 이런 경우가 배우기 어렵다. 우린 이를 교육 때 배웠다. 실무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쌓았다.

박정환 : 최민호 사원과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데이터베이스를 만지기도 하고, 서버도 설치하고, 구성하는 일도 원격으로 해봤다. 학교를 나와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를 직접 다뤄보는 건 처음이다. 학부생 수준에서 서버 개발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베이스캠프 교육을 받다 보니 운영하면서 어떤 로그를 남겨서 분석해서 나중에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하고, 서비스를 출시하다가 중간에 에러가 생기면 몇 분 안에 원상복구시키는 스크립트를 구성해 시험해보기도 했다. 여러가지를 되는지 안 되는지 직접 부딪히면서 테스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스프링 프레임워크, CSS, 마크업, 안정적인 운영을 하려면 어떤 기법을 활용해야 하는지 등도 배웠다. 이 모든 교육 과정을 마치 실제 업무에 투입돼 현업에서 하듯 기안 내고 결재도 받는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 과정은 무엇인가. 또 코딩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개발했는지.

박정환 : 다 기억난다. 하나같이 잊을 수 없다. 같은 조 팀원이 자주 쓰는 말이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해”였다. 제일 당황한 순간이 데이터베이스를 바꿔야 할 때였다. 원래는 서버 1대와 데이터베이스 1대, 이렇게 구성을 했는데, 데이터베이스를 스케일아웃을 해야 하는 일이 떨어졌다. 스케일아웃을 하려면 DB가 하나면 안 된다. 갑자기 회사에서 리얼 서버를 2대를 주더라. 주변에서 샤딩이라는 단어가 스멀스멀 들리는데, 샤딩이 뭔지 모르는 조도 있었다. 이론으로 배운 샤딩을 직접 해보는 게 제일 경험에 남았다. 지식으로 남는 것과 실전으로 익혀 기억하는 게 어떻게 다른지 알았다. 하나의 서비스가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실습에 모형화해 녹였다. 인프라를 다스리려면 알아야 할 사항들을 아주 꼼꼼하게 9주 안에 밀어넣었다고 할까.

최민호 : 아직도 못 잊는 순간이 있다. 코미코 개발 시절, 첫 서비스로 잘 운영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도 느는 추세였다. 문제는 그때부터 장애가 나면서다. 처음 운영하다보니, 클릭을 잘못해서 장애를 낸 일이 있었다. 장애 원인을 찾다가 장애를 낸 경우다. 알림 문자가 날아오고 전화가 오니 등에 소름이 끼치더라. 손가락도 떨렸다. 그런데도 베이스캠프에서 배운 기억을 되살려, 선배 개발자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뭔가 이렇게 배워가면서 커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무엇을 가장 잘 배웠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박정환 : 하나 배웠다. 전부! 개발 운영부터 복구까지 자세하게 배운 건 아니지만, 몰랐던 분야다. ‘와, 이런 게 있었어?’ 하면서 배웠다. 이미 경험해 본 친구들 말고는 대부분 취업준비생을 갓 벗어난 사람들끼리 8주 동안 지내왔다. 처음엔 ‘스프링 프레임워크가 뭐지?’, ‘스프링이 뭐지?’, ‘용수철인가’ 하면서 들어왔는데, 교육 끝에 걸음마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

최민호 : 개발자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진정한 개발 말이다. 무리한 시간에 쫓겨 매일 밤새우고 남이 쓴 코드 덮어쓰는 개발자가 아니라, 처음부터 서비스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를 가지게 됐다. 깃에 커밋도 해보고, 자기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개발자로 살아가는 걸 배웠다.

- 교육받다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지.

박정환 : 웬걸, 오히려 멘토들이 우릴 목 졸라버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교육 진행하는 수석은 경력이 엄청나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 신입사원은 소꿉놀이하는 꼬꼬마로 보일 터였다. 오히려 그들이 보기에 우리가 답답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컸다. 그런데도 정말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드 리뷰부터 작게 했다. 한 주, 두 주, 차근차근 가르쳐주셔서 좋다.

-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직군에서 일하고 싶은지, 어떤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은지.

최민호 : 인류를 혁신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프론트 개발을 하고 싶다. 그런 서비스에 참여하고 싶다. ‘온라인 상 협업을 혁신하며, 인류의 삶을 개선한다’라는 목표를 가진 협업 도구를 개발하려고 한다.

박정환 : 교육을 받으면서, 처음에는 서버 개발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사용자 인터랙션하는 부분에 자바스크립트를 많이 쓰더라. 어쩔 수 없지 하고 코드 리뷰를 받았는데, 자바스크립트, 자바와 함께 하는 게 많다고 해서 이 부분을 좀 더 집중적으로 파볼까 한다. 프론트엔드 영역에 관심이 많다.

교육 과정이 마무리될 무렵에 회사에서 하는 일을 들을 자리가 생겼는데, 그때 팀 소개에서 ‘프론트엔드 개발팀’이 눈에 들어왔다. 오픈소스 공헌 활동도 하고 코드 리뷰도 한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티켓링크에서 좌석 배치도를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만든다고 하더라. 감동이다. 좌석배치도를 자바스크립트로 만들었는데, 공연장마다 좌석 배치가 다른데 그 좌석 배치를 만드는 도구를 개발했더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회사 입사 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 중 가장 달라진 점은.

박정환 : 제가 잘 해야겠다는 생각? 이미 잘하는 분들이 있는 상황이라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 흐리면 안 되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다.

최민호 : 달라진 게 없다. 열심히 할 뿐!

- 다음 토스트루키, 신입사원에게 해주고픈 조언이나 말이 있다면.

최민호 : 개발을 하고 싶으면, 우리만한 회사가 없다.

박정환 : 등 떠밀려 올거면 안 왔으면 좋겠다. 정말 하고 싶은 사람이 와서 즐겁게 왔으면 좋겠다.

- 라디오스타 같은 공식 질문을 하나 던져볼까 한다. NHN엔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최민호 : 나에겐 NHN엔터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준 곳. 어떤 직장을 가져야 할지 막막했는데, 여기 와서 ‘나는 개발자다’라는 걸 느끼게 해준 곳. 그에 맡게 교육받고 환경도 잘 갖춰진 곳.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곳.

박정환 :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첫 물꼬를 텄다’란 생각? 졸업하고 바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렇고, 개발자로 첫 물꼬를 텄고, 제주도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육지에 올라온, 뭍에 올라온 물고기 심정으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기회를 준 회사라고 생각한다.


“NHN 엔터테인먼트 신입사원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 백창열 B-flat 개발랩 랩장

백창열 B-flat 개발랩 랩장

백창열 B-flat 개발랩 랩장

우린 신입사원 채용을 ‘필더토스트’라고 합니다. 토스트는 일종의 NHN엔터가 만들어 나가는 회사 브랜드죠. ‘필더토스트’는 우리 회사를 느껴보는 자리입니다. 그냥 면접자들 뽑아서 면접보고, 질문 던지고, 집에 보내는 게 아니라 종일 회사에서 일일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헬스클럽에 데려다주면서 이용해보라고도 하지요. 도중에 구내식당에선 밥도 먹이고요. 이날 몇 시간에 걸쳐 코딩도 하고 코드 리뷰까지 합니다. 그다음 구두 면접을 진행합니다.

면접 역시 2대2 면접으로 진행됩니다. 면접관 2명, 면접자 2명이 아니라 직접 면접을 주도할 조직장 2명, 그 면접 진행 과정을 받아 적을 코드 리뷰어 2명이 함께 들어가서 면접을 봅니다. 면접관과 면접자 간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는 노트북으로 기록하지요. 단답형 형태가 아니라 모든 문장을 받아적습니다. 나중에 복기하면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핍니다. 심지어 괄호를 열고 대답 당시 풍기는 느낌을 지문 형태로 남기기도 합니다. NHN엔터 문화라고도 할 수 있지요. 면접자에게 몇 가지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라도 기록된 전체 내용을 보고 괜찮다는 판단이 서면 뽑습니다.

우리 입사 과정을 두고 번거로워 보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알아야 합니다. 공들여 뽑는 만큼 좋은 사람이 들어옵니다. 물론 내부에서도 정말 준비를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코드 리뷰도 주니어 개발자가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팀 내에서 진짜 잘하는 선임이 나와 코드 리뷰를 합니다. 이렇게 뽑기 시작한 이후 우리 회사엔 마법사 같은 개발자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엔 내부에서 ‘신입사원 배정할게’라고 하면 ‘그냥 경력 뽑자’란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채용 프로세스를 바꾸고, 교육 프로그램을 바꾸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젠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면 각 팀에서 줄을 섭니다. 원하는 신입사원을 데려가려고요. 토스트루키 1기인 최민호 군도 정말 마법처럼 성장 중입니다.

좋은 개발자를 뽑는데, 왜 이렇게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자하냐고요? 예를 들어 여기 판교역서 서현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굉장히 운전을 잘하는 기사를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이제 막 택시 운전을 시작해 길을 잘 모르는 기사님이나, 경험이 많아 지름길을 알고 있는 운전 기사님 간 도착 시각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몇 분 정도 나지요. 하지만 정말 맘이 급해서 택시를 탔는데, 그때도 그 몇 분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다릅니다. 개발도 마찬가지지요. 공들여 사람을 뽑는 만큼 숫자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 있고 실력 좋은 개발자를 뽑을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나중에 NHN엔터가 운영하는 서비스 질로 이어지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코드 리뷰를 할 때 알고리즘 문제를 냅니다. 기본기에 충실한 학생을 찾으려고 노력하지요. 이제 막 회사를 지원하는 면접자에게 스프링 프레임워크, 안드로이드, 앱 개발 유행 등은 안 물어봅니다. 절대 안 물어봅니다. 수능으로 따지면 교과서로 공부하는 친구를 찾기 위해 자료구조, 네트워크, 시스템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운영체제 등 이런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물론 답변을 못하면, 계속 힌트를 줍니다. 따라올 수 있는지를 살피는 식이지요. 헨젤과 그레텔처럼 쫓아오게 만듭니다. 처음에 대답을 못 해도, 그 친구의 가능성을 보는 데 집중하는 편입니다.

NHN엔터 채용은 어지간해서 불성실한 이력서가 아니면 통과시킵니다. 단연코 말하지만, 학벌? 보지 않습니다. 올해만 약 1500명이 필기를 보았지요. 필기는 아까 말한 기본적인 네트워크, 자료구조, 알고리즘, 학부 때 교과서를 공부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을 냅니다.

이렇게 뽑은 사람으로 이뤄지는 교육 ‘베이스캠프’는 우선 신입사원을 어려움에 빠뜨립니다. 수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물에 들여보내는 게 아니라 일단 물에 던지는 식이죠. 특정 항목에 대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예를 들어 방명록 같은 서비스를 만들라는 과제를 주면서 여러가지 제약 조건을 주지요. 그 과정에서 왜 개발을 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지고, 어떻게 클라이언트 입장을 느낄 수 있는 토론을 하고 발표를 시킨 다음에 강의와 교육을 합니다. 필요성을 느낀 학생에게 방법과 이론을 가르쳐주면 집중도가 몰라보게 달라지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 외에도 현업의 고민을 녹여 과제를 만듭니다. 웹서버를 갑자기 2대로 늘리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이요. 예를 들어, 베이스캠프 교육 6~7회 정도에 리팩토링을 합니다. 어떻게 리팩토링을 할 건지도 신입사원이 정해야 합니다. 처음 3주는 기획하고 개발할 시간을 줍니다. 기획은 2가지 주제를 주고 고르라고 하지요. 일주일간 기획을 하고 2주간 개발을 합니다. 이때 멘토가 하는 일은 ‘방임’ 입니다. 일단 자기네들끼리 해보고 난 다음에 클린코드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웹스케일아웃 얘기해주고, DB스케일아웃 얘기해주고, 안정적인 운영, 성능, 검색에 대해 설명하고 가르쳐줍니다. 깃허브 이론과 REST API 문서화, 읽기 좋은 코드, HTML/CSS 이론과 실습. 자바스크립트 기초와 안티패턴, 웹 시큐어 코딩과 보안 검수 피드백, 실제 서비스 나갈 때 하는 과정을 미리 해볼 수 있게 교육 과정을 구성했습니다.

이를 모두 팀 형태로 하지요. 사실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혼자 하는 일이 없습니다. 대학생은 협업해서 개발하는 일을 많이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학생 땐 주로 한 사람이 하면서 이끌어 나가는 형태의 협업을 주로 합니다. 이젠 회사에서 하는, 조직 전체에서 하는 협업을 하는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현업에서 수월하게 일할 수 있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을 가져갈 계획입니다. 기본적인 알고리즘, 자료구조, 네트워크, 시스템 프로그래밍, 운영체제, DB 등에 대해 학교 수업에 배운 걸 잘 공부해서 오면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습니다. 정말 개발이 좋은 사람들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이 진짜 좋은 교육을 통해서 개발자로서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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