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앞으로 10년, 실리콘밸리에 겨울이 온다”

4월1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네이버 주최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6’ 행사가 열렸다. 실리콘밸리에 도전하는 한국인 창업자들을 초청해 직접 이야기를 듣는 자리다. 첫 번째 연사로 이호찬 KTB 벤처 실리콘밸리 법인 대표가 나서 ‘한국 VC의 미국VC 생존기’라는 주제로 벤처 시장의 10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10년의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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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호찬 대표 강연자료

시장 따라가는 벤처 시장

이호찬 대표는 2006년에 MBA 과정을 마치고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투자자로 일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닷컴 버블 이후의 벤처업계, 소셜·모바일의 등장, 금융위기에 따른 벤처투자업계의 충격, 유니콘의 등장을 투자자의 관점에서 풀었다.

이 대표는 “투자활동 자체가 자본시장의 영향을 받는다”라며 지난 10년을 ‘닷컴 버블 붕괴 충격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했다. 2005년 이후 다시 좋아지는 듯했던 벤처시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함께 침체됐으나, 이후 ‘나도 유니콘이 되고 싶다’는 창업자와 ‘내 투자목록에 유니콘을 끼워넣고 싶다’는 투자자 욕망이 상호작용하면서 대형 펀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대형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단어다.

지금도 ‘거품의 연장이냐 아니냐’는 논의는 여전하다. 다만 이호찬 대표는 “벤처도 결국 사이클이기 때문에, 버블은 언젠가는 꺼진다”라며 “버블이 꺼질 거냐, 안 꺼질 거냐는 논의의 핵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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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호찬 대표 강연자료

스타트업의 사이클

모든 회사가 잘 될 수는 없다. 안 되는 회사가 더 많다. 스타트업의 위기는 펀딩이 안 될 때 시작된다. 스타트업은 펀딩이 떨어지고 외부 투자자에게서 새로운 펀딩이 안 들어오면 내부적으로 자체 조달한다. 그러다 안 되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일단 회사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으로도 극복이 안 되면 회사 정리절차가 시작된다. 정리도 잘 해야 한다. 정리가 잘 안 될 경우, 망하는 회사에 추가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호찬 대표는 “회사가 잘 되면 계약서를 볼 일이 없는데, 회사가 안 되면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가 살아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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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호찬 대표 강연자료

한국시장과 미국시장의 차이

‘엑싯'(Exit)은 투자회수를 의미한다.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판매한 단계라고 이해하면 쉽다. 엑싯은 스타트업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다. 스타트업을 엑싯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다. 인수합병은 말 그대로 큰 업체가 회사를 통째로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인수합병이 엑싯의 80~90%를 차지한다. 때문에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기업공개와 달리, 스타트업의 모든 순간에 엑싯의 기회가 있다. 기업공개 중심의 한국보다 인수합병 중심의 미국 스타트업이 성장 중심의 모델을 채택할 수 있는 이유다.

이호찬 대표는 미국과 한국의 결정적인 차이가 경영자-투자자 간 이해관계 일치 여부에서 나온다고 봤다. 한국에서는 경영자, 투자자, 직원의 이해관계가 분리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미국은 제도적으로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하나로 일치된다. 회사를 성장시키는 게 모두의 이익이라는 믿음이 이들 사이에 있다. 이 차이가 실리콘밸리 벤처와 미국 벤처 투자 생태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이호찬 대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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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호찬 대표 강연자료

“앞으로 10년, 더 추워질 것”

이호찬 대표는 “이미 춥다”라고 벤처 투자 생태계의 현실을 짚었다. 앞으로는 더 추워질 거라고 판단했다.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기업공개에 나선 기업은 1분기에 6개뿐이고, 테크 업체의 경우는 한 곳도 없다. 지난해 23개 테크업체 기업공개가 있던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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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호찬 대표 강연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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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호찬 대표 강연자료

위기가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지난 3~4년간 이어졌던 추세가 누적된 결과라는 게 이호찬 대표 설명이다. 이호찬 대표는 “결국 앞으로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업체의 ‘다이어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실리콘밸리의 위축이 한국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호찬 대표는 “크게 보면 시장의 영향을 받는다는 측면은 있겠지만, 한국은 정책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어 미국 시장과는 약간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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