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카드] 놀멍, 쉬멍, 걸으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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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섬 제주, 산과 바다를 따라 놀멍, 쉬멍 걸으며 여행 하는 제주 올레길.

사실 올레길은 원래 있던 길이 아니었다. 올레길을 만든 건 정부도, 지자체도 아니다. 바로 언론인이었던 서명숙씨 개인이 시작한 일! 그녀는 지난 삶을 돌이키며 ‘미친 듯이 살아왔다.’고 말한다. 23년간 기자로 살아왔던 그녀는 왜 올레길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하며 마침내 육지로 ‘탈출’을 성공한다. 그리고 서울에서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기자’의 꿈을 이뤘다. 그녀에게 기자는 가슴이 뛰는 직업이었다. 사건이 발생하면, 가슴부터 뛰었다. 특종만을 목숨처럼 쫓으며 23년간 미친 듯이 일만 하며, 편집 국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저는 재수없는 직장 상사였어요. 틈만 나면 뚜껑이 열려서 별명이 왕뚜껑이었죠. 마감을 하도 재촉해서 마녀도 별명이었어요.”

일 중독이었던 그녀에게 여유는 사치. 휴가는 당연히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리가 높아질수록, 공허했다. 아침엔 눈 뜰 때부터 이미 힘들었고 밤엔 너무 지쳤는데, 잠도 안 왔다. 그렇게 사랑하던 기자 일도 더 이상 가슴을 뛰게 하지 않았다.

“회사에 앉아 있는 지금 갑자기 내가 죽는다고 생각해보면,  ‘회사 어느 자리까지 올라가 보고 죽을 걸.’  ‘아파트 몇 평짜리 사놓고 죽을 걸.’ 이렇게 후회할까요? 남들은 그렇게 달달 볶아 놓고 정작 나 자신은 신경도 안 쓰고 있었어요. 출세가 뭐길래, 돈이 뭐길래… 특종에 목숨 걸면서 살고 있는 제가, 내 인생이 갑자기 너무 불쌍했어요.”

나이 50살. 세상에 지친 자신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 죽도록 고생해 온 언론사 생활에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그만둬도 신문은 매주 잘만 나왔다.

“축구에서는 전반과 후반 사이  하프타임이 있잖아요. 하프타임이 없으면, 축구 선수도 쓰러져요. 그런데 인생에는 아무도 나에게 하프타임을 대신 불러주지 않아요.”

그렇게 휴식을 찾아 산티아고로 떠났다. ‘미쳤다.’며 손가락질 받았다. 800km의 산티아고 길. 노트북도 핸드폰도 MP3 마저도 없었다. 하루에 20km 넘게 묵묵히 걸었다. 그렇게 그녀는 ‘나 자신’과 만났다. 끝없이 걸으며 쌓인 분노와 미련, 미움의 찌꺼기들을 다 자연에 내려놓았다. 온전한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휴대폰도, 차도, 편안한 집도 없었지만 세상 그 어느 곳보다 평화로웠다.

“기자로 살며 항상 사회와 직장에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했었죠.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을 만난 적은 없더라고요.”

끝도 안 보이는 길을 걷고, 걸으며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던 것들을 물었다.

“나는 뭘 원할까? 나는 뭘 할 때 행복하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지?”

그렇게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던 33일째, 길 위에서 영국 여자 ‘헤니’ 를 만났다. 헤니는 말했다.

“내가 겪은 한국은 속도와 경쟁에 휘둘려 다들 제 정신이 아닌 ‘미친’ 나라였어. 한국 사람들에게 이런‘길’이 꼭 필요해.”

“생각해보세요. 한국 사람들은 매일 바쁘게 뛰어갑니다. 근데 모두 다 똑같은 방향이에요. 승진, 돈, 아파트, 차, 출세… 이런 것들을 위해서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오로지 경쟁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왜 이 길을 달려가는지 나만의 목표는 무엇인지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리고 헤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길에서 우리가 받은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줘야 하지 않을까? 각자의 나라에 돌아가면 나는 나의 길을, 너는 너의 길을 만들자.”

그리고 그녀는 결심한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남과 경쟁하며 상처받고 지친 한국 사람들의 숨통을 열어주자. ‘자연’과 ‘사람‘을 다시 만나면서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길.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길.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제주는 상처 받고 있었다. 카지노, 콘도, 온갖 전시관, 볼 거리는 있었지만 아름다운 자연은 없었다. 사람들의 제주 ‘관광’도 문제였다. 수학 여행으로 와서, 2박 3일 관광 패키지로 와서 명소를 찍고, 차만 타다가 끝났다.

렌터카, 관광 버스, 호화 호텔에선 제주의 숨은 속살을 볼 수 없었다. 서명숙 이사가 꿈꾼 길은 달랐다. 바위는 바위대로, 풀은 풀대로,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한 사람만 가는 길.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사람들이 걷고 싶은 만큼 걸으며, 욕심, 분노, 미움, 남의 시선… 다 내려놓고 진정한 ‘사람’과 ‘자연’을 만나는 행복한 길.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시간과 열정으로, 함께 해줬다. 없어진 길은 찾아 내고 끊어진 길은 이어 줬다.

그렇게 길을 낸 지 5년 만에, 마침내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425km, 21코스의 올레길이 완성됐다.

“자기 걸음 속도대로만 가면 돼요. 이 곳에서는 경쟁할 일도, 일정에 쫓기는 일도 없으니까요.”

대기업 CEO도, 예술가도, 학생도,  삶에 지친 엄마아빠들도.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엄마, 게임 중독에 걸린 아들과 같이 온 아빠까지, 모두가 천천히, 올레길을 걸으며 위로 받는다.

그리고 올레길이 만든 놀라운 변화들. 2007년 개장한 이후 8년간 563만 명이 다녀갔고, 제주 올레길의 가치는 연간 350억으로 추산된다. 올레길은 마을 경제도 살리고 있다. 성산 일출봉 남쪽의 작은 마을, 신산리마을 카페의 녹차 아이스크림은 여행자 사이에서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되었다. 대구 팔공산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차를 타고 이동하기만 하던 관광이 아닌 ‘느리게 걷는 여행’ 문화로 한국을 바꾸고 있다.

길 내는 여자, 서명숙 이사. 2013년에는 세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 ‘아쇼카 재단’의 한국 최초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되었다.

제주 올레는 이제 세계로 나아간다. 일본 규슈, 스위스, 영국, 캐나다, 레바논까지 5개국에 올레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 최초 아시아 트레일 네트워크를 창립하며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서명숙 이사는 말한다.

“수 많은 사람들이 남의 취향에 맞춰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꽁꽁 갇혀 있죠. 다른 사람 눈치보지 마세요. 내 인생의 주체는 나입니다.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을 걸으세요.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진정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요? 매일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 위에 서 있다. 남들이 다져 놓은 편한 길을 갈 것인가? 넘어지고 헤맬지라도 나의 길을 만들 것인가?

여행자는 당신이다. 답은 당신에게 있다.

지도 밖 길을 걷는 체인지 메이커들의 이야기 – 체인지 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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