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렌즈 후끼도 쳤는데”…용산 카메라 매장의 2016년

용산역 아이파크 전자상가. 용산역과 바로 붙어 있어 용산 전자상가 중에서도 호객행위가 심한 곳이다. 물론, 지금은 ‘손님, 맞을래요?’라고 말하는 업자는 없지만, 고객을 상대로 가격을 후려치는 악덕상인인 일명 ‘용팔이’는 여전하다고도 한다. 3층 건담베이스 옆에 있는 즐거운 카메라에서 지금의 용산역 아이파크몰 카메라 매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예인 팬부터 공공기관까지

그냥 카메라만 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뜻밖에 일이 다양하다. 새 제품도 팔고, 중고 매입도 한다. 중고물품을 받고 새 물품의 가격을 깎아주는 보상판매도 한다. 카메라 업그레이드도 한다. 가끔 수리도 한다. 돈은 안 되지만, 잠재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어지간한 사진은 카메라가 없어도 그럴듯하게 나온다. 하지만 수요는 여전하다. 찾아오는 고객의 면면도 다채롭다. 절대 낮은 수준의 장비는 맞추지 않는다는 ‘연예인 찍는 사람’부터 사진 스튜디오, 스포츠 기자, 학교나 공공기관 행사 기록용 카메라 등이 주다.

“엑소, 방탄소년단 이런 가수들 팬들도 많이 와요. 5D 마크3 이런 제품(렌즈 미포함으로 300만원 가량 나가는 제품이다) 사가요. 장비 짱짱하게 갖추죠. 망원렌즈 사는 친구들도 있고. 이 고객들이 입소문을 잘 냅니다. 블로그도 많이 하고요. 한 명 잘 해주면 친구들 데리고 오고 그래요.

중국이나 일본에서 유학 온 사람도 물건 잘 사요. 일단 자금력이 좋으니까. 정품이고, 확실하다 싶으면 바로 사세요. 기자분들도 많이 오시는데, 방송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물건 빠삭하게 아시는 분들이니까. 전화로 ‘뭐 준비해달라’ 이러시면 와서 바로 가져갈 수 있게 준비하거나, 바로 택배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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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하루 먹는 장사

장사는 쉽지 않다. 용산 아이파크몰 전자상가를 들어가자마자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손님 뭐 찾으러 오셨어요”, “손님 싸게 해 드릴게요”다. 호객행위가 무척 심하다. 편하게 돌아다니려면 이어폰을 꽂고 다녀야 할 정도다. 단골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단골만으로 장사하기도 어렵다.

“처음에는 진짜 어려워요. 그냥 지나가는 손님 보면 잡아 세워서 하는 건데, 이때 한 분 한 분 정말 잘 해드려야 또 오시거든요. 길게 보고 신뢰를 쌓아야 장사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오프라인 장사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안 나오면 못 팔아요. 주중 오전에는 거의 사람이 없고, 주말에나 조금 오는데, 메르스 같은 거 터지면 진짜 힘들어요.”

이윤을 심하게 남겨도 안 되고, 필요하면 이윤 안 나는 일도 해야 한다. 온라인 평판 유지를 위해서는 따로 캡홀더라도 하나 챙겨주는 등 서비스도 해야 한다. 한 명에게 이윤 크게 남기는 게 아니라, 이윤이 덜 남아도 10명이 오는 장사를 해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업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업자는 그렇게 못해요. 인터넷 입소문이 중요한데, 나이도 다들 많은 편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냥 마진 적게 남기고 새 물품만 파시는 분도 있고, 인터넷 위주로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낚시하는 사람도 있어요. 손님 상대로 후려치고 이러면 절대 오래 못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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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 Jeff Hitchcock, CC BY-SA

온라인은 ‘낚시터’

온라인 낚시는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맞춰놓고, 정작 고객이 물건을 사려고 전화를 하거나 직접 오면 이윤이 좋은 다른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최저가’라는 미끼를 걸어 고객을 낚는 낚시터인 셈이다.

“저희는 온라인 물건은 다 뺐어요. 온라인 물품이 1500개가 있었는데, 이제 20개도 안 남았을 겁니다. 오프라인만 합니다. 온라인은 낚시가 정말 많아요. 예를 들어 원가가 70만원 짜리면 가격 경쟁하다가 65만원까지 낮췄다고 쳐요. 사려는 사람은 그 가격을 보고 전화를 하겠죠. 전화를 받으면 ‘근데 그건 재고가 떨어져서요. 이 상품 어떠세요’ 하는 식이에요. 마진 좋은 걸로 돌리려는 수작이죠. 애초에 그 최저가에 맞추면 장사가 안되니까. 일단 전화만 오게 하자는 거예요.

직접 방문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그 사람은 충분히 알아보고 고심해서 사러 왔는데, 업자가 없다면서 다른 제품 들이밀면 정보가 없잖아요. 근데 그 사람은 이미 ‘사겠다’고 마음 먹고 온 사람이거든요. 그럼 사는 거죠. ‘호갱님’ 되는거예요. 생각해보세요. 물건을 살 당시에는 당하더라도 집에 가면 ‘속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점잖은 분이면 ‘내가 경험했다’ 이러고 넘어가시겠지만, 찾아와서 ‘깎아달라’, ‘환불해라’ 그럼 또 장사하는 사람들은 ‘안 된다’ 이러시죠. 그러니까 매장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꼬박꼬박 소리치고 난리가 나요. 1년에 계좌 4~5개씩은 빠져요. 장사 오래 못 하는 거죠.”

‘작업 치기’ 쉬운 중고 카메라

중고를 이용한 낚시도 횡행한다. 카메라가 워낙 고가의 물품이기 때문에, 자동차처럼 중고로 사고파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도 중고 제품을 두고 말이 많듯,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주행거리를 조작하고, 도색해서 가격을 뻥튀기한다. 카메라도 똑같다.

“컷 수(셔터 조작 수. 카메라로 몇 컷을 찍었는지 알 수 있다)를 조작할 수 있고요. 요즘엔 많이 안 하는데, 옛날에는 ‘렌즈 후끼를 친다’라고 해요. 쉽게 말하면 다시 도색하는 건데요. 진짜 전투적으로 쓰던 렌즈도 어느 정도 깨끗하게 나와요. 도색 할 때 드는 돈이 5만원이라고 치면, 그렇게 후끼 친 제품을 고객에게는 30~40만원 얹어서 팔아요. 그럼 35만원이나 이득을 보는 거죠. 마진에 바가지를 씌우는 건데, 요즘에도 가끔 하는 집이 있어요.”

고객 한 명에게 잘 해줘야 살아남는다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보니 용산에 대한 이미지는 무척 좋지 않다. 오프라인 시장 자체가 온라인에 잠식되는 것도 원인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라인 평판 관리가 무척 중요하다. 네이버 지도에 검색해서 나오는 리뷰, 네이버에 검색해서 나오는 블로그 글의 영향력이 크다.

“카메라는 단골 만드는 장사예요. 카메라 사용하다 보면 업그레이드도 하고 싶어지는 거고, 렌즈도 바꾸고 싶고요. 카메라 쓰시는 분들은 또 자주 기계를 바꾸거든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희 매장을 찾아오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오면 뭐라도 챙겨드려서 좋은 기억 남겨드리면 무조건 다시 오게 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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