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유튜브라는 영상 아카이브와 API의 양면성

닫혀있던 아카이브가 디지털에선 열림으로

디지털 시대, 아카이브는 ‘웹2.0’이라는 이름으로 개방을 전면화했다. 서버에 축적된 디지털 자원을 외부로 공유하거나 임시적으로 재사용하는 행위를 허용했다. 아카이브에 축적된 자원을 꺼내 제멋대로 재조립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폐쇄적이면서 닫혀있던 전통적 아카이브는 개방적이면서 열린 디지털 아카이브로 속성이 변화했다.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영상 아카이브라는 유튜브도 이 속성을 승계한다. 임베드(embed)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유튜브의 개방적 속성을 상징하는 핵심 요인이다. 개방과 공유라는 가치를 실상은 두 기술적 기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디지털 아카이브의 개방을 논할 때 두 장치는 빼놓지 않고 언급이 된다.

두 기술적 장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도 존재한다. 전자(임베드)가 유튜브의 서비스틀(영상 플레이어 등)을 강제한다는 특성을 갖는 반면, 후자는 자원 접근 범위의 한도를 제외한다면 재조립 행위자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준다. 개방과 제3자의 아카이브 재조립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임베드보다 API가 활용 폭이 더 넓다.

이 글에서는 API 즉,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가 가지는 아카이브 재조립의 개방성과 자율성에 주목하면서 그것이 지닌 의미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인터페이스로서 API와 이데올로기

매킨토시의 초기 사용자 인터페이스. 마노비치는 "인터페이스는 컴퓨터 데이터를 특정 방식으로 정리해서 다른 세계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Philosophy Blog)

매킨토시의 초기 사용자 인터페이스. 마노비치는 “인터페이스는 컴퓨터 데이터를 특정 방식으로 정리해서 다른 세계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Philosophy Blog)

API는 그 용어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인터페이스의 한 종류다. 정확하게는 프로그래밍을 위한 인터페이스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인간과 기계가 마주하는 접면이라면 API는 기계와 기계가 대면하는 가상의 공간이다. API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달리 인간이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드러난 접면도 없다. 그럼에도 인터페이스다. 기계와 기계의 정보 교환, 그들의 대화를 매개하는 보이지 않는 ‘가상의 면’이자 규칙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터페이스는 두 가지의 속성을 갖는다. 첫째는 인터페이스에는 설계자의 의도와 가치가 투영돼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떠올려보자. 사용자와 소프트웨어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수렴되는 공간이다. 예를 들면 체류 시간을 늘리거나 혹은 전환율을 높여 수익을 증대시키는 등의 따위가 인터페이스에 새겨져있다.

마노비치는 인터페이스가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통로라고 했다.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컴퓨터를 통해 접근하는 모든 미디어 객체를 생각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사용자가 컴퓨터를 생각하는 방식을 고정시키기 때문이다(Manovich. 2001/2014. ; p.86-97). API도 인터페이스인 이상 이러한 조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터페이스는 또한 통제성도 갖고 있다.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행위를 유도하는 기술적 장치다. 물론 여기에도 설계자의 의도가 개입된다. 설계자는 인터페이스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용자를 통제함으로써 공간의 존재 목적을 달성한다. 대표적인 인터페이스라 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두고 천휘경 MIT 교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상상할 수 있는 것과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제약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Chun. 2005. ; p.43) 또한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렉션을 통해 사용자르 ‘생산’하는 역할도 인터페이스가 도맡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인터페이스의 통제적 성격을 잘 드러내는 분석이다.

API는 대면하는 대상이 다를 뿐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속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인터페이스의 두 가지 속성은 API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그것의 작동방식을 이해할 때 API가 지니는 정치적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API가 통제를 만들어가는 방식

유튜브가 API를 통해 제공하는 리소스와 리소스 유형

유튜브가 API를 통해 제공하는 리소스와 리소스 유형(이미지 : 유튜브 API 자료 캡처)

앞서 언급했다시피 API는 기계-기계가 대화하는 비가시적 인터페이스이다. 또한 프로그래밍의 결과다. 인터페이스는 주체와 객체, 객체와 객체가 상호작용하는 접면이며 그것의 대화법은 일종의 프로토콜에 의해 규정된다. API의 설계와 개발 과정은 커뮤니케이션의 규칙과 규범 체계의 생성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API는 호출할 수 있는 데이터 범위와 빈도를 규정함으로써 자유로운 접근과 상상을 제한한다.

유튜브로 돌아가보자. 유튜브의 API는 GET/POST이라는 명령어(HTML 프로토콜)의 형태로 내부 리소스(아카이브 소스)의 호출과 생성을 허락한다. 하지만 호출되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자원은 썸네일, 플레이리스트, 제목 등 10여 가지로 한정된다. 이는 유튜브의 정책이다. 사용자가 등록한 영상 아카이브의 모든 데이터 및 메타데이터에 대한 접근은 허용되지 않는다.

API를 통한 아카이브 접근은 종종 반대급부를 강제한다. 호출 빈도수를 제약하거나 혹은 대량의 데이터 호출을 위해 비용을 요구한다. 구글은 구글맵의 API 이용 시 필요한 크기와 해상도에 따라 비용을 부과한다. 접근하는 데이터의 양이 커질수록 이에 따른 아카이브 호스팅 행위자들의 비용이 증대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튜브의 경우 API 접근에 대한 반대급부로 영상에 표시된 광고 노출을 훼손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아카이브 저장소를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디스플레이 광고의 제한 없는 노출을 보장하라는 의도다. 이는 유튜브의 수익 창출과 직결되는 정책이기도 하다. 또다른 제약 조건도 제시한다. 유튜브는 콘텐츠 API를 이용하려고 할 때 다음과 같은 이용 조건을 감안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 각 2개의 리소스 부분을 검색하는 읽기 작업 1,000,000개
● 각 2개의 리소스 부분을 검색하는 쓰기 작업 50,000개 및 추가 읽기 작업 450,000개
● 각 3개의 리소스 부분을 검색하는 동영상 업로드 2,000개, 쓰기 작업 7,000개, 읽기 작업 200,000개

API와 ‘기생형 매개 권력’의 탄생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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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의 메타포인 API는 유튜브의 통제하는데 데 머무르지 않는다. 제3의 플랫폼 권력을 잉태하는 발원지가 되기도 한다. 영상의 단순한 저장 공간을 넘어서서 수집, 배열하고 전시할 수 있는 권리를 API를 통해 제3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무형의 권력을 재탄생시킨다.

푸코나 데리다가 말했듯, 권력은 단지 대상의 수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Gehl. 2009). 아카이브 대상을 배열하거나 세상에 대한 문화적 기억으로 재정리할 때 발생한다. 겔(Gehl. 2009)이 말하는 큐레이팅이 바로 권력의 발원지인 것이다. 유튜브 서버에 사용자가 제작한 영상이 저장될 때가 아니라 유튜브 알고리즘이 관련성(Relavance)에 따라 추천 영상을 재배열할 때 권력이 발생한다.

API는 제3자의 재조립을 유도함으로써 새로운 아카이브 탄생을 촉발한다. 임베드 기능과 달리 API는 아카이브 소스에 대한 방대한 접근을 거쳐 주제별, 형태별, 카테고리별 아카이브의 재구성을 가능케한다. API에 접근한 제3자는 아카이브 자원의 수집과 분류뿐 아니라 전반적인 재조립을 감행함으로써 또다른 하위 플랫폼 권력의 제조한다. 이들이 바로 조쉬 그린버그가 말한 유튜브의 매개자(Mediator of Youtube)들이다.

API를 통한 제3의 아카이브는 여전히 생산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들이 비지불 노동으로 쌓아올린 유튜브라는 거대한 아카이브에 기생하며 이들 영상 소스의 재매개를 통해 영리적 목적을 도모한다. 굳이 기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유튜브의 API 정책에 따라서 이들의 수익모델이나 재조립 행위는 얼마든지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3자 재조립 아카이브의 탄생과 이윤

유튜브 API로 탄생한 제3자 플랫폼 프로튜브.

유튜브 API로 탄생한 제3자 플랫폼 프로튜브.

기생과 붕괴 위험은 제3자 매개자 권력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요인이 된다. 프로튜브라는 제3자 애플리케이션을 예로 들어보자. 유튜브 재조립 모바일앱인 프로튜브는 2.99달러에 유료로 서비스되고 있다. 프로튜브는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며 사용자의 자발적 생산 행위로 축적된 유튜브 영상 아카이브를 API 형태로 무상 접근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비지불 노동으로 구축된 유튜브라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API와 재조립 노동을 거치면 영리성의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심지어 프로튜브는 아카이브 생산에 기여한 사용자들에게 별도의 보상체계도 갖추고 있지 않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넥스트빅사운드(NextBigSound)를 들 수 있다. 넥스트빅사운드는 유튜브라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파생 데이터를 가공해 수익으로 재전유하는 제3자 플랫폼이다. 넥스트빅사운드는 유튜브의 애널리틱스 API에 대한 접근 권한을 확보하고 이를 자신들의 음악 차트 알고리즘(Social 50)에 재투입한다. 넥스트빅사운드가 개발한 소셜음악차트는 빌보드 등에 공급됨으로써 음악 권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API는 아카이브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전시를 보장하는 개방의 메타포지만 동시에 매개된 권력을 창조하고 또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수단이 되고 있고 있다. API가 지닌 양면성은 개방이라는 속성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 Manovich, L. (2001). The language of new media. MIT press. 서정신 옮김. 2014. 뉴미디어의 언어. 커뮤니케이션북스.
  • Chun, W. H. K. (2005). On software, or the persistence of visual knowledge. grey room, (18), 26-51.
  • Gehl, R. (2009). YouTube as archive Who will curate this digital Wunderkammer?.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Studies, 12(1), 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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