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랩 - 이세돌-알파고 역사적 대국, 인공지능 4대1 승

이세돌 9단이 280수 만에 돌을 던졌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선언한 4번째 기권. 3월15일 진행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5국은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사적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의 4대1 승리로 끝났다.

마지막 5번기에서 이세돌 9단은 초반부터 알파고를 흔들기 위한 수를 내는 등 복잡하게 대국을 풀어갔지만, 알파고는 평범하고 빈틈없는 수로 이를 잘 틀어막았다. 마지막 대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돌이 바둑판에 올라왔다. 4시간47분의 긴 승부. 그만큼 대국은 치열하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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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보며 집 수를 계산해보는 김지명 해설 아마 6단과 김성룡 해설 프로 9단(왼쪽부터)

대국 초반에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모두 착실하게 집을 챙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이른바 ‘계산 바둑’이다. 이세돌 9단의 알파고 흔들기는 흑돌의 101수에서 나왔다. 흔들기는 상대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할 때 쓰는 수다. 평범함보다는 복잡함을 더하는 수로 평가된다. 이세돌 9단의 강점이기도 하다. 반대로 알파고는 평범하고 안전하게 방어해 나갔다.

이세돌 9단이 처음으로 승리한 지난 4국을 통해 평범한 스타일의 대국으로는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라는 게 이번 5번기를 모두 지켜본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세돌 9단은 101수에 이어 107수에도 알파고를 흔들었다. 이세돌 9단은 이 시점부터 상황이 그리 유리하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성룡 9단은 이세돌 9단의 이 같은 흔들기 수를 가리켜 “기계인 알파고에 대한 싸움이 아니라 자기 실력과 스타일로도 과연 이길 수 있는지 보겠다는 뜻”이라며 “4국에서는 답을 내리기 쉽지 않아 알파고의 약점으로 보이는 것을 물고 늘어져 이겼다면, 5국은 자기 실력으로 이겨보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풀이했다. 전반적으로 이세돌 9단 다운 바둑을 뒀다는 해석이다.

잠깐의 반전이 생긴 것은 알파고의 백돌 136수로 벌어진 중앙 전투다. 이세돌 9단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이때부터 대국은 치밀한 집 계산 싸움으로 흘렀다. 대국이 난전으로 흐르게 된 것은 알파고의 초반 실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도 초반과 달리 난전으로 흐른 바둑판에 신경을 집중했다. 대국이 시작되고 3시간이 지난 오후 4시께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트위터를 통해 “초반 (알파고가) 나쁜 실수를 했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대단히 미세하게 대립하고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알파고가 정해진 ‘맥(Tesuji)’을 잘 몰라 저지른 실수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집 계산 싸움에서 인공지능인 알파고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초미세’한 집 싸움이 이어졌지만, 결국 이세돌 9단은 마지막 대국을 알파고에 내주고 말았다.

김성룡 9단은 “이세돌 9단이 계산으로도 이겨보고 싶었던 것”이라며 “이런 스타일로 기계를 이겼다면 알파고보다 이세돌 9단이 더 정확한 집 계산을 했다는 의미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국의 결과와 별개로 이세돌 9단의 투지는 볼 만했다. 230수를 넘어간 대국의 후반, 총 3번의 초읽기 기회 중 이세돌 9단이 마지막 초읽기 기회만을 남겨둔 시점. 이세돌 9단의 패색이 짙었지만, 이세돌 9단은 쉽게 돌을 던지지 않았다. 마지막 초읽기에는 자리를 비워도 초읽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바둑의 규칙이라고 한다. 이세돌 9단은 잠시 자리를 떠났다가 이내 다시 돌아왔다. 쓸 수 있는 시간은 모두 긁어모아 쓴 셈이다. 일찍부터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가고자 했던 것은 마지막 대국에 대한 이세돌 9단의 투지였다는 평가다.

김지명 해설은 “이세돌 9단이 흑돌을 선택해 인간의 도전을 보여준 승부가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이세돌 9단이 계산으로 이겨보겠다는 전략은 결국 실패로 끝이 났지만, 오늘 이세돌 9단은 투지가 보이는 멋진 대국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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