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사가 펩시서 배워야 할 점 2가지


"펩시의 리프레시에브리딩 사이트를 변형해 소셜서비스를 구축, http://www.refresheverything.com/ 시민들이 지금 뭘 궁금해하고 취재를 필요로 하는지 확인하고 아이디어에 대한 소셜한 평가를 통해 취재에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독자들이 언론사에 취재를 요청할 공식적 통로는 사실상 닫혀있다. 하지만 기업과 기관은 보도자료,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취재를 요청할 수 있고 또 반영되고 있다. 시민이 직접 취재를 요청할 수 있는 수단과 채널을 만들 의무가 언론사에 있다."

8월 1일 제가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어떤 문제의식으로 이 글을 남겼는지는 아래에서 천천히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펩시의 실험부터 먼저 짚어보려고 합니다.



2009년입니다. 펩시가 23년 동안 지속해온 슈퍼볼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놀랄 만한 소식을 발표했죠. 광고 집행 자체가 전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아온 터라 이날 소식은 업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대신 2000만 달러 규모의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00만 달러면 우리 돈 1000원으로 환산해도 200억원에 이를 대단히 큰 규모의 예산입니다. 이 돈을 모두 소셜 미디어 캠페인에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것입니다. 이름하여 'The Pepsi Refresh Project'였습니다.

'The Pepsi Refresh Project'는 공익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크라우드소싱 프로젝트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공론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개인, 단체 등이 건강, 문화, 음식, 환경, 이웃, 교육 6개 카테고리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합니다. 예산은 5000달러부터 25만 달러까지 4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시민들의 투표로 채택된 아이디어에 펩시가 지원금을 교부합니다. 시민들의 평가가 아이디어 채택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셈이죠. 이렇게 집계된 결과를 토대로 펩시는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질적 평가 작업에 돌입합니다.

추천(vote) 기반으로 설계되다 보니 당연히 어뷰징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로그인 사용자에게만 추천을 허용하고 있죠. 물론 페이스북과도 연동을 시켜놨습니다. 사실상의 실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죠.

25만 달러를 신청한 아이디어 랭킹 1위를 보니 ' 척수성근위축'을 앓고 있는 유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 아이디어더군요. Sophias Cure Foundation이라는 곳에서 제안했습니다.

언론사가 배워야 할 것들

제가 펩시 사례를 언급한 건 펩시의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한국의 언론사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짚어보고자 함입니다. 웹의 시대, 혁신이 더딘 조직 가운데 한 곳으로 국내에선 언론사를 꼽습니다. 경직적이고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흐름에 대한 대응이 느리고 이로 인해 신규로 창출되는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그 원인의 한 가지는 혁신 역량이 상향식으로 구현되기 위한 조직적 문화가 부재하기 때문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언론사에 재직하는 주변 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한 내용입니다. 아이디어가 유통될 수 있는 채널이 없고 혹여 올라가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아 혁신의 동력 자체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이디어에 대한 인센티브조차도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내부 혁신 아이디어 유통 공간

이런 탓에 하향식 아이디어만을 실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 과정에서 혁신이 신바람의 원동력이 되기는커녕 부가 업무로 인식돼 지연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진단들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으로 얻어진 아이디어가 이런 문화에 사장되고 만다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펩시의 'The Pepsi Refresh Project' 사이트는 사내 아이디어의 수렴 창구, 혁신의 동력원으로 활용할 만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사내 인트라넷과 연동해 사이트를 꾸미고 소셜한 기능을 부가한다면 운영상의 큰 허점은 없을 듯합니다.

사측의 의지도 중요합니다. 아이디어 포상에 대한 예산을 마련하고 아이디어별 타당성에 대한 응답을 의무화해야 제안의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사내 직원들의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아이디어에 대해선 포상이든 칭찬이든 리워드가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아이디어 심사위 같은 조직이 구성될 필요도 있겠네요.

사내 직원 다수가 Voting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등록 시 자동 메일 발송 기능을 붙여놓는 건 당연히 필수겠죠? 어떤 사이트로 디자인을 하건 혁신에 더딘 흐름을 넘어서기 위해 꿈틀거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시민들의 취재 아이디어 서비스에 활용하라



조직 내부 혁신의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보다 시민들의 취재 아이디어 제안 서비스로 활용하는 방안이 더 의미가 깊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민들은 '제보'라는 폐쇄된 채널이 아니고서는 언론사에 취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공식 경로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국내 언론사 기자의 다수는 출입처를 두고 있죠. 출입처는 주요 관공서와 기업 등입니다. 시민과 소비자를 위해 서비스 행위를 하는 곳들이죠. 하지만 이곳 또한 시민의 이해와 동떨어져있거나 정서적으로 괴리돼있습니다.

제보도 상황이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제보 게시판은 운영 자체가 폐쇄적입니다. 제보된 내용이 기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지, 기사에 반영됐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처리 과정의 투명성이 서비스적으로 담보되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제보를 운영하는 언론사 측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져있습니다. 심지어 제보 메일, 제보 게시판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다 다반사입니다.

물론 제보의 특성상 폐쇄적 운영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해당사자가 공개된 제보 게시판을 보고 사전 대응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일부 폐쇄적으로 운영될 필요도 있죠. 익명성이 보장될 필요도 있습니다. 제 경험칙으로 볼 때 후자는 아주 일부일 뿐입니다.

펩시의 refresheverything을 시민들의 제보 및 취재 아이디어 서비스로 제공한다면 처리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될 뿐 아니라 등록 자체로 저널리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특정 언론사의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나름의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면 아이디어, 제보의 등록만으로도 견제 및 공론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너무 장미빛일까요?)

이 제안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유저스토리랩의 정윤호 대표가 이 사이트를 소개해주더군요. 유저스토리북 티켓(http://ticket.userstorybook.net/)이라는 피드백 서비스입니다. 사용자가 서비스의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할 경우 단계별로 현재의 처리 상황을 알려줍니다. 반영된 상황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언론사에도 이러한 투명한 취재 아이디어 피드백 서비스가 웹의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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