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희소성의 종말, 언론사가 살아남으려면?

경제학은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기초에서 출발했습니다. 희소한 자원을 무한한 욕망을 지닌 인간들에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다 보니 선택의 문제가 발생하게 됐고, 어떻게 배분할까를 고민하다 탄생한 학문인 셈이죠.

희소성은 주류경제학을 지탱하는 중요한 전제 가운데 하나이기에 이 희소성이 적용되지 않는 패러다임 권역 안에서는 주류경제학의 일반론이 무력화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어제도 소개했지만 웹은 바로 이 희소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습니다. 구글 CEO 인 에릭 슈미트는 ‘희소성에 의존하는 모델’은 유효기간이 끝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구독료나 마이크로 페이먼트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여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전과 규모가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 그 같은 모델은 희소성에 의존하고 있는데, 인터넷은 지속적으로 이 부분을 타격할 것이다. 인터넷 유통은 희소성 의존적 모델이 아니며 인터넷은 ‘유비쿼티‘(ubiquity)에 의존한다.”(NAA 키노트)

희소성 경제의 종말

프리랜서 비디오그래퍼인 Jackie Hai도 같은 얘기를 합니다. 그는 AP의 비즈니스 모델을 비판하면서 “AP 신디케이션 모델은 정보 희소성의 경제에는 작동했다. 반면 웹은 풍요의 경제를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웹은 경제학의 근본이었던 ‘희소성 경제’를 정면으로 뒤집어놓고 있습니다. 모든 정보는 대체 가능하다는 걸 눈 앞에서 보여주고 있죠. 신문이나 언론사가 정보 취득의 배타적 독점성을 지녔던 시대는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1차 소스인 정보 생산 당사자가 직접 웹에 뛰어들면서 이러한 흐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누군가 중개해서 보도할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middleman'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중개모델이 붕괴되고 1차 정보 생산자가 웹에 뛰어들면서 정보 취득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오던 언론사의 역할이 줄어드게 되는 것이죠. 그래도 정보의 대체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희소성 경제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디어, 완전경쟁시장으로 진입하나

이 모델은 주류경제학의 완전경쟁시장 모델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완전경쟁시장에서 개발 기업이 시장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이상적인 시장 모델인 셈이죠. 주류경제학에선 완전경쟁시장 모델의 4가지 형성 요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1) 많은 수의 기업과 소비자가 있고, 경제주체 모두가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2) 거래되는 모든 상품은 모두 서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상품의 동질성)
3) 자원의 완전한 이동성(mobility)이 보장되고, 이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과 이탈하는 것이 완전히 자유로워야 한다.
4) 모든 경제주체가 완전한 정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가운데 2개의 요건만 갖추어도 완전경쟁시장의 일반적 성격이 드러난다고 합니다. 그 두 가지 조건은 1번과 3번입니다. 즉 시장으로의 진출입이 완전히 자유롭고 모든 경제주체는 가격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죠.

이제부터 미디어 시장에 이 내용들을 적용시켜볼까 합니다. 지금 미디어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으로 진입하는 그 문턱에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정보라는 상품의 희소성이 낮아지고 대체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디어 시장의 진출입 장벽이 거의 붕괴되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라는 블로그의 탄생이 이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신문사들의 잇단 파산과 정간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료화를 시도하는 어떤 노력도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웹에선 ‘무료 경제‘가 일반화하면서 웹상의 콘텐트는 무료 즉 ’가격=0’라는 강력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모든 경제주체가 이를 수용(Price Taker)해야 하거나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그런 측면에서 유료화를 시도하는 언론사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완전경쟁시장은 사회적 후생 측면에서 바람직 측면을 지닙니다. 사회후생 즉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가 극대화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에서 P=MC니 이런 수식적 용어는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담 스미스로부터 내려온 자유시장경제가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상정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현실 세계에선 불가능해보였던 완전경쟁시장이 신문 산업에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과도한 해석이라는 비판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비판해주시면 기꺼이 수요하도록 하겠습니다.

완전경쟁시장에서 언론사가 살아남으려면?

이 상황에서 언론사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완전경쟁시장에서 비용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지면 생존 자체가 힘듭니다. 따라서 언론사가 살아남기 최소 조건으로 비용 통제가 분명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비용 통제 아마 많은 부분이 떠오를 것입니다.

저는 두 가지 대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완전경쟁시장에서 이탈해 Scarcity의 여지가 남아있는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입니다. 즉 Scarcity를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을 창출하거나 그곳으로 이동해 이윤 극대화를 취하는 방식입니다.

현재의 시장에서 부가적 가치를 접목시켜 희소성과 유한성의 결합을 도모하는 방식도 가능하겠죠. 예를 들면 뉴스와 희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접목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희소성이 남아있는 틈새 시장을 찾아 뛰어드는 것이고, 대체 불가능한 정보를 생산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입니다. 언론사의 오랜 노하우가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정보의 희소성이라는 고전적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안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회에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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