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하는 장태평 장관, 그만의 소통법

지난 18일 토요일 금산엘 다녀왔습니다. 인삼으로 유명한 도시죠. 독설닷컴을 운영하는 고재열 기자와 제가 몸담고 있는 태터앤미디어와 함께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블로거 간담회를 마련했거든요. 때마침 한국농업벤처대학 졸업식에 장 장관께서 참석하신다고 해 겸사겸사 소풍 차 다녀왔습니다.

전 여기서 처음으로 장 장관을 뵐 수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장 장관은 이른바 ‘점퍼 파동’으로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던 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넥타이 풀어" 한마디에 "작업복 입겠다"고 답해 좋지 않은 질시를 받았던 당사자이시죠. 미 쇠고기 파동으로 물러난 정운천 전 장관의 자리를 이어받은 분이시기도 합니다.

첫 인상을 말씀드리면 ‘관료 같지 않더라‘였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에서부터 소탈한 성품, 탈권위적인 이미지까지 뭔가 딱딱하고 고집스러운 이미지의 관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시더군요.

장관이라면 응당 신경 쓰게 되는 의전 문제에 있어서도 매우 개방적이었습니다. 통상 장관이 지방 출장을 가게 되면 해당 도 경찰서가 관련 의전을 담당하게 되는데요. 이날은 이조차도 통보하지 않고 금산에 내려왔다고 합니다. 농민들과의 대화에서도 스스럼이 없었고요. 블로거들과의 만남에서도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뭐 장 장관 소개는 여기까지는 하겠습니다. 그게 제가 전하려는 게 아니니 말이죠.

블로깅 하고 댓글까지 다는 장관

오늘 제가 소개하려는 건 장관의 블로깅입니다. 장 장관은 국무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블로깅을 하는 분입니다. 혹시 이 사실을 아시나요? 네이버 블로그를 쓰시더군요. 물론 자주는 못하신다고 합니다. 평일엔 워낙 업무가 많으시고 주말엔 거의 매주 지역 농업 현장으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 장관은 주로 농업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1주일에 1차례 정도 블로깅 하신다더군요.

▶ 장태평 장관 블로그(네이버)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직접 댓글까지 달고 계십니다. 10분도 내기 힘든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블로거들과의 소통에 매우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계시더군요. 그는 블로거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이 참석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점검 워크숍을 도중에 뛰쳐나왔다고 합니다. 장 장관은 행사 도중에 나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시더군요.

“6시30분이나 7시에 끝날 공기업 선진화 추진 방안 현황 파악하고 계획 보고하는 행사자리인데 이 약속이 먼저 이뤄졌던 것이다. 대통령님께 양해를 구하고 추진하는 분들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왔다. 그렇게 온 것도 약속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 한 약속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켜야 하겠다.”

블로그 통한 대국민 '직접 소통' 강조

그는 간담회 내내 국민과의 직접 소통 방식에 대해 강조하시더군요. 특히 촛불시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가서는 “경종을 울려줬고 배운 것이 많다”면서 “전체 행정이 이렇게 한 번 직접 전달됐으면 한다. 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즉 그는 행정이 언론 등을 통해 2차 전파되는 형식을 탈피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블로거들과의 간담회에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만사 제치고 왔다”고 한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 메시지 전달은 그간 언론을 통한 간접 전달 방식에 그친 것이 사실입니다. 언론 의존적인 모델만을 고집하다 보니 언론의 오보 대응에 많은 에너지가 투입됐죠. 중간 매개에 의존하는 모델이 지니는 한계 즉 정보와 메시지의 왜곡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 정치인과 정부는 각종 SNS(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트위터 등)나 블로그를 활용해 국민과 직접 관계를 맺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다음 change.gov 개설한 것도 이런 직접 소통 방식의 일환이었죠. 미국 정당은 전당대회에 2004년부터 블로거를 초청해오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지는 풀뿌리 여론의 추동력은 앞으로 무시 못할 힘이 될 것이라는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장 장관의 실험은 성공할까

장 장관의 직접 소통 실험이 앞으로 성공을 거두게 될지 아닐지는 저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부가 그것도 장관이 직접 블로깅에 나섬으로써 밑바닥 국민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열어두었다는 사실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농민들이 직접 블로그 댓글을 통해 여론을 전달하고 어려움을 호소함으로써 소통하는 정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간다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장 장관은 실제로 그 효과도 보고 있다고 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농업 관련 밑바닥 민심을 직접 청취할 수 있고 각종 피해사례를 확인하게 되다보니 현장에 무심한 실무자들이 장관 앞에서 옴짝달싹을 못한다고 하는군요. 실무자보다 더 자세한 현장에 강한 장관이 블로그로 탄생하고 있는 것이죠.

앞으로 캐나다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또 한 번의 국민적 논쟁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요. 그의 직접 소통 실험이 캐나다 쇠고기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자못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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