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기부 받아 선거 취재를 한다고?



캐나다의 한 온라인 독립 로컬 언론사가 기대 이상의 기부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로 따지자면 취재 경비 지원을 위한 자발적 유료화가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Tyee라는 언론사인데요. 캐나다 그것도 ‘브리티시 콜롬비아‘ 지역을 커버하는 조그마한 독립 언론사입니다.

2003년 창간된 Tyee는 2009 지방 선거 취재를 위해 독자에게 SOS를 쳤습니다. 취재 경비 마련을 위해 Donation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고 합니다. 이 언론사가 독자들을 향해 이같은 방식의 모금 행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답니다.

독자들에게 기부를 요청한 건 4월 6일. ‘Want Great Election Reporting? Please Donate’라는 기사를 올리며 본격적인 모금에 착수했습니다. 이 글에서 편집장인 David Beers는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독자들의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취재를 위해서는 기자를 추가 고용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를 함께 써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Tyee가 애초 설정한 모금 금액은 5000달러였습니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엔 4월 14일까지 이 금액이 모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독자들의 기부가 줄을 잇기 시작했습니다. 소액의 카드 결제 행렬이 이어지더니 4월 17일까지 무려 1만9098달러가 모금된 것입니다. 계속 들어오는 걸 우려해서 이날 계좌를 닫았다고 하는군요. 목표 금액의 4배가 모인 것입니다. 편집장은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독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도 전달했고요.

Tyee에 기부한 사람들은 총 417명. 평균 45.80달러를 기부했다고 합니다. 거의 절반인 197명이 총 8035달러를 기부했고요. 대단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도네이션에 참여했다는 한 독자는 댓글에서 “이번 선거와 관련된 이슈 등에 대한 정보는 Tyee에 의존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주류 언론보다 훨씬 훌륭하게 보도를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부 이유를 밝히고 있더군요. 주류언론이 못하는 지역 선거 보도를 Tyee라는 작지만 강한 로컬 언론이 해왔고 또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얘기였습니다.

기부 모델로 취재 비용 절감 검토해볼 만

최근 주류 언론들이 ‘픽픽’ 쓰러지고 있을 만큼 신문 업계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면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거론되는 대안이 비영리를 통한 Donation 모델입니다. Micropayment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대안이기도 하죠. 하지만 여전히 유료화 모델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Tyee는 수익모델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탐사 저널리즘 모델로 Donation을 시도한 듯했습니다. 이미 Tyee는 몇 해 전부터 ▲INVESTIGATIVE FELLOWSHIP Fund 와 ▲SOLUTIONS FELLOWSHIP Fund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독자들의 기부를 받아왔더군요. 이 펀드와 광고 등을 통해 그간 신문사를 유지해왔습니다. 대형 자본에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모델을 꾸준히 실험해온 셈이죠.

이 실험은 언론사에 대한 신뢰, 보도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모델입니다. 저널리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이어가고 독자들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받을 때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것이죠. 저널리즘의 본령에 충실한 언론사만이 시도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 모델이 소비용으로 건강한 언론 모델을 좇고 있는 지역신문에 유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딱 떠오르는 게 ‘경남도민일보’군요. 지역민들의 소액 성금을 바탕으로 탐사 저널리즘 경비를 마련하거나 대형 이슈 취재를 하게 된다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볼 만한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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