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파워블로거 : 블로그의 순수성에 대해

#. 트윗 단상 재활용 차원 짧은 포스팅.

요즘 파워블로거들...지인이 행사한다고 파워블로거 10명만 초대해달라고 부탁해서 초대 메일 보냈더니 돌아오는 답장이 가관, 샴페인이랑 디너 정도에 파워블로거가 움직일 것 같냐, 장소가 그게뭐냐 왜 호텔 아니냐, 초대장이 너무 초라하다. 다른업체 행사 좀 보고 배워라, 포스팅비 얼마냐..
http://twitter.com/lifestylereport
http://twitter.com/lifestylereport/statuses/19298599899


우리가 이야기하는 순수함...  
이 트윗을 접하고, 소위 '파워'(무슨 파워? ㅡ.ㅡ;) 블로거의 '찌질 멘트' 자체에 불쾌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지만, 이 트윗 자체에 내재된 무책임한 뒷담화 역시 유쾌하지는 않았다.

위 트윗을 읽고 우리가 떠올리는 단어는 뭘까? 아마도 그건 '순수(성)'일 확률이 높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순수'이라는 말만큼 이중적인 것도 없다. 그 '순수'는 대단히 폭력적인 자기 기만의 언어로 활용되곤 한다. 그 때 '순수'는 자기 욕망에 대한 기만적인 가짜 알리바이다.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고, 타인의 욕망을 천박한 것으로 추락시킴으로써 스스로 정당성과 존재감을 획득하는 그 유치한 시도들은 대부분은 기성 사회질서에 대한 무비판적인 순응의 변주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위 짧은 트윗에도 그런 혐의가 없지 않다고 나는 느낀다.

나는 파워(?) 블로거가 평가받고, 대접받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파워'의 정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자. 이 이야기 하려면 일박이일로도 부족하다. 세칭 '파워' 블로거, 나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마케터 쪽에서 '요즘 파워블로거들은 안하무인, 주제파악 안됨' 식으로 이야길 흘리는 건, 뭐랄까 좀 반칙스럽다고 느낀다. 물론 구체적인 상황 파악이 필요하긴 하지만, 추상적인 질료 자체에 대한 '느낌'은 그렇다는 의미다.


블로그의 순수성...
블로거의 관점이냐, 마케터의 입장이냐, 그 관점과 입장 차이를 떠나 물질적 대가만으로 포스팅한다면 블로거이길 포기하는 일이다. 이 판단은 전적으로 옳다. 그런 경우 판단하는 일은 식은 죽먹기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경계에 걸친 문제들이다. 물질적 대가가 포스팅 요소인 경우, 그 경우를 일반화시켜서 감상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구체적인 경우를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블로그 매개 마케팅이 문제되는 건 '독자에 대한 기만요소' 때문이지, 돈이라는 대가적 요소 때문이 아니다. 혹은 마케터 쪽에게 '건방'을 떨어서가 아니다. 건방 좀 떨면 어떤가? 마케터에게 굽신거려야 '순수한 블로거'야? 그건 아니잖오. ㅡ.ㅡ; (뭐 좀 억지를 부려봤다) 무튼 해당 블로그의 개성이나 철학과 상관없이 마케터의 요구에 따라 특정 상품 구매를 촉발하는 포스팅을 함에 있어선 독자에게 얼마 받았다까지는 아니더라도, 게이트키핑(마케터) 존재를 밝혀야 하지 않나 싶다.

블로깅의 본질 요소는 블로거의 개성이고, 게이트키핑의 제거다. 블로깅에 물적 대가가 따른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블로깅의 순수성은 '물적 대가 없음'에 있지 않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억압적 게이트키핑(가령 마케터의 간섭)의 제거에 존재한다. 이것은 너무도 명백하게 정당한 관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관점으로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

이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이 없는 블로그,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개성을, 자신의 철학을, 독자들이 그 블로그에 지불한 관심과 관극적 기대틀을 무시하는 블로그는 돈을 받든, 돈을 받지 않든 '가짜 블로그'다. 그 블로그는 존재할 아무런 가치가 없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 발아점
이여영의 트윗 + 그 글을 알티한 트위터러들
: 나도 순간 전달된 그 '파워블로거들'의 멘트가 너무 찌질스러워서 알티하긴 했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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