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너희 의리 있구나~

학의천을 따라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는
3키로 남짓한 거리에는 오리들이 한 300마리 넘게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겨울을 지내던 이 오리들의 대부분은
북쪽으로 날아가고 이제는 몇 십 마리만 남아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녀석들은 왜 아직 날아가지 않은 거지?'
유심히 살펴보니, 아하!
먼 거리를 날기에는 아직 어려 보이는 오리들이, 근처에 한 두 마리씩 보입니다.

"오리들, 너희 의리 있구나~"

물론 부모와 자식관계라서 기다려 주는 것이겠지만,
회사가 힘들다고 구조조정하고,
잘하지 못한다고 쉽게 포기하며 내보내는
우리 모습에 비해 참 의리가 넘쳐 보입니다.

그렇게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참새 크기만한 새끼오리가 작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물 위로 선을 그으며 내려 앉습니다.

"하이구~ 이 녀석, 너는 언제 커서 날아 가려구~ 하하"

적어도 두 달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두터운 오리 파카 입고, 오월까지 이 더운 곳에서 기다려 주어야 하는
오리 가족들도 참 쉽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기다려 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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