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유튜브의 '반항'에 대한 그만의 단상

역시 블로깅은 순발력 아니면 차별화다. 유튜브의 결정이 알려지자마자 엄청난 순발력으로 블로거들이 대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일부는 약간의 시니컬한 '손해 볼 거 없으니까 그랬겠지'라는 반응을 보여준다.

한국 국가설정시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제한합니다 [유튜브 공식 블로그]

4월 9일 하루에 쏟아진 관련 블로그 글만 해도 수십건이 넘고 포털의 펌질까지 합하면 인터넷 통제의 역사에 기록될만한 사건으로서 손색이 없다.

하루 방문객 10만명 이상 사이트들에게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강제한 한국의 법을 구글은 보기좋게 비웃으며 거부함과 동시에 오히려 이용자들은 그다지 크게 불편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여기서 몇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정통망법은 국내 업체만 괴롭히는 법
구글이 대놓고 반항하는데 정부,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강제하는 수단을 확보하고 있는 대통령직속 방송통신위원회로서는 표족한 방법이 없다. 법 자체가 허술했기 때문이다. 본인인증을 강제하는 법은 결국 국내업체를 역차별하는 법이 되고 말았다. 해외 기업은 얼마든지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정부의 엉터리 법적 강제책과 대응을 비웃으며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하지만 구글처럼 국내 업체는 정부와 맞짱을 뜰 수 없다. 서비스가 당장 위태로와지기 때문이다. 검은머리 외국인(외국계 지사)은 국내법을 필요한 부분만 인정하고 인정하기 싫은 것은 영외에서 서비스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국내 업체로서는 그럴 수도 없다. 방법이라고는 해외에서 본사 설립하고 한국어로 서비스하는 음란물, 도박 사이트 처럼 운영할 수도 있겠으나 이마저도 방송통신윤리위원회에서 정부법에 반항한다는 의미로 유해 매체물로 선정만 하면 국내에서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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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실명제법이란 애초에 국내 업체의 경쟁력만 상실하게 만든 행정편의주의 발상이 만들어낸 세계적인 촌극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일개 외국회사가 한 나라의 정부와 법체계를 보란듯이 비웃어도 그 국민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한국과 중국의 이상한 규제에 대한 구글의 당연한 대응
중국에 대한 구글의 굴욕 사건은 꽤 오래 전부터 구글의 '악이 되지 말자'는 신조가 어떻게 무너지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종종 거론되었다.

2006/06/08 구글닷컴, 중국서 접속 불가 '구글의 굴욕'

사실 국내에서도 유튜브와 관련된 규제에는 반기를 들었지만 검색의 성인인증은 구글코리아가 또 받아들인 상태다.

여기서 유튜브의 업로드와 댓글 기능은 사용자의 직접 입력에 의한 정보가 남게 되고 이런 자료가 결국 직접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성인인증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하지만 일단 실명제를 받아들이면 정부와의 마찰이 반드시 생기게 될 것을 예상한 비즈니스 담당자라면 유튜브의 이번과 같은 결정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명분을 떠나서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이버모욕제니 임시차단조치니 따위를 들이대면 기계의 판단에 의존하는 구글로서는 그게 다 '비용'이다. 더구나 압수수색 따위의 어처구니 없는 수사 기법을 동원하려는 정부와 본사에 서버가 있어서 압수수색하려면 미국으로 가셔야 한다고 안내해야 하는 구글 입장에서는 참 오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유튜브는 현재 어차피 서버가 미국에 있는데다 실명인증을 하려면 그리드컴퓨팅으로 전세계에 캐시서버 외에는 따로 서버를 분배하지 않는 단일 시스템의 구글로서는 실명인증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것 자체가 '정말 비용대비 효용성 없는 잡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아직 유튜브는 비즈니스로서의 궤도에 오르지도 않았고 광고 사업 역시 동영상 애드워즈와 애드센스는 해외에서 서비스가 적용되어도 하등 상관이 없으니 한국 지역 설정이라는 기능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DNS 차원에서 구글 유튜브 도메인을 차단하면 모를까 유튜브 비즈니스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국내 언론사 및 영화사, 방송사와의 계약관계는 다시 검토가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이는 국적 서비스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이들 파트너사와 계약 변경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로 포지셔닝 하면 끝이다.

비즈니스 전략상 유튜브로서는 당연히 실명제를 받아들일 필요도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명분으로 네티즌들이 좋아하는 '표현의 자유'를 전면에 내세운 것 뿐이다.

한국 시장이 작아서라거나 한국 인터넷 시장이 성장 매력도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풀이는 그다지 신빙성 높은 분석은 아니다. 인터넷 비즈니스로만 보면 한국 시장은 인구대비 시장성이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이래저래 충돌하는 인터넷, 정부의 이해도가 너무 낮다
정부나 정치권은 인터넷을 지나치게 미디어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인터넷은 개방형 플랫폼이며 그 안에 오픈마켓은 물론 은행, 증권, 미디어, 포털, 검색, 채팅, 블로그, 커뮤니티 등 다양한 기능들이 돌아갈 수 있는 전세계 통신망이라고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은 원래부터 정확하게 짜여진 폐쇄망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하면서도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사업군을 포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제 거의 모든 통신망이 인터넷으로 모여서 섞이고 융합되고 있으니 인터넷은 이제 전세계의 인프라로 봐야 한다.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일부 부정적인 요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지나치게 구식 언론인들의 볼멘소리만 들었는지 '미디어 영향력'에만 집착하고 '역기능 차단'에만 몰입하다 보니 중구난방 제멋대로 규제만 남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실명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만능키' 주민등록번호의 무분별한 사용을 정부가 실명 인증 방법으로 사용토록 하고 반대로 민간 기업들에게 보안에 대한 요구사항을 더 높이라고 요구하는 2중 규제를 보란듯이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저들의 글을 100% 모니터링 하면서 마음대로 삭제하고 차단하라고 하고 있으니 정부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민간 업자들에게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이 자조적으로 "우리가 쁘락치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4월 9일 구글에만 관심이 쏠려 있지만 사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인터넷 기업의 입장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요약하자면, 정부와 수사기관은 민간 기업들에게 사용자의 모든 움직임(심지어 GPS 정보까지)을 저장하고 기록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요청하면 내놓으라고 뻔뻔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수시로 국민들 뒷조사에 포털들이 알아서 정보를 갖다 바치고 알아서 껄끄러운 게시물은 차단시키고 삭제하는 마당에 이 법은 더 황당하다.

심지어 국민들을 감시하는 장비를 살 때 정부가 돈 좀 보태줄테니 운영하는 비용은 알아서 처리하라고 요구한다. 정부가 민간기업에게 자기 비용으로 국민들을 도감청 하고 있다가 자료를 편하게 받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장비를 사고 운영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할 수 없게 의무화하고 처벌규정까지 두는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이글아이'법안인 셈이다.

최근 있었던 저작권법 개정으로 인해 정부가 맘에 들지 않는 게시판 서비스를 어느 때라도 마음대로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까지 쥐게 됐으니 이제 한국의 인터넷이 이제 거대한 정부용 인트라넷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을 쥐어짜낸다고 해서 과연 국민들이 행복해지고 경제가 회생되고 일자리가 창출되고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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