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정치 냉소’ 완화에 기여할 수도

소셜 미디어는 민주주의에 기여하는가(2)

한국 정치의 적은 정치인이라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언론(Old Media)인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재생산하는 강력한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정치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항시적으로 배제시키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

최장집 등에 따르면 한국 사회 보수적 헤게모니의 소유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가능한 한 정치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정치의 힘을 약화시키는데 동원되는 가장 일반적인 요소가 정치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소재로 한 주류 언론(Old Media)의 반정치적 보도 태도이다.

주류 언론들은 정치인들의 정파적 혹은 정책적 경쟁을 길거리 싸움판마냥 관찰하고 보도하고 헐뜯고 비판한다. 이러한 주류 언론의 태도는 정치 혐오주의, 정치 냉소주의를 끊임 없이 양산함으로써 시민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정치로부터 시민을 괴리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박상훈은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 간 파당적 정치 경쟁이 중심이 되는 정치체제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현실 정치세력이 정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부도덕한 것으로 정의함으로써 민주 정치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한다고 말한다.

현대 정치체제에서 당연한 정당 간 정쟁을 부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보수적 헤게모니의 소유자의 기득권 재생산의 프레임을 강화하는데 주류 언론이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트위트 등 소셜 미디어는 이러한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냉소가 주류 언론에 의해 끊임없이 순환되는 구조를 끊는데 기여할 수 있다. 강준만은 조지 레이코프의 ‘자유전쟁’에 씌여진 ‘이성이 감정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의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이렇게 제안했다.

“서로 원수처럼 싸우는 신문 종사자들이 상호 이성적인 토론보다는 감성적인 친교에 힘쓰는 게 소통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는 가설이 가능해진다.”

강준만 "감성적 친교에 힘쓰는 게 소통에 도움"

이 제안을 동일하게 정치와 소셜 미디어 간의 관계에 적용한다면 이러한 가설도 가능해진다.

“정파적 이해관계로 원수처럼 증오하는 정치인과 시민들이 상호 이성적인 토론보다는 감성적인 친교에 힘쓰는 게 소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실상 시민과 정치인의 물리적 거리(distance)는 트위트 등 소셜 미디어에 의해 극복되거나 좁혀질 수 없다. 하지만 트위터의 장점은 사적인 친교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를 근접시키는데 분명히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트위터 상의 친교와 Following 관계가 오프라인 모임 등 감성적 친교로 이어진다면 주류 미디어에 의해 재생산돼왔던 정치 혐오감이나 이데올로기의 차이가 유발하는 증오심을 완화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만 하더라도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을 출입하면서 친교를 맺은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는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떠나 호의적 태도를 견지하기도 했다.

단, 소셜 미디어로 맺어진 사적인 친교가 비판의 엄격성을 해치는 정실주의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의 커뮤니케이션 태도도 중요하다. 트위터의 쌍방향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민들과 평등한 위치에서 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에게 누적된 불신과 혐오는 소셜 미디어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의 진정성(authenticity)의 정도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이러한 의미에서 나경원 의원의 트위터가 기대된다.)

정리하자면 트위터는 온라인이긴 하지만 정치인과 시민 사이의 친교를 맺는데 기여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랄 수 있는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를 완화시키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의 정상적인 기능 즉 정파적 정쟁의 목적과 이면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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