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기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iPad를 위시한 태블릿PC의 등장, Interactive News의 보편화, Data Journalism의 유행 등 저널리즘계의 지각변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디바이스의 등장과 웹 기반 저널리즘 안착은 언론사의 채용 관행도 흔들어놓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최근의 채용 공고를 들여다보면서 영미권 언론들이 선호하는 기자상은 어떤 유형인지, 향후 기자의 역할이 어떻게 변할지 점검해보려고 합니다.

지난달 20일께 한 블로그가 월스트리트저널닷컴의 채용 공고를 소개했습니다. 4개 직군을 모집하고 있었는데요. ▲Deputy Mobile Editor (Interactive News Writer) ▲Deputy Management & Careers Editor (Assistant News Editor) ▲Assistant Small Business Editor (Interactive News Writer) ▲AConsumer Blogger for SmartMoney.com and the WSJ Digital Network (Reporter)이 그것입니다.

책임 모바일 에디터는 인터렉티브 뉴스를 작성하는 기자였습니다. 모바일 플랫폼용 기사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합니다. 저널리즘 스쿨 졸업 뒤 4년 정도의 경력이 필요하며 온라인 뉴스 생산 경력이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더군요. 기사 작성뿐 아니라 에디팅 능력, 기사 판단 능력을 두루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Management & Careers 에디터는 management and careers 섹션의 온, 오프라인 기사를 담당하게 됩니다. 당연히 기자들과 일해본 경험이 있어야 하고 보도 기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온라인 페이지 기획과 웹 섹션 전략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하고요. 가끔 기사도 써야 한다는군요.

Small Business 부에디터는 WSJ.com과 SmartMoney.com의 온라인 Small Business 섹션을 담당합니다. 국내 언론사의 직급에 비쳐보면 차장급 기자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웹 기사 작성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 기업가 독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툴에 익숙해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기자들의 기사를 에디팅함은 물론이고 소기업 대표들을 WSJ.com의 독자로 만들기 위한 랭킹 프로젝트에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SmartMoney.com과 WSJ Digital Network에 근무할 소비자 블로거도 있습니다. 리포터 역할을 하는 블로거를 찾고 있었는데요. 어떻게 뉴스 소스와 속보를 발굴하는지  SmartMoney.com에서 일할 소비자 관련 기사 생산 블로거. 웹과 소셜네트워킹에 능하고 오디언스와 소통하기를 즐기는 블로거.

뉴욕타임스 인턴 채용 공고... 플래시 저널리스트도

이번엔 뉴욕타임스가 찾고 있는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인턴직도 살펴보겠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달 인턴 채용 공고를 냈는데요. 디자이너와 모션 디자인 스토리텔러, 인터렉티브 플래시 저널리스트 3개 부문이었습니다.

Front-end Interactive Designer : HTML, CSS, JavaScript를 두루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루비온레일스 경험도 있으면 더 좋다고 합니다.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는 적어놓지 않았더군요.

Motion Design Storyteller : 모션그래픽으로 스토리를 보여주는 업무를 맡게 될 모양입니다. 모션 그래픽 제작을 위해 AfterEffects나 Photoshop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적어놓고 있습니다. 여러 창조적 스타일의 그래픽 부가물을 만들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Interactive Flash Journalist : 플래시 저널리스트. 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각광을 받고 있는 저널리스트 부분입니다. 플래시와 ActionScript 3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네요.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닌 저널리스트입니다.

이렇듯 영미권 유력 언론들은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상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직군간 경계를 무너뜨리며 디자인, 테크놀로지와 저널리즘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Interactive Flash Journalist는 플래시 개발이 가능한 저널리스트를 의미합니다. 글만 쓰는 기자에서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저널리스트가 늘어날 조짐도 보입니다. 이미 뉴욕타임스의 멀티미디어 부서엔 이런 능력을 보유한 저널리스트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드러내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신문 기자는 텍스트를 통해, 그래픽 디자이너는 한 컷의 그래픽 요소를 통해, 방송기자는 영상을 통해 전달합니다. 독자들이 보다 쉽게 사건과 현상을 이해하도록 서비스해야 할 책무가 바로 미디어 기업에 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얘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들에게 플래시 제작을 요구하는 것은 예전 원고지에 기사를 작성하던 기자들에게 타이프라이터로 기사를 쓰게 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비주얼 요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의 직관적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수많은 툴이 등장하고 있고, 기자들은 이를 활용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비주얼 효과를 입혀 사건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실험들 또한 보편화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표현 방식 다양화 요구... 아직도 한국 언론사는 텍스트만 집착

하지만 국내 언론사는 어떤가요? 여전히 논술과 작문, 면접으로 기자의 능력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텍스트로 작성된 글만 잘 쓰는 졸업자만 기자가 될 수 있는 문화입니다. 과연 이러한 채용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습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화하는 만큼 스토리를 작성하는 방식도 다양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픽으로 현상을 디자인하는 저널리스트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데이터로 기사를 표현하는 저널리스트도 낯설지 않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려면 먼저 텍스트 위주로만 선발하는 기자 채용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고시'라는 용어가 폐기될 때가 왔습니다.

신문 기업, 방송 기업이라는 정체성은 희미해질 것이며, 멀티미디어 기업으로 변모를 국내 언론사도 강요받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준비는 기자의 역할를 재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의견 0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