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한 것들 : 장자연사건 수사결과발표에 부쳐

음란한 것들 : 장자연사건 수사결과발표에 부쳐


이 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덕적, 정치적, 미학적 범주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이 범주들을 발전시킬 것이다.  

논의에 들어가기 위해 '음란'이라는 범주가 쓸모있다. 질식할 것 같이 많은 양의 물품을 생산하고 과시하면서 외국의 희생자들에게서는 생활필수품조차 박탈하는 이 세계는 참으로 음란하다. [....] 정치꾼과 연예인의 말과 미소에서 그러한 음란성은 나타나며, 기도(prayer, 祈禱)나 무지, 어용 지식인의 지혜 속에서도 음란은 느껴진다.

음란성은 체제측의 언어 용법으로 말하면 도덕적 개념이다. 그들은 음란이라는 용어를 자신들의 도덕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도덕성을 표현하기 위해 남용해왔다.

음모를 드러낸 벌거벗은 여자가 음란한 것이 아니라, 침략전으로 받은 훈장을 드러낸 정장한 장군이 바로 음란하다. 히피들의 의식이 음란한 것이 아니라, 전쟁은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선포하는 교회 고위 성직자야 말로 음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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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 마르쿠제, '해방론'(An Essay on Liberation, Boston: Beacon Press,1969.), 청하신서 16, 1991. pp.18~20,

마르쿠제의 전복적인 역설의 연장에서, 장자연 사건 속에 등장했을 그 룸살롱이 음란한 것이 아니라, 경찰의 수줍고 겸손한 수사결과 발표가 음란하고, 우리 언론의 갑자기 드높아진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음란하며, 우리 사회의 침묵과 그 침묵의 나선들을 조종하는 '죄 없는 권력의 경건한 훈계'가 음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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