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따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한국 웹 기술의 속도! 최상위 개발사들만의 비교우위

한국의 웹 기술의 진보와 혁신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 후 디지털 기회지수(DOI) 세계 1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기술 인프라 세계 2위의 국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의 발전을 선도하면서 2005년 현재 세계시장의 23.5%를 장악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북미까지 서비스되고 있는 한국 온라인 게임의 사용자는 2006년 현재 1억 명을 돌파했다.

이쯤 되면 온라인의 ''영원한 제국''은 바로 한국이란 타이틀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이 같은 디지털 한류를 계속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성공이 근본적으로 우수한 개발력에 있다기보다는 사용자들의 소비력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과 스토리텔링에서 한국의 개발사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개발사들에 비해 기술적인 우위에 있지 못하다. 그래픽의 우수성 역시 한국 개발사 전체의 절대 우위라기보다 최상위의 몇몇 개발사들만이 확보하고 있는 비교우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게임이나 웹기반 기술과 더불어 한국의 웹디자인도 세계 시장에서 꽤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그러나 한국의 웹디자인은 다소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 글을 읽는 다수의 웹디자이너들은 의외라고 생각하거나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겠으나, 이를 계기로 우리의 정보문화 중 웹디자인에 관한 현실과 마인드를 재점검 해보는 계기를 가졌으면 한다.

''빨리빨리''가 부르는 유행과 모방

국가마다 전반에 깔려 있는 특유의 뉘앙스 문화가 있다. 한국의 경우 대표적 예로 "빨리빨리"를 들 수 있다. 한국의 특수한 ''빨리빨리'' 문화는 필요 불가결함과 절박함에 휩싸인 사람들이 뭔가를 해야 하는, 빠르게 진행되는 생활을 나타내면서 형성된 문화이다. 스페인의 ''진정하고 천천히'', 프랑스의 ''조금 서둘러라'', 중국의 ''만만디(천천히)'' 만 보더라도 정서와 문화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조심조심 야무지게'', ''초조해 하지 마라'' 는 1970년대 교통사고 예방 표어 ''좁은 일본 그리 서둘러서 어디로 가나''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뉘앙스 문화는 사회전반에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20C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이룩했고 나아가 21C를 주도할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이 부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정보문화에 있어서는 가히 반길 일은 아닌듯 하다. 한국의 정보문화 중 웹디자인은 역동적 변화의 물결 중심에 서 있었다. IMF 격동기 속에서도 꿋꿋이 승승장구하여 선호직업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웹디자이너의 숫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초고속 양적 증대가 문제였을까. 굳이 전공 비전공을 따져가며 디자인의 질적 편가르기를 언급하지는 않겠다. 이미 다른 산업군에서도 전공으로 서열을 가른다는 구시대적 발상은 무너져 버린지 오래이기 때문에...
웹이 생활이 된 오늘날 웹디자인의 수준을 논할 때 선진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높다고 한다. 현란한 그래픽과 역동적인 애니메이션, 테크니컬한 비주얼 요소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것이 아니다. 바로 유행에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다. 대형 웹에이전시에서 스타일이 나오면 속속 그와 유사한 스타일의 웹디자인이 오픈을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하였던가. 창조를 위한 모방은 가치가 있겠지만 속도를 위한 모방, 적당히 흉내내면 중간은 갈 수 있다는 안도감, 대립없는 적당한 타협선으로의 절충적 모방..
이런 속성들이 유행, 트렌드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되어진다. 시간이 흐르면 식상함으로 바뀌는 모방과 유행은 사이트의 특성과 사용성 중심의 웹디자인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하기도 한다. 웹사이트는 산업별, 비즈니스 유형별, 사용자별 고유의 특성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특성과 차이점에 맞게 설계되고 디자인되어야 할 사이트가 화려한 유행의 옷만을 따를 때 제 몫을 하지 못하고 혼돈을 가져온다. 웹디자인의 원천소스 하나조차도 모두 기계적으로 양산되는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다 보니 A사에서 봤던 이미지가 B사, C사에서도 별 비판 없이 사용되고 있다. 웹디자인의 원천소스는 기본 이미지 사진 뿐 아니라, 아이콘, 버튼이미지, 일러스트이미지, 도트이미지, 심지어 플래시나 HTML 까지 넓어져 그 범위가 웹디자인 전반으로 확장되었다. 놀라운 사실 한가지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메이저급의 웹에이전시들 조차 디자인 템플릿사이트의 주요 고객층이라는 사실인데. 이는 타 사이트와의 차별성을 가진 디자인이 외국과 비교하여 턱없이 부족하다는 안타까운 점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웹에이전시에서는 납기기한을 맞추기 위하여 투자대비효율을 고려한 경제적 행위임을 모르지는 않지만, 사이트의 고유성과 차이보다는 빨리빨리와 유행, 모방이라는 질타성 오명은 벗기 힘들 것이다.

유행이라는 것은 당시에는 화려하게 느껴지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식상함으로 바뀌는 이면성을 가지고 있다. 테크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창의적 발상에 의해 제작하여 사이트의 색깔과 성격을 잘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디어가 있고 컨셉이 살아있고 편의를 우선한 즉, 사용성이 고려된 웹사이트는 사용자를 즐겁게 하고 괜찮은 사이트로 평가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작성 : 랭키닷컴 UI컨설턴트 정경진 (원글 : http://www.rankey.com/marketing/custom_website.php?no=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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