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현황과 전망

사용자의 자발적 반응이 시작되었다.

네모, 파이, 플레이, TV팟, 야미, 붐, 큐… 올해 포털 사이트에서 신규 런칭된 UCC 컨텐츠 들이다. UCC는 그만큼 강력한 화두였고, 선두 포털 사이트들은 다양한 이름의 서비스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상기한 서비스들처럼 동영상 또는 이미지 중심의 서비스들 외에도 블로그와 같은 텍스트 중심의 UCC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이런 실물적인 서비스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UCC는 Web2.0이라는 단어와 함께 일종의 마케팅 유행어로 취급되고 있기도 하다. 비즈니스 트렌드에 뒤떨어진 사람들의 푸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와 합의되지 않은 영문 이니셜을 이용한 개념어가 구체적인 서비스에 앞서 먼저 사용되었다는 것이 그렇고 – 일반 소비자들은 UCC를 모를 수도 있다. – ‘일반 사용자에 의해 생산되는 컨텐츠’라는 것은 이미 웹 초창기에 ‘웹’ 스스로를 칭찬했던 대표적 멘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회의론자들에게 보란 듯이 UCC는 이미 상당한 양의 방문자들을 확보했으며, 아래 그림과 같이 경향적으로도 방문자들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그림. 포털 UCC 주요 사이트 방문자수 추이 >

용어는 다소 겉멋 들었고, 이미 익숙한 개념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용자들은 충실히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일부 회사에서 퍼뜨린 마케팅 유행어라는 혐의를 떨치지 못하면서도, UCC의 매력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넷은 사용자의 자발성을 근거로 시작했으며, 이들의 자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채널로써 기능 확장

1998년에 함께 영화 평론을 공부하던 친구들과 웹진을 공동으로 발행한 적이 있었다.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아마추어 글쟁이들 치고는 나름대로 주목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으로 치면, UCC라는 이름을 붙여주기에 알맞은 컨텐츠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각자의 생계 활동에도 불구하고, 처음 1년간은 매월 꾸준히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그 후 1년간 정기 업데이트 일정을 거의 지키질 못했고, 결국, 2년을 채 못 채우고 폐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 안타까웠던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힘들여 생산한 글들에 대한 제대로 된 유통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일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UCC 서비스의 양태를 보면, 전자는 해결된 듯 싶다. 블로그는 적어도 검색 포털 내에서는 매우 평등한 매체이다. 그리고, 트랙백 과 같은 기능은 댓글 자체도 컨텐츠 유통에 포함시켜 생산된 글에 대한 토론 행위를 인터넷 공간에서 무한히 확장한다.

이것은 분명히 최초 인터넷 산업 시기에 우리가 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컨텐츠의 생산이 아닌 생산된 컨텐츠의 평등한 유통과 유통 라인의 무한한 확장. 이는 그야말로 UCC를 위한 새로운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을 지라도 이 기술적 인프라는 향후 UCC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UCC활성화 : 사회적 생산력이 핵심이다.

하지만,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해서 모든 네티즌들이 생산자로 UCC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Web2.0에 대해 주창하는 대부분의 문서나 책에서 ‘컨텐츠 생산자에 대한 보상’을 그 대안으로 잡고 있는데, 과연 컨텐츠 생산자에 대한 보상이 UCC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런지는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UCC를 활성화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보상은 결국 어느 정도는 생계적 노동에 의한 수입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하는데, 그 만큼의 수익을 분배해줄 능력을 이 사회가 보유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애드센스(ad-sense)는 다양한 블로그를 통한 타겟 광고를 집행하고, 이 광고 수익을 통해 해당 블로거들에게 일종의 광고비를 지급하는 모델이다. 그리고, 이는 현실에서 집행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최소 비용의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상 그 광고비는 절대로 일정 수준 이상 커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광고비가 커진다면, 제품 생산비가 커져서 결국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커질 것이고. 이는 물가 상승으로 귀결되어, 결국, 사용자의 실 수입을 줄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그 사회의 경제력의 차이가 보상액의 크기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즉, 일정한 지원책은 되겠지만, 결코 한 두 개의 사기업이 변화시킬 수 있는 수준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잠재적 생산자에게 눈을 돌려 보면, 대부분의 그들은 평범한 생활인들이다. 일정한 생계적 노동을 가지고 있으며, 하루 중 12시간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다. 과연 이들이 생계 노동과 자율 노동을 병행할 수 있을까? – 이런 면에서 진심으로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UCC 생산자들을 존경한다. -
결국, 핵심은 사회적 생산력의 수준이라는 생각이다. 적정한 노동시간의 보장과 생산자 개인에게 지급될 수 있는 일정한 보상체계의 확립. 이는 경제력의 수준이기도 하지만, 자율 노동과 이들의 생산력에 대한 사회 전체의 관심도라는 문화적 수준이기도 하다.

Create, Edit 그리고 저작권

언젠가 ‘편집물도 UCC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분명히 UCC이다.
포털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드라마 또는 영화에 대한 패러디 또는 편집 동영상, 이미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동영상 또는 이미지는, 대부분 해당 드라마 또는 영화와 병행 소비된다. 즉,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이 두 개의 컨텐츠는 각각 독립적인 마인드쉐어(Mind Share)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UCC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을 ‘진정한 창작물의 부족’이라고 얘기하는 글들을 자주 만나곤 한다. 진정한 창작물이 부족한데.. 위에서 얘기한 각종 편집물들은 포털의 게시판이나 동영상 보드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럼, 편집물은 진정한 창작물이 아니라는 것인가?

편집/패러디물은 인터넷 시대가 만들어낸 아주 독특하며, 가치있는 문화 상품이다. 기 생산된 문화 상품을 숭배하고, 뒤틀면서, 독립적인 상품 가치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가치는 그다지 존중 받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이 편집물들은 저작권 분쟁의 주요 대상이기도 하다. 이는 현재의 저작권법을 놓고 봤을 때, 법적으로는 그 권리를 인정받기가 무척 힘든 상황이다.

이는 분명히 사회의 포용력을 제외하고는 풀어낼 수 없는 문제이다. 도용이나 부당한 상업적 이익의 편취가 아니라면 방송이나 영상 저작물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할 때, 편집/패러디물에는 보다 관대한 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는 독점적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되고 있지만, 연예인 초상권과 저작물에 대한 포괄적 권리를 갖고 있는 기업이 1차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수의 문화 향유의 권리를 막을 수 있다는 현재의 논리가 유지된다면, 이런 이들의 횡포를 견제할 길은 확실히 없을 것이다.

사회적 포용력의 수준은 결국 문화적 다양성의 수준과 함께 논의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의 UCC관련 논쟁이 보다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UCC를 보는 관점과 UCC생산을 위한 사회/문화적 환경에 대한 보다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진정한 UCC의 활성화는 결국 우리 문화의 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성 : 컨설팅사업본부 송정훈 본부장
원글 : http://www.rankey.com/marketing/custom_strategy.php?no=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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