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뷰 개편 단상 : 메타의 종말

다음 뷰 개편에 대한 몇 가지 단상. 어찌어찌 다음 뷰 개편 소식을 들었다. 11월 6일부터 개편 체제로 돌입했다더라. 나는 다음 뷰에 대해선 신경을 끊고 블로깅한지가 어언... 너무 오래라서 잘 생각나지도 않는다. 다음 블로거뉴스였던 시절의 초기에 잠깐 관심을 갖고 그 뒤에는 쭉 관심을 끊은 것 같다. 그게 곧 이 글의 단점이나 장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개별 블로그들의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은 장점일테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다음 뷰에 민노씨.네 글을 송고하는 일은 거의('전혀'가 아니라 '거의' 글 열개나 스무개 중 하나 정도의 의미) 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다음 뷰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그 안에서 거의 체험하지 못한 건 이 글의 치명적인 단점일테다. 그러니 이 글은 그저 직관적이고, 피상적인 관찰에 불과하다. 부족한 점에 대해선 직접 체험분들께서 깊이있는 조언 주시길 바란다. 그래도 땡기니까 한번 써보자. 그게 블로깅 아닌가? 아주 짧게 쓴다.

1. '시사'의 후퇴, '일상'의 전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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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 : )

시사 카테고리가 맨 뒤로 빠졌다. 별 감흥 없다. 사라지지 않은게 어딘가. 그동안 독자들의 호응도와 상업적인 효용를 고려한 다음 뷰의 선택이라고 예상해본다. 또 정치나 시사에 관한 글들은 다음으로서도 별다른 메리트가 없을거다. 무슨 돈 되는 트래픽을 불러오는 것도 아니고.  괜히 골치아픈 일 생기면 자기들만 손해라고 생각할테지. 예전에도 강조했지만 다음은 무슨 '시사 전문지'도 아니고, 무슨 '정치 투사'도 아니고, '포털'이라고 불리는 웹서비스다. 다음의 모든 하위 서비스는 그 상업회사의 골격과 원칙 하에서 이뤄진다고 봐야지 무슨 이용자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소박한 바람이 반영된다고 생각하면, 이건 무슨 동화도 아니고, 깨몽하시는게 좋겠다. 시사에 관심이 많으면 찾아서 읽자. 그게 현시점에서의 답이다. 다음이라는 테두리가 그걸 무시하면 그 테두리를 벗어나서 정말 '정치'에 대해 '시사'에 대해 쓰는 블로그들을 한번 스스로 찾아보자. 네이버나 다음에서 보여주지 않으면 (웹)세상에 없는건가? 그건 아니다.


2. 프레임주소와 구독시스템
블로거뉴스에서 다음뷰로 넘어가면서 블로그 URL을 돌려준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무척 반가웠던게 기억나는데, 다음뷰 메인화면에서 글 몇 개 클릭해서 들어가보니 다음뷰의 프레임주소 그대로던걸? 마이뷰가 확대되면서 거기에 모든 웹 콘텐츠 유통서비스들의 유혹인 무시무시한 연계장치들이 부담스럽게 주렁주렁이더라. 구독시스템도 이게 RSS와 어떤 관계를 갖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보편적인 웹 기술설정인 RSS를 홍보하기 보단 자사 서비스 내의 '구독'뭐시기로 이걸 대체하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것도 그려려니 한다. 자기 서비스 내에서 뺑뺑이 돌려야지, 그래야 네이버처럼 성공하지.

3. 순위놀이 
각 카테고리별 순위, 구독자들을 현출시켜주는 표시체계를 구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도 그려려니 한다. 아니 이건 진즉 표시했어야 제정신이란 생각이 든다. 순위 시스템이나 비교 표지들은 "‘예측가능하게 비합리적 인간의 선택 행위’를 예측하고 그런 비합리적인 게임을 부추기는 기능들" 가운데 가장 기본에 속한 것이다. 쉽게 말해 "사용자들이 방구석에 쳐박혀 앉아 (...) 이처럼 아주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임을 서비스 기획자들은 잘 알고 있다.

4. 25만원 / 10만원 / 2만원이라는 인센티브
이번 개편과는 상관없이 이전부터 있던 제도 같다. 주간 베스트 글에는 25만원, 좋은 글 많이 추천한 열린 편집자 3명에겐 10만원씩의 다음캐쉬(환금가능)가 공급된다고 한다. 돈 만큼 확실한 인센티브는 없다. 돈은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다. 나는 이런 인센티브 제도에 대해 별다른 반감이 없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정책을 찬성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인센티브는 블로거의 자율성과 개성에 대한 장애요소로 역기능할 가능성이 여전하고, 대중추수적인 추천(편집)행위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가령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노출도'가 커서 당연히 조회수가 많은 글을 베스트로 선정하는 그런 식은 좀 자제하면 좋겠다. 물론 그 베스트에 '조회수'가 반영된다는 전제에서 그렇다(나는 베스트 글이나 우수한 추천자 선정 기준에 대해 잘 모른다. 아시는 분 설명 부탁.)

5. 메타의 종말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비전은 '미디어'가 아니다. 최소한 대안적인 미디어로서의 블로그가 다음의 거시적인 비전 속에서 큰 위상을 갖는 것은 전혀 아닌 것 같다. 물론 이런 거대한 흐름 속에는 다음을 영원한 2등으로 압도하고 있는 대한민국 웹의 지배자인 네이버가 있다. 또 다음에게 기회를 제공할지도 모를 눈 앞으로 다가온 모바일 혁명이 있다. 광의의 블로그 메타 사이트로서 다음은 다음뷰를 축소하긴 했지만 이를 유지 존속시키면서 다수의 열혈 블로그 커뮤니티를 조직해냈다. 그것은 의미있는 성과다. 나는 그 의미를 폄하하고 싶지 않다.

다만 상호 수평적인 대화 시스템으로서의 블로그 미디어에 대한 고민이 다음에는 없다. 기성 뉴스 콘텐츠를 연성화된 블로그 콘텐츠로 '보완'하려는 다음의 방향은 여전히 블로그를 '유사 저널리즘' 혹은 '저널리즘 이중대'라고 보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내 직관적이고, 추상적인 관찰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바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깊은 아쉬움이다.

다음 뷰는 블로그 미디어의 대중성을 확장하고, 적지 않은 블로그들에게 미디어적 위상을 부여할 수 있을만큼의 부피를 부여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더 이상 남은 것은 없다. 열린 편집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치장되더라도 본질적으로 다음 뷰는 (소수 편집인들의) 관리 시스템이다. 블로그 메타는 블로그를 관리하려고 해선 안된다. 역으로 블로그는 메타에 관리되어선 안된다. 블로그의 독립성에 기반해 그 '관계의 미디어성'을 확대하는 것이야 말로 블로그 메타의 사명이되어야 한다. 순위 놀음은 그 다음 일이다. 물론 이런 잠꼬대는 앞서 내가 다음 이용자들에게 이야기했던 충고를 나에게 돌려서 이제는 내가 깨몽할 차례다. 

메타 시스템에 긴장을 주는, 메타 시스템의 구심력을 조율하는 개개 블로그의 원심력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 즉, 블로그와 피드백 시스템으로서의 블로그 메타의 상호 공존과 생산적인 긴장으로서의 시스템, 그 블로그와 블로그 메타의 공존은 종말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블로그는 그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미디어가 되지 못할 때 블로그는 더 이상 블로그가 아니다. 그건 어떤 것의 부속품일 따름이다.


추.
참고로 올블은 이제 소수 이용자들에게 시스템을 장악 당했다고 평가해야 할 것 같다. 이것은 다음 뷰와는 정반대의 상황인데, 아쉽고, 유감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블코나 믹시 사정은 잘 모르겠다. ㅡ.ㅡ;;


* 관련
민노씨.네 글 중에서 '다음 블로거뉴스' 관련글 
블로그의 미래 : 위기의 블로그


* 발아점과 경로
http://blog.daum.net/yiyagy/13754962 : (아랫글 칭찬하는 글) : 발아점. 다음 뷰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훈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동해 아랫글로 이동.
http://blog.daum.net/theroad2you/3468669 (열린 편집에 열심인 블로거 글): 위 글 소개로 이 글을 읽었다가. 역시 나와는 방향을 달리하더라도 이런 글을 읽는 건 마음이 훈훈해지는 일이다.

http://v.daum.net/user/join?tab=2 : (다음뷰 가입하기 페이지) : 여기 잠깐 들리고,
http://daumview.tistory.com/23 (열린 편집 안내글) : 열린 편집이 뭔가 싶어 확인차 이 글 읽어보고,

http://daumview.tistory.com/79 (개편 안내) : 다음 뷰에서 설명하는 개편 내용이 뭔가 싶어 이 글 읽고
http://ppayaji.tistory.com/175 (개편 비판글) : 위 글에 트랙백 설정된 이 글을 읽었다. 추천.

중간에 몇몇 글을 더 읽었지만 집중도 차원에서 생략.


* 관련 추천
"자신의 글이 메타에 송고되지 않으면 불안한가? 당장 없어질 조회수와 댓글이 아쉬운가? 그게 노예근성하고 다를게 뭔가" (마하반야) : 다소 어조가 격하지만 전폭적으로 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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