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료개혁법안 보도, 뉴미디어의 '혁신' 실험장

미 의료개혁법안 보도, 뉴미디어의 '혁신' 실험장

미국 언론은 그야말로 실험의 천국입니다. 특히 자국 내 중요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주목할 만한 실험들이 등장합니다. 웹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언론사의 웹 편집 전략은 매번 국내 사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죠. "왜 한국 언론은 이런 걸 못하나" 푸념과 아쉬움을 낳기도 합니다. 풍부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웹에서도 혁신적인 시도들을 선보이면서 '진화'의 새 모델을 제시하곤 합니다.

어제 미 하원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의료개혁법안이 통과됐죠. 미국 내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 가운데 하나인 의료개혁법안에 전 국민은 물론 미국 모든 언론의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미국 언론은 하원의 법안 처리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요. 이 가운데 뉴미디어 특히 블로그나 시민저널리즘 언론들도 '혁신적 보도'에 동참을 했습니다.

사실 뉴욕타임스의 인터렉티브 그래픽 보도는 이미 정평이 나있죠. 여러 블로거들도 소개를 했기에 오늘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블로그 기반의 정치 전문지 허핑턴 포스트의 사례를 들겠습니다. 이 언론은 'Health Care Vote'이라는 여느 때처럼 특별 섹션을 만들었습니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입체적 보도를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포맷을 이 특별 섹션에 담아냈습니다. CNN의 라이브 동영상을 비롯해 사진, 기사 그리고 관련 트윗까지 뉴스로 기록될 만한 모든 포맷을 이 지면에 담았습니다. 마차 하나의 뉴스 포털을 연상케하더군요.

특히 민주당 의원과 공화당 의원의 트위팅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왼쪽엔 관련 논평을 쏟아내는 트위터 사용자들이나 NGO의 트윗을 배치해 독자가 다양한 시각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죠. 여기에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찬반 논리에 대해 전문가나 시민들의 판단과 견해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독자가 직접 코멘트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일방적 보도 행태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었습니다.

프로퍼블리카라는 매체를 아시나요?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데요. 이 언론사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국내 언론사에서 해볼 법한 시도이긴 한데요. 2009년 12월 24일 상원을 통과한 법안과 18일 하원에 제출된 수정 법안 전문을 서로 비교하는 코너를 제공했죠. 왼쪽은 상원 통과 법안 전문, 오른쪽은 이날 하원 수정안 전문이었습니다.

설명을 보시면 알겠지만 변경된 부분은 노란색, 추가된 부분은 녹색, 삭제된 부분은 빨간색 이렇게 구성해서 보다 쉽게 법안의 변경 내용을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른쪽 바를 통해서는 영역별로 변경 여부를 알리는 색깔을 표시해 어느 부분에서 가장 큰 변경 사항이 있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했습니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국내 언론사닷컴의 이슈 보도를 위한 웹의 활용성은 여전히 1.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정도라는 인상이 짙습니다. 웹디자이너, 개발자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한 보도는 좀체 찾아보기 힘듭니다. 일단 투자가 부족하니 '작품'이 나올 기회도 적을 뿐더라 온라인 뉴스룸과 편집국이 분리된 편재를 고수하면서 양 조직간의 유기적인 결합은 좀체 시도되기 힘든 상황이죠. 편집국과 온라인닷컴, 개발자, 디자이너가 공동으로 협업하는 모델은 여전히 요원한 게 국내 언론의 현실입니다.

미국 언론의 이런 참신한 시도에 늘 "와, 우리는 언제쯤"이라는 탄성과 아쉬움을 늘 내뱉아야 하는 상황이 끝나고 "미국 언론보다 낫네"라는 자부심이 이어지는 때가 오길 진심으로 기대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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