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코드의 정치경제학 : 함께 배우는 블로깅

유저 코드의 정치경제학 : 함께 배우는 블로깅

* 꽤 오랜 기간 동안 묵혔던 글이고, 쓰다말다를 반복한 글인데, 이왕에 쓴거 부족하나마 공개하자는 무대뽀 심리로 공개한다.

 '트위터의 과장된 이미지'란 글을 썼다. 모처럼 댓글 풍년. 자신의 아이폰 구매기념으로 댓글 테스트 및 블로그 모니터링을 해준 경우도 있었고(Dalky), 요즘 거의 매번 히로시마원폭급 댓글로 블로깅 보람을 일깨우는 이슬뤼(icelui)의 댓글도 빠지지 않았다. 댓글 말미에 레오포드(leopord)의 댓글이 도착했다. 발췌해보면 이런 내용이다(이 글 주제에 어울리는 어조를 위해 서술어 부분을 사소하게 평서문체로 수정했다. 이 점은 레오포드의 양해를 구한다.).

트위터의 유저 코드가 30대-남성-IT로 정리된다는 건 그만큼 기술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건 20대가 아니라 오히려 30대라는 얘기다. 즉, 광파리의 전제("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걸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계층이 대학생인데 왜 트위터만은 받아들이지 않는 걸까요?")가 그닥 현실에 들어맞지는 않는다.

(트위터는) 심적으로나 물적으로나 접속하기 편한 매체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 메인 +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 네이트온 메신저"라는 조합이 20대(더 코드를 세분화하자면 20대-여성-대학생)에게 더 친숙하다는 (써머즈의)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 세 가지가 있는데 굳이 다른 매체를 찾을 동기가 없다. 다만 아이폰이 상용화되면서 웹 애플리케이션과 SNS 연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트위터에 대한 진입장벽도 이전에 비해 훨씬 낮아지지 않을까 추측해볼 뿐(물론 아이폰 가격이 점점 낮아지고, 공짜폰으로도 나온다는 걸 전제로 한 추측.).

덧붙여, 대학생(혹은 20대)가 트위터에 접속하는데 있어 지적인 면에서 주눅이 든다거나, 개방/공유/협력이 현재의 대세라는 지적은 IT 업계라면 몰라도 대학생들에게는 그닥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트위터에 전문가들이 더 많은 건 사실이지만, 지적 레벨의 격차가 엄청난 진입장벽으로 다가오진 않고, 민노씨도 공감했듯이 "아저씨가 많아서"가 세속적으로는 훨씬 설득력 있다. 개방/공유/협력이 대세라는 건... 좀 업계에 국한된 인식인 것 같고. 물론 이 세 가지 요소가 웹을 발전시켜왔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시킬 거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광파리도 언급했듯 경쟁사회에 너무 익숙해진 20대가 이 세 덕목(?)을 얼마만큼 소화할 수 있을지 좀 의문(물론 그것이 돈이 된다는 경영학적 마인드로 접근한다면 이미 대학생들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지도.).
- 레오포드(leopord)의 논평  

종종 오프에서 이야기하곤 하는 것. 웹과 친한 사회계층이 분명히 존재한다. IT업계 종사자, 교수/교사, 기자 등 미디어업계 종사자, 대학생,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다양한 유형의 백수다(^^). 예시에서 생략한 가장 중요한 (잠재)세력을 나는 '(특히 전업)주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계층은 거의 전적으로 '요리/인테리어/여행/여가'로 몰려 있다. 아쉽다. 불필요해서가 아니다. 대중적이고, 매우 필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그 영역에 전체 관심이 몰빵되어 있는 현상은 이상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쉽게 말하면 네이버의 풍경이다. 네이버는 드라마와 연예프로그램 뒷담화, 요리와 인테리어, 그리고 여행과 취미활동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게 하는데 거의 성공한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네이버는 인터넷 그 자체다. 그런데 네이버에는 정치경제가 없다. 그것이 네이버의 정치경제학이다.

다음(daum) 역시 이제는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미디어를 강조하지 않는다. 웹과 블로그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진입장벽인 '시간'(강정수)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큰 부피의 잠재력을 갖는 '전업주부'들과 친한 영역, 즉 일상과 여행, 요리, 인테리어 등을 강조하는 것 같다(일상/연예/연애의 전진배치, 그리고 정치/시사의 후퇴로 요약되는 최근 다음뷰 개편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더불어 모바일과 연동한 실용적 도구들(다음맵 따위)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현 정치경제 시스템에 훨씬 더 부합하는 손쉬운 길은 정치경제적 이슈를 따분하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엔테테인먼트를 재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이다. 이렇게 고전적 저널리즘의 주요 주제는 대중적인 관심권 밖으로 점점 더 멀어진다.

시스템의 정치경제학은 유저코드를 만들어낸다. 그 코드의 핵심은 당대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의 의지다. 좀더 수월하게 자신의 자본이 의식적 하부기제라 평할 수 있는 웹의 담론 기제들을 통해 흘러가도록 그 정치경제적 권력은 직간접으로 그 유통의 풍경을 조율한다. 물론 그들만 게임 참여자는 아니지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그 극단적 소수들은 게임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정치경제학적 상상력을 거세당한 유저 코드가 아니라, 그 안에 새로운 혁신과 정치적 상상력을 발아시킬 수 있는 유저 코드. 새로운 유저코드, 이것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정치경제가 없는 무서운 정치경제학이 웹을 지배하리라.

한편, 그 유저코드의 핵심에는 물론 지식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서 가방끈 긴 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물론 안내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극소수의 가방끈들이 아니다. 여전히 가장 중요한 건 전업주부이며, 낮은 임금노동계급이다. 그리고 가방끈들은 자신들의 장기자랑이 아니라, 그 장기자랑을 확장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전업주부와 노동계층이 그들만의 코드를 창조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 이들이 웹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들이 웹에 눈떠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웹을 매개로 진화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제들은 여전히 일부 화이트칼라의 전유물에 가깝다. 웹은 아직도, 그리고 당분간은 여전히,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장벽 없는 공간이 전혀 아니다.

내가 블로그에 애착하는 이유는 여전히 내가 생각하기에 웹에서의 가장 낮은 진입장벽에 블로그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낮은 문턱이 이제 점점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이건 블로그를 통해 발현될 수 있는 광범위한 가능성들, 그 중에서도 소박한 보통 시민의 웹 근거지로서의 블로그의 가능성이 소실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블로그 문화를 지배하는 유치한 나르시시즘에 기반한 '장기자랑' 문화, 관계에 대한 전망의 부재, 그리고 무엇보다 비평, 독자권력의 미성숙은 이런 위기를 키운다. 누구나 쓰기만 하는 블로깅을 하려고 하고, 읽으려는 블로깅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사태의 핵심이다. 블로그 역시 화이트 칼라와 웹과 친한 계층이 끼리끼리의 폐쇄적 문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한국의 노동 환경 속에서 시간이라는 근본적인 진입장벽 외에 '언어적/심리적 위계'라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싶어서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는데, 별 거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쉽게 쓴다, 독자의 눈높이를 배려한다,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데, 중요한 건 자신의 스타일을 죽이면서 구태여 쉽게 쓴다거나, 독자의 눈높이를 배려한다거나 이런 게 아니다. 이건 본질적으로 언어(습관)의 속성상 반영되기 어렵다고 본다. 결국은 블로그, 트위터 따위의 SNS가 엔터테인먼트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필요한데, 그게 현재의 방식으로는 대단히 회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시간도 없고, 거기에 언어적, 심리적 위계라는 보이지 않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또 그걸 한다고 무슨 대단한 물질적인 보상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대부분은 이런 보상은 없다고 봐야겠다). 물론 기꺼이 마케팅 이중대가 되어 자신의 블로깅 철학을 종속적 마케팅의 담보로 지불한 소위 '빠워 블로거'는 예외다. 아니 이들이야말로 블로그 영웅들로 이명박 시대의 성공이미지를 구현한다. 이것 역시 사태의 핵심이다.  

그러니 나는 정답이 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시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떤게 되어야할진 여전히 암흑이다. 그냥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의지가 흘러가는대로 블로깅하는 고립적인 개별자들의 미약한 목소리만이 남겨진 것인가?

함께 공부하는 블로깅. 블로깅이 일방적인 계몽과 발표의 공간이 아니라 협업적인 학습의 공간, 그것도 대단히 유용한 공부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야말로 전술한 모든 난제들을 효과적으로 깨뜨릴 수 있는 강력한 매력이다. 나는 매주 월요일 밤마다 한겨레블로그를 통해 만난, 지금은 거의 가족같은 벗들과 이야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저 한주일의 에피소드들을 나누고, 사적이거나 공적인 관심사들을 나눈다. 이 모임을 스카이프를 통해 진행한다. 일주일에 두 시간을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모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런 시도는 마치 지난날의 '야학'을 떠올리기도 한다. 물론 선생님과 학생이 따로 없는 야학이다. 야학의 정신이란 선생님을 강학(가르치며 배운다)하고, 학생은 학강(배우며 가르친다)는 정신이긴 하다. 이런 작은 시도들이 블로그 문화의 한 일상적인 풍경으로 정착한다면 유저코드에 따른 폐쇄적 단절은 상당부분 극복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아, 함께 공부하는 블로깅, 자신의 앎과 경험을 나누는 블로깅을 하는 멋진 블로거는 생각보다 많다. 내가 학생으로 참여하는 아주 작은 모임이 하나 더 있는데, 내 블로그 영어 과외 선생님인 나솔이 진행하는 나솔영어교실이다.


추.
글이 어째 전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다...;;;; 그것도 블로깅의 묘미(?)라고 우겨본다.


* 발아점 
레오포드(leopord)의 댓글 논평

태그
의견 0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