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브랜드 시대, 신문 몰락 가속화되나

위기에 처한 신문 그들의 생존 전략

미디어의 격변기, 미디어 패러다임 전환기라는 말은 이제 식상한 단어가 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뉴미디어 플랫폼과 혁신 사례 등에서 신문 산업 전반의 ‘위기의 징후’를 읽을 수 있다. 풍전등화의 위기, 존폐의 위기에 처한 신문 산업, 하지만 그들은 위기의 본질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혁신의 대안을 내놓는 데는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

신문 산업 내부 관계자들은 극심한 광고 시장의 침체라는 단편적, 현상적 진단으로 현 상황을 자위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다하더라고 신문 시장으로 광고가 다시 돌아올 믿는 건 지나친 낙관에 불과하다. 이미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신문은 매력을 상실했으며, 광고 효과 측면에서도 타 매체에 비견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문의 위기가 도래한 근본적인 원인을 냉철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신뢰의 추락과 희소성의 종언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간과하고서는 ‘혁신의 대안’을 얘기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신뢰의 추락과 희소성 시대의 종말


Forrester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사용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정보 소스는 지인들로부터 받은 이메일(77%)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신문의 기사를 믿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46%. 포털이나 검색엔진에 대한 응답보다 14%나 낮은 수치다. 소비자의 상품 평판이나 리뷰(60%)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인을 통한 정보의 소비(Networked Consumption)가 더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사인(Sign)임과 동시에 사용자 직접 생산 콘텐트가 기존 주류 미디어의 신뢰를 능가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2008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매체별 신뢰도의 경우 지상파TV 3.39, 인터넷 3.35, 전국종합신문 3.11로 나타났다. 여론에 대한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해 정보의 조작과 왜곡을 일삼아온 신문, 그들에게 돌아온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신뢰의 추락은 대안 매체의 등장을 부추겼다. 아울러 대안 매체로의 ‘정보 소비 이행‘을 가속화했다. 이러한 소비 행태 전환의 이면에는 ’정보 희소성 경제‘가 붕괴가 자리잡고 있다.

웹은 ’정보 풍요의 경제‘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정보의 풍요’가 없었다면 검색 엔진이 웹2.0 시대 초기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풍요 속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가 무엇인가를 필터링하여 제공하는 기술이 더욱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뉴스 중복률 60~70% 한국 신문의 경쟁력은?

현재 한국 신문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약 60~70%가 중복되고 있다. 동일한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혹은 취재원들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소스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는 오래된 관행 때문이다. 독자들이 보기에 신문 간 콘텐츠 차별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건 보도자료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델에서 신문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러한 현상은 신문이 ‘콘텐츠 가치’의 생산 영역에서 얼마나 자신이 취약한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징표이기도 하다. 가치의 부가, 가치의 생산보다는 가치의 추가적 결합이 배제된 단순한 정보의 전달 기능에 머무르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이는 다시 신문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대체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경향으로 귀결되고 있다. 더 이상 신문은 정보의 독점 생산 채널이 아니며, 신문이 생산하는 다수의 정보는 블로고스피어에서 무료로 접할 수 있다. 심지어 더 전문적인 콘텐츠도 블로고스피어에서 유통되고 있다.


다양성과 전문성의 한계 그리고 가치의 무생산

신문의 기사는 다양성과 전문성, 정보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도 않다. 신문을 통해 제공되는 섹션은 많아야 20개 카테고리. 주말판을 모두 합쳐도 30개 카테고리를 넘어서기 힘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 영역이 수렴되는 편집보다는 여전히 편집자의 관심 영역을 단방향으로 전달하는 편집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수많은 소관심사를 다루기엔 지면이 부족하고 이를 생산할 전문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을 좇기보다는 ’관심 가져야 할 것‘을 전달하려는 엘리트 의식도 여전히 강고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신문을 이탈하게 되며 신문에서 볼 수 없는 정보를 블로그 등에서 찾게 된다.

전문성의 한계도 뚜렷하다. 이미 IT나 의료정보 분야에선 더 이상 블로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지 못하다. 기자들이 댓글에 인색한 이유도 일면적으로는 권위 손상과 불필요한 논란의 확산을 우려한 탓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출입 영역에 대한 전문성의 결여 때문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즉 전문가 수준의 댓글에 대응할 만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식이 부족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계의 주목할 만한 혁신 사례들

한국에 비해 미국의 언론계는 혁신이 적극적이다. 원인에 대한 진단이 적확하며 대안도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Denver Post를 소유하고 있는 Media News Group은 ‘개인 맞춤형 신문’을 여름 기간 중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모델은 신문의 지닌 다양한 정보 제공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인쇄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수 프린터를 독자들의 집에 설치해주고 일주일에 3~4회 맞춤형 신문을 제공하는 이 방안은 인쇄 신문의 포기하려는 여러 미국 신문업체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그룹을 중심으로 한 유료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Micropayment와 Subscription, 그리고 이 두 요소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머독은 Sunday Times에 우선적으로 유료화 모델을 적용하기로 했다.

유료화 모델의 작동 여부를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가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신문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질적 제고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로그 등에 의해 대체 가능한 콘텐츠로는 온라인 콘텐츠의 유료화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머독 회장이 어떤 콘텐츠 전략으로 바탕으로 유료화를 시도할지 지켜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Chicago Now의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Chcago Tribune의 실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ocial media, e-commerce, blog, news content, advertorial’로 구성되는 이 사이트는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뉴스 정보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정보나 뉴스만을 제공하는 사이트로서 혹은 매개로서 신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언론계 내부에서도 깨닫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커뮤니티를 위한 정보와 뉴스,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뉴스 사이트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Craigslist에 빼앗긴 Classfied ad를 되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Hyper Local 사이트의 궁극적 지향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이크로 브랜드 시대의 도래와 블로그


궁극적으로 신문의 미래를 전망하는데 있어 핵심 키워드는 소비자(Consumer) 즉 수용자(Audience)이다. 수용자들은 자신들만의 다양한 관심사를 접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뉴스, 콘텐츠가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제공되길 희망하고 있다. 또 그 공간에서 동일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끼리 교류하고 협업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직접 참여도 허용해줄 것을 희망한다.

이는 마이크로 브랜드의 시대가 열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마이크로 브랜드 시대의 개화는 시민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미디어가 추동할 것으로 보인다. 단 조건은 개인 블로그의 역할과 수준을 뛰어넘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신뢰와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을 담보하기 위해선 비즈니스 모델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블로그 미디어의 등장과 성장은 주류 미디어가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으며 미디어 시장의 롱테일을 형성해가고 있다. TPM, 허핑턴포스트 등은 이미 정치 뉴스 사이트 수위에 오르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Techcrunch, RWW, GigaOM 등도 테크놀러지 분야에서 기존 언론 매체의 대안성을 평가받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패러다임 변화 가운데 한 가지가 All Citizen can be journalists시대에서 All Citizen can be publishers의 시대로의 이행이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대에선 시민이 기존 브랜드에 종속되는 참여 수준에 머물렀지만 ‘모든 시민은 발행인이다’ 시대에선 시민이 직접 브랜드를 창조하는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마이크로 브랜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이크로 브랜드의 가장 큰 강점은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노드 간의 결합이 비교적 용이하며 노드의 연대로 네트워크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합집산이 수시로 일어나면서 거대 주류 미디어들과의 영역별 쟁탈전을 벌일 수도 있다.

마이크로 브랜드 시대의 도래는 주류 미디어의 콘텐츠 생산방식에도 혁신적 변화를 강제한다. 블로그 미디어에 의해 대체 가능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류 미디어는 독자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고 심지어 도태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자들은 더 질 높은 기사로 승부해야 할 것이며 블로그 미디어를 뛰어넘는 전문성과 깊이로 경쟁해야 한다. 훌륭한 저널리즘이라는 미디어의 공공적 가치를 놓고 생산적인 경쟁이 벌어지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아울러 주류 미디어와 마이크로 브랜드 미디어 간의 협업이 보편화할 것이다. 혹은 마이크로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시민 전문가를 주류 미디어가 채용해 주제의 다양성과 내용의 깊이를 꾀하려는 흐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의견 0 신규등록      목록